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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 May 18. 2022

지금 창밖에는 바람이 세차다


1.

나는, 네 귀가 맞지 않는, 낡은 책이다, 들쑥날쑥한 기억을 가진, 바람이 부는대로

헝클어져버리는, 낡은 나는, 서로 다른 기억과 무게를 가진 채 삐걱- 삐걱-

흔들리는 모서리를 가졌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심하게, 불안하다,


2.

아니다, 눈을 감고 눈을 뜨는, 반복되는 날들 동안. 나는 가장 단순한 인간의 동작들로만

그 시간들을 채웠다. 먹고, 자고, 닦고, 치우고, 그리고 아이를 품에 안고 볼을 부비는 -

가장 단순한 동선. 그 단순함이 나를 정의하게 될 때까지, 나는 자꾸 단순해져 가야 한다.


3.

아직, 나는, 나를 정의할 수 없다.

그 불확실성이 지금은 마음에 든다. 스스로 틀을 깨고 여기까지 걸어나온 길,

이 길이 어디로 뻗어갈지 모른다는 것이, 아직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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