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Aug 20. 2024

늘 100% 여야하니? 모든 걸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일상에 관한 네 번째 질문은 노력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궁금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친구들, 함께한 동료들이었던 여성들에게도 궁금한 것을 물었는데, 그들이 보내준 질문 중의 하나였다. 나의 것이 아니었음에도 질문을 읽는 순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질문.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쉬다 보면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기분으로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던 순간순간을 떠올리며 이 질문을 일상의 마지막 질문으로 넣었고, 사빈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잘하려고 하다 보면, 너무 애를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너무 애를 쓰지 않고도 잘 지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노력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노력과 긴장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투쟁과 압박이 있다고 생각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많은 노력 끝에 그 일을 정말 잘 해낼 때, 기분이 좋고 뿌듯하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고, 그것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 특히 스트레스가 심하게 느껴져. 불편함을 느끼고 이 부담을 피하고 싶단다. 이러 회피 전략은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고 우리 모두는 일상생활에서 이를 알고 있다.

긍정적인 노력과 부정적인 노력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찾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지. 어쩌면 우리는 직감에 더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여유를 확보하고 긍정적인 노력을 허용해야 할 수도 있어.
부정적인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내가 지속적으로 “노”(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 나는 그것이 항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때로는 이로 인해 개인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 나는 그 불이익을 받아들이고 좀 더 여유를 갖게 되었는지, 아니면 계속해서 노력하기를 받아들일지 다시 확인해봐야 해.

넌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하고 싶니? 항상 100% 좋아야 하니, 아니면 가끔 80%만 만족해도 되니? 그런 (질문) 다음에 자신을 위해 80%를 만들어 보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100%처럼 느껴질 수 있단다. 모든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끊임없이 열심히 노력할 필요는 없단다. 나만의 개인적인 만족선을 찾아보렴. 우리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태평할 수도 있단다.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나는 너도 그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는 정말 훌륭하고, 강하고, 젊은 여성이고, 아이디어가 가득해. 자신을 의심하지 말렴. 의심은 필요하지 않단다. 너와 접촉한 후로 나는 네가 활동적이고 개방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지. 너도 어둡고 슬픈 시간을 겪었지만, 이 시간도 잘 이겨내 왔다. 너 자신을 믿으렴. 필요하다면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고, 할 일 목록에서 몇 가지 항목을 삭제하고, 좀 더 평온해질 수 있단다. 나는 이것을 너희보다 (나이가 든) 우리가 구현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일상의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기준을 낮추는 것은 작은 시작일 수 있지. 그것은 안도감을 가져올 수 있단다.

예전의 우리에게는 너희와 다른 어려움이 있었지. 오늘날에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어려움이 있고, 모든 새로운 세대는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겠지. 요즘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더 힘든 것 같구나. 하지만 시대가 더욱 현대화되고 개방화되었으니, 너희 젊은 여성들은 이를 더욱 활용할 수 있겠지.
꽃 피우다 ©Sabine

신기하게도 사빈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직하고도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스트레스를 면밀히 살피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아니오라고 말을 하거나 혹은 조금 더 버티며 일을 지속해 나가기를 결정하는 과정을 그려보며 나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떤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았던가. 어떤 순간에 그 스트레스가 견딜 수 없이 어려웠던가. 그중에서도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지를 스스로 결정했던가 아니면 더는 버티지 못하는 순간에야 놓았던가. 그 와중에도 놓은 나 자신을 탓하지는 않았던가.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고 할 일 목록에서 몇 개를 더 삭제하기. 그리고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지 우선순위를 두기. 80%에 만족하기. 나는 사빈이 준 팁들을 한 번 더 적어두었다. 잊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