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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28. 2024

77/100 나의 멜랑꼴리아

 폭풍 전야

결국 기어이 이번에도 터지고 말았다. 직전의 기분 좋은 것은 폭풍 전야의 상황이었건 것. 식구들에게 온갖 짜증을 부렸다. 사실 별것도 아닌 대화에서 나 혼자 터진 것이다. 작은 폭탄들이 팡팡거려서 가족에게 상처를 줬다. 마음이 아팠다. 저녁에는 피곤하기 마련인데, 체력이 떨어지면 인내심이 바닥난다. 그럴 땐 나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권하지 말라고 정지 신호를, 빨간 신호등을 켜기를 다집 했다. 사건의 발달은 이랬다. 딱 봐도 수화기 너머로 기운이 없어 보이는 나에게 가족이 운동을 권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원데이클래스라서 기한 내에 쿠폰사용을 해야 했던 것. 나는 운동조차 하기 싫었다. 달거리 중이라 몸이 좀 아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럴수록 움직여야 한다는 계속되는 권유가 나를 옥죄는 기분이었다. "안 해! 안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 제발 좀 나를 그냥 둬!" 진저리를 치듯이 도리질을 했다. 누가 들으면 고마움도 모르는 사람이겠지, 나는. 하지만 정말이지 그저 쉬고 싶을 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숨이 막히는 내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른다. 소리를 치는 일이 없도록 절대 안 한다고 단호한 태도로 거절을 하기로 다짐했다. 거절을 거절하는 모든 것을 거절한다. 싫은 것은 좋게 분명히 말하자.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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