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큐레이터의 마카오여행법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를 넘어선 카지노, 허허벌판 위의 신기루, 코타이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존재한 역사적인 해양 도시. 긴 시간 오갔을 수많은 이들이 남긴 사건들과 그들을 통해 전해지고 번성한 문화는 예술적인 유적으로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종교건축은 예술과 문화, 역사가 응축된 장소이기에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현재의 그곳들을 방문하고 경험하다 보면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부터 거꾸로 더듬어나갈 수 있다. 그곳을 아끼고 가꾸어온 사람들이 추구해 온 아름다움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그리고 그 속에서 감응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모두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곳은 아마 사원과 성 로렌스 성당.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1488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해양도시답게 바다의 여신을 기리고 바닷 기를 오가는 이들의 무사귀향을 기원해 온 곳이다. 마카오관광청에 따르면 마카오라는 도시가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원으로 유교, 불교, 도교뿐 아니라 여러 토착신앙으로 여겨지는 다양한 신을 모신 사당, 조각, 절벽의 바위에 새긴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방문하면 중국식 사원 특유의 강렬한 향내로 후각을 먼저 자극하고 여전히 분주하게 향을 사고 절을 올리고 기도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뒤로하고 사원이 기대고 있는 암석들을 따라 계단을 조금 더 올라 뒤를 돌면, 펼쳐진 항구와 바다의 풍경이 무수히 많은 배가 드나들었을 지난 시간을 상상케 한다.
https://maps.app.goo.gl/FTQMUqjNkP5UijW18
아마 사원을 보고 나면 성 로렌스 성당을 들러 이질적인 두 문화가 공존하는 마카오를 느끼길 바란다. 세나두 광장으로 향하는 길에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카오의 구시가지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르는 이 성당은 마카오 최초로 지어진 성당으로 마카오관광청에 따르면 16세기 중반에 예수회에 의해서 건축되었으며, 현존하는 모습은 1846년의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파사드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계단참에 기도하고 있는 한쌍의 천사상을 지나 우아한 박공을 지나 들어선 내부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유럽에서 이곳까지 전해진 바로크 양식과 더해진 신고전주의 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포르투갈 선원들의 가족들이 선원들의 안전 귀항을 기원하며 기도 드리던 곳으로 그래서 펑순탕 (Feng Shun Tang) - 바람을 잠재우는 곳 - 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https://www.macaotourism.gov.mo/ko/sightseeing/churches/st-lawrences-church
사원과 성당, 두 곳의 각기 다른 경건한 아름다움 속에서 진지하게 기도하는 이들을 목도했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해도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무수히 많은 일들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삶. 내 손을 떠난 일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 섰을 그들의 마음을 지켜보며 나 역시 가만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안녕과 나의 안녕, 우리 모두의 안녕을.
당신은 아마 사원과 성 로렌스 성당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