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큐레이터의 마카오 여행법
당신이 마카오로 떠난다면, 특히 마카오 반도와 코타이 지역 두 군데 모두 들려 보기를 바란다. 마카오는 서울의 구 하나보다도 작은 나라지만 대략 마카오 반도와 타이파, 콜로안 세 구역으로 나뉘고 그중에서도 마카오 반도와 타이파의 코타이 지역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다르다. 나 역시 마카오 반도와 코타이를 오갈 때마다 그 격차에 전혀 다른 세계를 오가는 것 같은 아찔함을 경험하곤 했는데, 당신은 어떨지.
마카오는 지도로 보면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 본토와 거의 붙어있다시피 가깝지만, 포트투갈이 아직 제국이었던 시절의 마지막 직할 지였기에 역사적 중심지였던 마카오 반도에는 포르투갈의 역사적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제는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에 속한 특별행정구역이지만 여전히 중국의 역사와 제국주의 식민정책의 근대사, 그 둘이 얽혀 만들어낸 현대 해양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카오 반도의 도심에 유럽의 도시에 있을 법한 광장과 성당,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관공서들이 머물렀던 유럽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들이 선 오래된 시가지, 중국의 상인들, 마카오인들의 주거지를 엿볼 수 있는 골목들 너머 해가 떨어지면 가로등과 함께 남국의 울창한 열대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조차 과거의 향수가 진하게 배어있다. 그 속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이 풍경이 거쳐왔을 시간과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코타이로 향해 두 곳의 간극을 경험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코타이는 마카오 반도 아래에 있는 두 섬, 타이파와 콜로안 사이를 매립해 만든 일종의 간척지로 두 섬의 이름을 따서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코타이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카지노와 호텔들이 들어섰고 지금도 들어서고 있다. 마카오반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코타이로 진입하던 순간, 자본의 집적이 만들어낸 도시로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바다와 콘크리트, 공사 중인 건물들의 삭막한 풍경 너머 섬처럼 솟아난 선 쇼핑센터, 카지노, 호텔들. 베네치아를 재현했다는 인공호수와 곤돌라, 인공폭포와 분수, 라스베이거스 체인호텔들 사이로 케이블카를 타고 호텔의 안팎을 넘나들며 보석으로 치장된 유니콘, 회전목마, 끝도 없이 늘어선 쇼윈도의 세일상품들은 그야말로 자본이 만들어낸 환상의 한복판에 서게 한다. 특히나 저녁 이후의 코타이 풍경을 놓치지 말기를. 야외의 분수와 미디어파사드, 네온사인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전광판들의 이미지들로 샤워를 하고 거대한 카지노홀로 들어서면 요란하고 정신없는 음악과 도박기계의 효과음 속에 몰두한 도박꾼들과 지치고 피곤한 얼굴로 그들을 시중드는 종업원들의 침묵이 묘하게 대비를 이루며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신기루, 마카오반도와 코타이에서 당신이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