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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Dec 16. 2022

외로움을 달래는 법

혼자 있을 땐 외로움이나 심심함을 잘 못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가 밖에서 누군갈 만나고 올 약속이라도 생기면 약속 전부터 들뜨고 설레고 긴장되고 하다가 만나고 오면 마음이 헛헛해진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마음이 외롭다고 외롭다고, 미쳐버리겠다는 파도가 일면 나는 심히 당황스럽다.


어떤 책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혼자 있는 시간이 충만하지 못하니 작은 자극에도 쉽게 평안함이 깨져버려서 외로움이 나타나는 거라고. 그러니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돌봐야 한다고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있는 시간동안 뭔갈 하고 있으면 생산성 있는 하루를 살고 있는 거라 믿었다. 입사지원서를 쓰고 밀린 집안일을 좀 하고, 책을 읽고 남는 시간에 운동도 틈틈이 하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매일을 그렇게 알차게 사는 건 아니지만 혼자있는 시간동안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 탓에 며칠 전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얼마동안은 좀 앓았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모든 게 덧없다 느껴지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가끔 우울할 땐 가볍게 운동을 해주거나 실컷 울어도 보고, 기분이 좋을 땐 산책을 하거나 가족들이 먹을 요리를 하면서 기분에 맞는 활동을 좀 해줬어야 했는데. 그저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움직이면서 스스로를 잘 케어한다고 믿었으니 이 얼마나 둔한 인간인가, 나는.


하여 오늘은 플래너를 잠시 덮어두고 마음이 가는 일을 하며 살아보려고 한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고, 그러다가 다시 집 청소가 하고싶으면 청소기로 방 구석구석을 밀어볼 예정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에도 외로운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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