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좋아하는 친구 앞에서 바다를 좋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어려웠다. 싫어했다면 내 대답이 쉬웠을 테지만 이도 저도 아닌 마음을 확실하게 좋다고 말하는 친구 앞에서 표현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게 뭐가 부끄러워?"라고 묻는다면 바다를 즐겨 찾지 않을 뿐 산으로 막혀있던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하는 바다는 또 좋아서, 넓디넓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가 무섭다가도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해서, 좋다 싫다로 결정할 수 없는 마음을 변덕스럽게 볼까 봐,
얼마나 내 마음에 부끄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