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로서의 뮤지엄
이제 뮤지엄에서 이루어지는 학예업무 중에서 마지막으로 뮤지엄 운영과 관리를 살펴보려 한다.
흥미로운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시하는 학예사 자격인정기준에서 인정하는 업무는 전시, 연구, 조사, 자료의 수집, 관리, 보존, 교육으로 앞서 살펴본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그와 분리된 홍보나 관람객 응대를 포함한 뮤지엄운영 관리를 통상적인 학예 업무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추가 조항에서 학예업무로 인정하는 홍보와 관람객응대를 포함한 뮤지엄운영관리 업무는, 학예업무의 연장선상으로서 전시나 연구, 조사, 자료 수집, 관리, 교육과 긴밀히 연계되는 홍보, 관람객 응대, 뮤지엄 운영업무로 학예 이외의 행적직군의 업무와 다른 것으로 한정 짓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에서 발간한 학예전문인력 업무표준안에서는 뮤지엄의 운영 및 관리 업무를 우선 뮤지엄 특성 조사분석, 뮤지엄 운영과 관리 지원으로 크게 구분해서 제시하며 처음부터 학예업무로 포함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이들 역시 결국은 연구와 조사를 바탕으로 나머지 전시, 연구, 조사, 자료 수집, 관리, 교육 등의 학예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업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학예사 자격인정기준에서는 학예의 핵심적인 업무인 자료수집과 관리, 전시, 교육을 중심으로 이를 지원하는 홍보 등 운영업무까지 만을 학예업무로 인정하는 보수적인 입장이라면, 학예전문인력 업무표준안에서는 자료수집과 관리, 전시, 교육을 위한 조사와 연구, 조직관리와 운영까지도 포괄하여 학예업무로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후자가 현실적으로 한 명의 학예사가 뮤지엄 전체를 관리하는 작은 박물관이나 미술관들까지도 고려한 업무범위 산정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전자의 학예업무인정범위도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추가로 학예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두 기준 모두 뮤지엄의 학예업무가 특히 뮤지엄 자체와 뮤지엄을 둘러싼 환경, 뮤지엄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포함하여 연구, 조사하고 운영, 관리하는 것까지 포괄한다는 것이다. 물론 뮤지엄의 예술과 사회의 매개체라는 역할을 상기할 때, 이는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전제이자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장품 수집, 전시, 교육과 같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나무에 몰두하다 간과하게 되거나 놓치게 되는 숲이라는 점에서 잊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뮤지엄 운영관리 업무의 종류와 과정
위에서 간략히 언급했듯이, 자격인정기준과 업무표준안의 뮤지엄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학예업무를 살살 펴보면 다음과 같이 뮤지엄의 특성 조사분석, 뮤지엄 운영관리 지원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뮤지엄 특성조사 · 분석
- 뮤지엄 역사 및 소장품 현황 파악하기
- 뮤지엄 운영 현황 및 자원 파악하기
- 뮤지엄 지역 특성 및 문화자원 파악하기
- 인적, 물적 자원 네트워크 형성 및 교류, 협력하기
뮤지엄 운영 · 관리 지원
- 뮤지엄 홍보하기
- 지원사업 기획, 관리하기
- 뮤지엄 고객관리하기
- 뮤지엄 인적자원 관리하기
- 뮤지엄 내부 전문인력 역량강화하기
뮤지엄 조사와 분석은 선행하여 이루어지는 업무로 분리되어 있으나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가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업무이기에 실제로는 조사와 분석 그리고 운영과 관리는 밀접하게 쌍을 이루는 업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나 전자는 뮤지엄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수집, 소장, 전시,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는 기반을 만들고 후자는 수집, 소장, 전시, 교육결과의 갈무리를 짓는다는 점에서, 결국 둘은 뮤지엄의 학예업무가 만드는 일련의 흐름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결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장품 수집이라는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기존의 뮤지엄의 소장품 현황과 수장고 파악, 운영에서 수집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성, 주변 지역을 비롯한 연계 네트워크를 파악해서 수집을 위한 정보를 얻고 협력을 끌어내는 등의 기존의 특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수집이 이루어지고 나서도 이를 뮤지엄의 중요한 콘텐츠로 다루며 홍보하고 관람객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된 지원사업을 검토해 보는 등의 운영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쌍을 이루는 조사와 분석 그리고 운영과 관리가 충실히 뒷받침되어야 수집, 전시, 교육이라는 각각의 파트가 뮤지엄 콘텐츠로서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관람객, 사회와의 상호작용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3. 뮤지엄 운영관리 업무를 좌우하는 요소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 업무는 뮤지엄이라는 조직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미 살펴보았던 세 가지 업무- 수집과 소장, 전시기획과 운영, 프로그램기획과 운영-보다 접근하는 관점과 층위가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 업무를 좌우하기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계속해서 언급하고 강조한 바 있는 뮤지엄의 미션과 비전, 주요 연구주제, 예산, 물적인 그리고 인적인 자원들은 바로 뮤지엄 운영관리의 요소로 뮤지엄의 운영관리를 좌우하는 일부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뮤지엄이 쌓아온 역사와 뮤지엄이 위치한 지역, 문화예술계 내의 맥락, 관람객과의 관계까지 뮤지엄의 유무형의 자원과 유무형의 맥락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며 뮤지엄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하여 실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 업무는 종적으로 동시에 횡적으로 거시적인 관점을 필요로 한다.
