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오만함을 가진 남자와 그런 남자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여자의 혐관 로맨스. 영화 <F1 더 무비>는 재밌게도 이런 로맨스 영화의 공식과 닮았다. 앞서 말한 남녀주인공의 종착지가 사랑이라면, 여기는 세대 간의 화합 그리고 우정,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의 차이일 뿐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이렇다. 천재 드라이버로 떠오르는 젊은 신예 조슈아 앞에 새로운 팀원이랍시고 오래전 루키였던 아버지뻘의 드라이버 소니가 나타난다. 서로의 상황과 세대도 다른 두 사람은 어찌 되었건 팀의 존폐를 위하여 합심해야만 한다.
영화 <F1 더 무비>는 감독의 전작인 <탑건: 매버릭>을 본 사람이라면 좋아하려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무면허자인 내가 보아도 당장 운전대를 잡고 싶을 만큼 몰입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매끄러운 서사와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한스 짐머의 O.S.T는 그야말로 심금을 울린다. 영화의 서사는 단순하다. 한 필드 내에 오래전 전설과 지금 떠오르는 신예의 갈등, 화합, 그리고 아름다운 우정이 막힘없이 뻗어나간다. 영화의 소재인 F1에 대해 생소한 관객들에게는 이러한 간단하고도 모두가 동감될만한 서사는 감정이입을 돕는다.
관객이 영화에서 느끼고자 하는 속도감을 그대로 체감하게 함으로써 F1을 잘 모르는 관객들도 끝내 몰입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F1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흥행한 이 영화의 강점이다. 소니의 경기운영 방식이 F1의 원칙을 넘나드는 회색지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받을 수 있는 비판은 끝내 그로 인해 팀이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다.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해 의견이 분분히 나뉘는 지점은 영화의 작품성보다도 이를 바라보는 논점의 입장차일 것이다.
소위 말 그대로 요즘 젊은 애인 조슈아는 한물 간 뒷방 늙은이로 치부하던 소니를 닮아간다. 신식장비로 훈련받던 그는 소니를 따라 공으로 반응속도를 훈련하기도 하며 그를 따라 팀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조깅한다. 조슈아가 소니를 닮아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소니가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둘의 사이를 풀어주기 위해 열린 소소한 카드게임에서 무려 겜블러로 활약한 소니는 조슈아에게 게임의 승리를 양보한다. 그리고 그런 소니의 배려로 조슈아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들을 스스로 돌아본다. 상대의 강점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드라이빙만큼이나 값진 능력이다.
결국 두 사람이 팀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가진 F1에 대한 진심이다. 같은 필드 내에서 같은 업을 하는 사람만이 가진 동질감은 그 어떤 관계만큼이나 단단한 결속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이 서로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진심을 바라볼 때 사랑이 이뤄진 것처럼 조슈아와 소니 역시 단단한 우정을 이룬다. 편견과 오만을 잠시 접어두고 서로의 진심이 통해 이뤄진 값진 성과는 그 어떤 로맨스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러니 이 영화 역시 진정한 브로맨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