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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Sep 12. 2023

2023.6.8 / 사진으로 옮겨지는 행복

크루즈여행 6일차,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

크루즈여행에 점차 적응할 즈음 세 번째 도시에 도착했다. 카보 산 루카스는 멕시코의 5대 휴양지답게 배가 정박하자마자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았고, 이모는 나와 함께 두 번째 모험에 도전하셨다. 항구에 도착한 우리를 두고 많은 호객행위가 줄을 이었고 나와 이모는 그중 한 배를 골랐다. 요트투어와 비슷하게 조그만 배를 타고 유명한 아치도 보며 바다를 한 바퀴 돌고 오는 1시간짜리 투어였는데, 시드니에서 탔던 배와 꽤 비슷하였다. 배 위에는 탄탄한 몸을 자랑하는 투어 가이드가 바다 곳곳을 설명해 주었고 그를 보고 있자니 '바닷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배는 항구에서 다른 해변으로 사람들을 실으면서, 버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수영할 계획이 없이 한 바퀴만 돌고 싶었던 나와 이모와는 달리 함께 배에 올라탄 이들은 수영할 채비를 이미 마친 듯했다. 유독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남녀노소 자유롭게 수영복을 입으며 물을 즐기는 모습은 자유로워 보였다. 예전부터 몸매에 자신감이 없던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수영복을 처음으로 입어본 곳은 한국이 아닌 시드니였다. 아마 멕시코를 먼저 여행했더라면 나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즐겼을 것이다.


흰 물살을 가로지르며 바다는 드디어 유명관광지인 아치에 도착했다. 아치는 카보 산 루카스의 남쪽에 위치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모양의 암석으로 그 모습이 마치 문과도 같았다. 그곳에서 가이드는 한 명씩 선체 앞으로 나오게 해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런 기회는 결코 놓칠 수 없었으므로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 양팔을 들어 올린 채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였다. 그렇게 찍힌 사진 속 내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현재를 즐기고 사랑하는 듯이 보였고, 보정한 얼굴을 잘 올리지 않는 내가 그 사진만큼은 어떤 것도 손대지 않고 SNS에 올려 이 여행을 자랑했다. 모두 다 입을 모아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게 배 투어를 마친 이후에 이모와 함께 저녁을 먹고 선체 안을 돌면서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우리가 크루즈에 와서 처음으로 보았던 공연장에는 이번에도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와 이모는 그곳을 둘러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여행에 돌아온 이후 나는 카보 산 루카스에서 찍은 사진을 여러 번이나 바라보았다. 사진 속 내 모습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기에, 다시 볼 때마다 그때의 행복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바다를 가로지으며 느낀 시원한 바람,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 열심히 설명해 주던 가이드까지.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멕시코가 보여준 각기 다른 모습은 내가 방문한 그 어느 관광지보다도 날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 항구에 내리자마자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위험해서 차마 가보지도 못한 번째 도시까지.


그럼에도 멕시코란 나라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기회가 닿는다면 항구도시가 아닌 유명관광지를 다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렇게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항해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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