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수 Aug 29. 2016

제롬 보아텡: 수비수로 뛰는 것에 대해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말한다.

수비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고? 우선 스트라이커가 되어라. 진심으로. 최소한 나에게는 이 방법이 최고였다. 운이 따른 사고였달까.

나는 14살이었을 때 베를린 유스팀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다... 우리 팀 수비수들 모두가 부상 때문에 스웨덴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롬, 너는 수비수로 뛴다," 내 코치가 말했다. 

안 될게 뭐가 있어? 나는 여섯 살 때부터 공격수로 뛰었기 때문에 비밀 계획을 알고 있는 것과 같았다. 공격수들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았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았으며, 그들이 어떻게 목적을 달성하려 할지도 알았다. 내가 공격수였기 때문이다. 공격수로 뛴 경험은 아직도 내가 수비수로 플레이하는데 기본이 되어 준다.

하지만 비밀 계획을 모르는 이들에게 내가 경기장 위에서 배운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상대가 골을 넣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골을 막는 것은 말 그대로 벽의 일부분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이는 경기장 위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이에 대해서는 글 뒷부분에서 이야기하겠다). 대신 모든 움직임, 모든 패스, 모든 태클, 모든 클리어링, 모든 대인마크 -- 내가 필드 위에서 하는 모든 일이 요인이다. 나의 모든 결정이 팀 전술의 일부분이 되어 상대가 골을 넣는 것을 막는다.


사진: AXEL HEIMKEN/AP IMAGES


모든 것은 주위에 있는 동료들과 대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 핵심적이다. 평소 바이에른 뮌헨은 세 네 명의 수비수들이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나는 어떤 전술에서든 중앙 수비수로 뛴다. 이는 내가 주위에 있는 동료들과 공을 줘야 할 미드필더들에게 많이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독일 대표팀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독일 대표팀 동료들은 몇 달마다 한 번씩 보기 때문에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나는 매일 바이언 동료들과 뛰기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고 안 하고 싶을지, 혹은 그들이 무엇을 하기 싫어하는지, 무엇을 하기 좋아하는지, 혹은 왼쪽으로 주어야 할지, 오른쪽으로 주어야 할지 알고 있다. 바이언에서는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뛸 때와 비교해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다. 


골을 막는 미션은 계속된다. 우리가 공격을 한 번 막더라도 모든 것은 다시 시작한다. 나는 골키퍼 다음으로 공을 갖는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공간을 확보하고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빠른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공을 뺏든 패스를 받든 바로 스트라이커를 찾는다. 스트라이커는 상대 진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고, 만약 내가 공을 그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빠른 역습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말처럼 쉬워 보이지 않은데, 가장 큰 이유는 분데스리가 팀들의 수비가 두텁기 때문이다. 평소에 내가 공을 받으면 이미 여덟 아홉 선수들이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지뢰밭에서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곳으로 날아가는 킥을 차야 한다. 



만약 패스가 성공해도 쉴 시간이 없다. 공이 성공적으로 날아가도 상대의 다음 역습 공격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뛰는 수준에서는 많은 터치가 있고 볼을 소유하는 팀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우리 팀이 계속 유효 슈팅을 날리더라도 상대 스트라이커가 공을 몰고 들어오는 상황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상대가 최고의 공격을 자랑하는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 같으면 더더욱 그렇다. 모두 세 명의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고, 그 스트라이커들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메시, 호날두, 아니면 네이마르 같은 선수들이 풀 스피드로 달려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술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빠르게.

나에게 커버가 있나 (동료 수비수들이 내 뒤에 있나)? 만약 나에게 커버가 있으면 위험을 감수해 태클이나 1대1 수비를 펼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마지막으로 남은 수비수라면 태클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어떻게서든 나의 포지셔닝을 이용해 상대 스피드를 줄이고 동료 수비수들이 돌아올 수 있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상대가 메시든 호날두든 빈 공간을 수비하는 것은 어렵다. 그들은 그냥 너무 빠르다. 네이마르와 메시는 무게 중심이 낮고 빠르게 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 같이 큰 수비수가 (나는 191cm다) 그들을 수비하는 것은 어렵다. 호날두는 키가 크지만 엄청난 스피드를 가지고 있고, 힘과 헤딩 능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그들을 상대로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은 이길 것이고 골을 넣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호날두,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 그들 모두 수비수가 1대1 상황을 두려워하는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한 번 냄새를 맡으면 그 수비수는 파괴된다. 


