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은 다 쓰러져가는 DCU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컨저링시리즈의 제임스완 감독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액션 쾌활극은 아쿠아맨이 처음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게다가 극 중 메라역의 엠마 허드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기 전이었던지라 <아쿠아맨>은 잘 만든 한 편의 오락영화로서 기능을 충실히 다하였다. 이런 괜찮은 작품을 전작으로 두고 있으니 <아쿠아맨과 라스트 킹덤>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아쿠아맨과 라스트 킹덤>의 줄거리는 기타 여느 버드무비와 큰 차이점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전 편에서 감옥에 수감됨 이부동생 '움'과 함께 빌런인 '블랙 만타'를 소탕하고자 하는 내용이 기승전개로 매끄럽게 전개된다. 가족애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이부동생과 티키타카하며 적을 소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익숙하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번 영화 역시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에는 한 끝차이로 고루함이 따라온다. 이미 이러한 히어로, 버드무비를 많이 봐온 관객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스토리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본다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아쿠아맨의 색다른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 또는 팬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흡사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양분화된 관객의 반응을 보는 듯하다. 물론 무조건 모든 영화가 새로울 필요도 없거니와, 재밌게 잘 만들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히어로영화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MCU의 전성기 때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버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실제로 주인공은 두 명이므로 시선이 두 캐릭터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엠마 허드의 논란과 DCU의 상황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위험한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한 제임스 완 감독에 결정도 이해되는 바이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오락영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다하였기에, 향후 시리즈를 내다보고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어쩌면 모험을 넘어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