누르고 누르며 반복되는 일상, 카메라 이야기
마키나 67, 플라우벨 마키나는 영화 <팔레르모 슈팅>에 등장했다. 주인공(캄피노)이 애용하는 카메라로 나온다.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가 사용했고 후속 기종 670이 나오고 단종되었다.
독일에서 생산된 플라우벨은 2차 대전 이후 일본 회사가 인수하여 마키나의 브랜드로 일본에서 소수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된다. 아라키 노부요시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프로 사진가인만큼 사진을 못 찍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의 취향으로는 마음 편하게 그의 사진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과격한 본디지 포르노 결과물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포르노라는 장르가 인간의 생래적 욕구인 리비도를 건드리는 것이라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디지 포르노다운 느낌을 담을 줄 알고 모델에게서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주문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본다면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아라키의 사진 중에 소프트한 것을 한 장만 보고 넘어가자. 무척 궁금해 하긴 할 것 같다.
본디지 포르노 사진은 파격적이라고 쓰고 과격이라 읽는다. 필름으로 물의 질감과 양감 인체의 한 부분으로 섹슈얼리티를 자아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일본 사진 마니아들이 이런 질감을 당시에는 선호했었나 보다. 중형 레인지 카메라이면서도 선예도가 남다르긴 하다. 아라키가 유명세를 탄 것은 아마도 포르노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어서 일 것이다.
2002년 일민 미술관에서 아라키 노부요시 사진전이 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인터뷰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괴짜이긴 했다. 3500대 밖에 생산되지 않은 마키나는 수집가들의 손에 넘겨졌고 6x7 기계식 카메라지만 휴대성이 좋다. 경통이 젒이식이라서 웬만한 서류가방에도 들어가는 편이니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에어 노트북의 선조 격이라고(무리한 농담) 봐도 재밌다. 소프트한 입술 사진이 있었는데 본디지 포르노 원조 사진가를 설명하면서 소프트한 사진을 고른다는 것이 어긋났다고 생각해서 땀 흘리며 골랐다. (요즘 성폭행 사건과 사고가 많아서 독자님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빔 밴더스가 연출한 영화 <팔레르모 슈팅>의 주인공이다. 록스타 답게 뭔가 자유로운 이미지가 느껴지긴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당시 칸 영화제에서 졸작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영화를 보았던 내 생각도 시종일관 사진기가 특이해서 사진기에만 꽂혀버려서 정작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기가 궁금하다면 찾아봐도 되겠다. 적어도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마키나 카메라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늦은 밤 치킨집으로 주문하고 시켜 먹는 닭이 맛있으면 칼로리가 '0'이라면, 카메라가 이쁘면 결과물이 좋지 않아도 걸어만 다녀도 자신감이 '100%'라는 말과 같다. 렌즈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광각이란 느낌이 올 것이다. 55mm를 소형 카메라로 환산하면 28mm 화각이 된다. 우리의 눈에 가장 근접한 화각이기도 해서 선호하기도 하지만 50mm 표준렌즈를 사용해 보면 실제보다 작게 담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28mm는 풍경에 잘 어울린다. 게다가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추위에 강하다. 실제로 프로 사진가에게 물어보면 오로라를 찍기 위해 추운 곳에서 대기하다 보면 아이폰은 영하 20도에서 배터리는 방전되고 꺼져 버리고 어드밴스 카메라 기종을 제외하고는 사진기가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한다. 추위에도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진을 좀 배운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고뢔?"하면서 눈독을 들일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풍경 사진은 잘 담으면 액자에 넣어서 개인의 방이나 거실에 걸어놓아도 그 어떤 장식품보다 남다른 품격이 은은하게 뿜어나온다. 더구나 필름은 그 표면 자체의 느낌만으로도 입자의 질감을 느낄 수 있으니 너무도 완벽하게 구현되는 최신 디지털카메라에 비할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HD TV가 등장하면서 와이드 앵글이 보편화되었지만 6x7 사이즈가 담아내는 풍경의 맛은 클래식의 맛을 알기에 충분하다.
MAKINA 67의 이미지를 감상해 보세요. 놀랍죠. 입이 쩍 하고 벌어집니다. 지름신이 강림해도 구하기 어렵죠.
아래 2장의 사진을 가져온 사이트의 작가진 페이지 링크입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사진을 보다가 감동을 받거나 흥미를 느끼면 반드시 사진가를 찾아서 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아... 이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사진을 담은 사람이 구 나하고 말입니다. 며칠 전 김중만 사진가의 말처럼 사진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의 삶이 훌륭하고 사물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결국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논리입니다. 글이든 그림이든 자동차 정비라도 어떤 사람이 만드는지가 관건이니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 도로디어 랭(Dorothea Lange)은 "무엇을 찍을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와 만나서 사랑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 사람과 '어떻게'살 것이고 그 순간 하나하나를 '어떻게'만들어 가는가에 따라서 명암은 달라진다고 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마키나 67 결과물을 보니 제가 더 설레네요. 훗.
마키나 67의 경통을 보셔야 감이 제대로 오실 것 같아서 같은 사이트에 정보가 있어서 들어가 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