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00 나의 멜랑꼴리아
안정화를 구축하는 단계까지
이제야 출발선에 선 기분입니다. 겨우 말이죠. 사실 나는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요. 현수막을 걸고 외치고 싶어요. "여러분! 뭐가 되었든 시작할 수 있는 단계로 온 것 같습니다! 오늘 술을 거르고 소, 닭, 돼지를 잡았어요. 마음껏 드시고 저 좀 축하해 주세요!" 하며 초빙한 사물놀이패가 풍악을 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 뭐를 시작할 건데? 뭐든! 저는 운동을 끊고 부지런히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집에만 있고 싶었거든요. 무엇을 시작하든 다 그만두고 싶은 자존감 바닥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걸을 내디딜 때마다 푹푹 늪처럼 들어갔어요. 그런 내게 단단한 땅이 펼쳐진 거랍니다. 누군가에겐 그게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요. 나는 출발선에 섰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이게 힘들어서 아무것도 이어나갈 수 없었는데 장애물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펼칠 수 있어요. 나는 은구두를 신었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