업무표준안의 뮤지엄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세부업무로 제시된 항목들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예를 들어, '뮤지엄의 설립취지와 미션, 실천과제를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업무 목표 및 방향성을 정립한다'거나 '뮤지엄이 위치한 지역 내의 교류와 협력이 가능한 문화유관 기관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혹은 '국고, 지자체, 기업,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 주최기관 및 재원 구분, 사업목적에 따른 지원사업 종류 조사, 사업 계획, 기획서 작성 및 지원하고 운영한다', '관람객을 비롯한 잠재 관람객, 관계자 및 전문가를 포함한 장기적인 관람객 증대와 관리를 모색한다', '회원, 후원회, 기증자 리스트 현행화 및 운영소식 제공, 인적자원 확장 방안을 모색한다', '법정 의무교육, 개인역량강화 교육, 연구모임, 관련학회, 타기관 조사, 연구자료 수집 등 주체적이고 지속적인 전문성 갱신을 통한 재교육, 자기 역량을 강화한다' 등의 항목들은 업무의 세부항목이 아니라 사실상 각각이 그 자체로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업무에 가깝다.
만약 당신이 업무를 맡게 된다면, 당신이 속한 뮤지엄뿐만 아니라 과거의 그리고 현재 다른 뮤지엄들의 사례까지 조사하고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 연구하고 실행해야 할 내용인 것이다. 실제로 규모가 큰 뮤지엄의 조직도와 업무분장표를 참고해 보면*, 위의 각 세부항목에 해당하는 업무들- 예를 들어 뮤지엄 전략 및 사업기획, 관람객 응대 및 인적자원 확장 기획 등-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업무로 나뉘고 업무 담당자 역시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나누어 협력하며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당신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학예인력들의 관점 그리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향에 따라서 뮤지엄의 방향성도 예산도 운영의 방식도 움직이게 된다.
결국 뮤지엄의 기존의 미션과 비전, 주요 연구주제, 예산, 물적인 그리고 인적인 자원이라는 변경될 수 없는 조건들과 더불어 뮤지엄 학예인력이 뮤지엄을 둘러싼 시공간적인 맥락을 읽어내는 통시적인 그리고 공시적인 관점에 따라서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4. 세부 업무와 거시적인 조망을 오가며 관람객과 만나기 위한 초점 찾기
물론 뮤지엄의 학예업무는 뮤지엄의 물적, 인적 자원의 조사와 분석을 시작으로 한 번의 수집이나 한 번의 전시, 한 번의 교육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집-전시-교육이 연결되어 이어지며 다시 이들의 결과물을 갈무리하며 뮤지엄의 물적, 인적자원을 확장하게 된다. 각각의 업무가 단선적으로 시작과 끝으로 마무리된다기보다는 각각의 업무들이 일련의 흐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선적인 구조로 순환하며 뮤지엄 전체의 운영과 관리도 거시적으로 발전해 나간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규모가 큰 뮤지엄의 일원으로 구체적인 학예업무를 담당하게 된다면, 그것이 수집과 소장, 전시기획과 운영, 교육기획과 운영, 뮤지엄 운영과 관리, 무엇이든 일부만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담당하는 일부의 업무를 해나갈 때에는, 최대한의 결과물을 내고자 담당 업무의 세부적인 과정과 방법을 숙지하고 수행하는 줌인과 전체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의 방향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며 방향과 결을 유지하고 뮤지엄의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하고자 하는 줌아웃을 반복해 가며 관람객을 만나기 가장 적합한 주제와 소재, 방법 등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초점을 맞추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혹 당신이 규모가 작은 뮤지엄에서 학예업무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업무를 해나갈 때에는 각각의 업무를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도 해당 업무의 세부에 줌인해 진행하되 전체 뮤지엄의 운영과 관리방향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줌아웃을 오가며 관람객들을 마주할 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들, 관람객에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고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뮤지엄 중에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경우,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조직도가 공개되어 있으며 조직도에는 대개 업무분장과 각 업무의 담당자가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