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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27. 2024

76/100 나의 멜랑꼴리아

유지 보수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어제 나는 외쳤지! 출발선에 섰다고! 하지만 새로 지은 건물조차도 균열이 있는데 폐허에 리모델링건물인들 무사할까? 그래서 나는 변화에 대한 기쁨은 인정하되 유지 보수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고자 한다. 특히 어제처럼 해방감과 기쁨을 느낄 때 나는 방심하거든. 오늘처럼 해가 쨍쩅한 날은 특히나 그렇다. 아니 오히려 해가 쨍쨍하면 기분이 살짝 우울해진다. 직사광선을 쬐면 햇빛알레르기도 살짝 생기고 목덜미부터 빨갛게 되고 따갑기도 해. 그리고 한참 예민한 시기에 너무너무 더웠던 나라에서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 것도 있다. 그래서 해를 살짝 가리는 구름 낀 날씨나 비 오는 날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마음을 기록하니까 진짜 웃기다. 얼마 전만 해도 세상을 다 얻을 것처럼 좋다가 다시 푹 꺼진 풍선처럼 찌그러지다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복을 거쳐야 진짜 안정감이 찾아올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안정화가 아니라 패턴이 잡힌 안정화 상태가 아닐까? 바로 다른 의미의 안정화 말이다. 기분이 좋았다가, 그냥 그랬다가, 확 나빴다가, 다시 좀 괜찮았다가, 다시 나빴다 이렇게 말이다. 생체 리듬과 맞물린 패턴을 내가 읽으면 되는 것은 아닐는지? 그리고 단순이 기쁘고 좋고 슬프고 그런 것을 분석하는 접근 방식은 틀린 것일지도 몰라. 그런 일시적인 기분 말고, 침울하냐 그렇지 않으냐와 같은 업 앤 다운을 분석하는 것 말이다. 이런 날은 정말이지 동굴이 필요해. 사랑하는 식구들에게는 아프다고 하고 무한 잠이 들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놓고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이제 죽은 척해야지. 딱 한 시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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