사진: IAN MACNICOL/GETTY IMAGES


자신감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내가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이 바로 자신감이다: 나는 더 자신 있고, 더 침착하다. 나는 상황에 따라 태클을 해야 할지, 1대1 수비를 해야 할지, 상대 공격의 속도를 줄여야 할지 알고 있다. 어렸을 때 우리 팀이 공을 뺏겼을 때에는 단순히 빨리 제 자리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이로 인해 바보 같은 실수들이 나왔다. 챔피언스리그 같은 곳에서는 실수를 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기의 스피드가 너무 빨라 한 실수가 골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골을 내주더라도 룰 하나가 있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할 수 없다: 어떡해! 빨리, 빨리! 골을 넣어야 해! 경기는 90분이다. 경기가 80분이 흘렀더라도 남은 시간과 추가시간이 있다. 

이제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보자 -- 태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태클을 하기 전에 내가 공을 뺏을 수 있다는 확신이 100%가 돼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공격수에게 바짝 붙는다. 레드 카드를 받고 팀을 위기에 넣는 것은 위험을 걸만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태클을 하기 전까지 2초 정도 밖에 없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태클을 할 거야? 확실해? 아니면 계속 달려서 동료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거야? 하지만 좋은 태클로 팀을 구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2014 월드컵 때 프랑스, 브라질,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좋은 태클 몇 개를 성공했다. 내가 20살 때 독일 대표팀에 데뷔했을 때와 큰 차이가 있었다. 20살의 나는 긴장했었고, 주전 자리를 확보해야겠다는 의지 때문에 수준 낮은 플레이를 펼쳤다.

이는 다른 이야깃거리를 준다: 멘탈은 수비수로 플레이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는 모든 선수마다 다르다. 어떤 선수들은 몸 상태가 100%가 아니더라도 아무 이상 없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몸에 작은 통증이 있거나 경기 외적의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내가 집중하지 못할 것을 안다. 비유를 하자면 한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는데 다른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나쁜 태클을 하고 약간씩 늦는다.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


사진: JOERG SARBACH/AP IMAGES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것들은 공이 굴러갈 때에만 해당된다. 이제 내 일의 다른 50%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세트 피스. 


선수들이 프리킥을 막기 위해 작은 벽을 만드는 장면은 모두 봤을 것이다. 최고의 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우리에게 공을 쏜다는 생각에 표정이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생각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자.

공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한 번은 내 얼굴에 공이 날라왔다. 나는 어깨에 맞기 위해 몸을 조금 비틀었다 -- 그리고 심판은 핸드볼을 선언했다 (참고로 오심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분이 나쁘지만 주위에 다른 선수들도 있다.

특히 골키퍼. 수비수에게 골키퍼만큼 중요한 선수가 없다. 그 작은 벽? 골키퍼가 만든다. TV를 보면 골키퍼가 소리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코너킥 때도 똑같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리친다:

"오른쪽!"
"왼쪽!"
"점프해!"
"점프 하지 마!"

골키퍼가 모든 걸 관리하고, 그의 말을 듣는 게 좋다. 

뒤에 있는 우리에게 세트 피스 때만큼 테크니컬한 부분이 요구되는 시간이 없다. 공간이 너무 벌어지거나 붐비지 않기 위해 항상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볼이 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가 점프를 해 공을 걷어낸다. 


사진: MATTHIAS SCHRADER/AP IMAGES


다른 수비 상황 때처럼 클리어링을 할 때 경기의 상황을 빠르게 봐야 하는 이유도 위와 같다. 공을 경기장 밖으로 차 상대에게 코너킥을 주는 수비수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굳이 상대를 돕냐고? 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세트 피스를 주는 것이 다른 옵션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클리어링을 통해 동료들에게 공을 가게 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걷어야 한다. 위험한 선택 같지만 그 선택 뒤에는 많은 전술적 이유가 있다. 나는 메시나 네이마르 같은 선수에게 단 1초라도 더 공을 잡는 기회를 주는 것보다 경기장 밖으로 공을 차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시간. 필드 위에서는 1분 1초가 럭셔리다. 내가 스트라이커를 막고 있으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 그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나는 그보다 단 1초라도 더 빠르게 움직이려고 한다. 1초. 수비할 때 내가 원하는 건 1초다. 그 1초가 나의 가장 큰 무기다.

그것과 내가 공격수로 뛰어본 경험. 나는 공격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들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면 그들의 움직임을 안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케이. 그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왼발로 슛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진: MARTIN MEISSNER/AP


마치 포커와 같다. 모든 스트라이커는 특유의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선수를 상대할 때에는 비밀 계획 같은 것은 없다. 호날두가 정말 특별한 이유는 양발로 환상적인 슛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항상 나의 뒤를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다.
나의 키퍼.

원본: http://www.theplayerstribune.com/jerome-boateng-bayern-munich-defender/

매거진의 이전글 카를로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