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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ug 16. 2024

평범한 여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지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일상에 관한 세 번째 질문은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혼자 사는 데도 일과 살림을 하는 것만으로 버거울 때가 있었다. 때때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사빈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이를 키우고 가족들을 돌보면서 그녀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을까. 시간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 시간들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했다.  


의식주를 챙기고, 일을 하고, 또 가족들을 비롯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나요? 자신을 위한 시간은 충분했나요? 시간이 있었다면 여가를 어떻게 보냈는지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면 저에게도 힌트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족, 친구, 여가를 위한 시간

지금은 30~50대가 가장 활동적인 시기라고 생각한다. 가족, 직업, 친구, 자유 시간은 매우 영향력이 크지만 (거기에 할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1년에 며칠씩 혼자 휴가를 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단다. 그 당시에는 조금 낯선 일이었지만, 나는 매우 편안하다고 느꼈지. 그리고 남편은 그것을 잘 받아들였어.

동독시절 친구 관계는 잘 발달되어 있었어. 국가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 특히 사적으로 긴밀한 만남을 유지하며 지냈단다. 우리는 많이 만났고, 함께 축하하고, 서로 도왔어. 여가 시간에는 때때로 스포츠를 하고, 수공예 기술을 배웠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을 세웠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처음 5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활동적인 시기였지. 매일 우리는 새로운 것, 많은 법률, 많은 규정을 배우고, 자유 시간을 재설계하고, 해외여행을 예약하고, 학교 개혁을 이해하고, 콘서트와 파티에 참석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잃지 않아야 했단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창조해 냈지.

여가 시간에는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가고, 호수에서 수영하기도 하고, 정원에서 놀면서 보냈단다.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일들. 내 관점에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것이야. 당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아직 아주 작은 역할을 할 뿐이었지. 그 결과, 우리는 여가 시간에도 너무 산만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정말로 집중했지.
그리고 적당하다면 가을이나 겨울에 며칠간 혼자 발트해에 가곤 했어. 해변을 걷고, 해변에 앉아 지켜보고, 나 자신의 일상 리듬을 결정하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 그것은 나에게 순수한 휴식이자 약간의 자유였단다. 더 자주 그랬어야 했는데.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에너지가 없구나.

하지만 지금은 전기 자전거 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단다. 풍경과 자연을 쉽게 탐험할 수 있고, 항상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여행을 할 수도,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지.
물론, 집에 돌아오면 나의 작은 정원을 더욱 주목하게 되지. 나는 정원으로부터 에너지과 평화와 기쁨을 얻는단다.
작은 정원에서 ©Sabine


나는 사빈의 문장들을 읽으며 그녀의 시간들을 그려보았다.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울창한 숲 속을 걷는 모습을, 호숫가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친구들과 운동을 하기도 하고 정원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그리고 이제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늘 다니던 지름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택하는 그녀의 모습을, 새로운 길에서 발견한 나무와 꽃, 새들의 지저귐에 함박웃음으로 조금은 돌아서 오는 그 길을 즐기는 순간을. 정원에서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내면에 차오르는 평온을 느끼는 사빈, 모든 사빈들의 평온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순간들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하루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들은, ······. 그리고 가장 여유롭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조금 더 소중히 그리고 조금 더 음미하며 누리리라고 다짐했다.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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