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지나고,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한 날로부터 어느덧 2년이 지나고야 말았다. 그때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지금도 더위가 한창이었다.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겠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한 가지만 빼고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일주일에 고작 토요일과 수요일 저녁에 잠깐 참석하는 취미일 뿐인데, 크게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 겉으로는 변한 것이 그다지 없어 보였지만, 실은 알고 있었다. 세상만큼이나 춤을 배우기 전과 후의 나의 삶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춤을 배우고 나서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알아요? 바로 그냥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노래에 맞춰서 집 안에서 마음껏 몸을 흔들어 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소셜 시간이 거의 끝나고 모두가 바를 떠난 뒤, 나와 넬리님, 그리고 DJ 비비비님만 남은 넓은 홀에서, 갑자기 흥겨운 부기우기 음악이 흘러나오자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막춤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냥 음악의 흐름에 따라 몸을 흥겹게 흔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라면 바로 그 점이었다. 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춤을 추는 게 좋았고, 토요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춤을 추는 게 좋았다. 음악에 맞춰 마음껏 표현하고 흔드는 것만으로 웃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친김에 몇 번이고 질문하고 답을 했던 주제,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음악의 구조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이 음악을 듣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음악의 선율, 리듬, 화성, 박자나 구조 등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어떤 지식도 없이 원시 사회의 음악적 본능만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흥겨운 음악에는 뛰어놀고 서정적인 노래에는 서정성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춤의 본질이 아닐까?
"너는 음악을 듣고 있지 않아. 한 프레이즈를 6 카운트로 추려고 하지 말고, 8 카운트를 채워서 춰봐. 너를 보면 내가 예전에 추던 게 생각나서 이야기해주는 거야. 나도 너처럼 췄거든. 많지는 않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음악을 들으며 추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추고 있는지를 봐봐."
오랜만에 바에 와서 내 춤을 본 형님은 이렇게 말했다. 나름 음악을 들으면서 추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조금은 반발심마저 들었지만, 형님의 말씀은 일리가 있었다. 특히나 내게 조언해줄 만큼 친밀한 팔뤄와 춤을 추다 보면 조급해 보이거나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므로, 조금은 더 생각하면서 춰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나 동시에, '흥, 오랜만에 와서 그저 힐끗 본 형님이 나에 대해서 뭘 알아? 나도 음악을 들으면서 추고 있다고!'라고 반박하고 싶은 욕구와 '그렇군요. 형님 말이 맞습니다. 저는 아직 초보니까요.'라고 겸손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정도면 잘 추는 것 아냐?'라고 우쭐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왔고, 그러면서도 스윙 음악의 구조와 8 카운트에서 여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생각이 일순간 머리를 휘저었다.
쉼 없이 춤추다가 그의 이런 말을 듣고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고 생각을 정리할 겸, 잠시 자리에 앉아 여러 쌤들이 어떻게 추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앉아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내친김에 쌤들이 8 카운트를 어떻게 동작으로 만들어 가는지를 음악에 맞춰 보며 남은 2 카운트를 어떻게 채우는지를 살펴보았다. 화려한 패턴 동작보다도 뮤지컬리티를 하거나 팔뤄가 활용할 수 있는 여백으로 남겨 두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대체로 8카운트를 채우고 새로운 프레이즈의 시작에 새로운 동작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와 넬리님, 그리고 텅 빈 홀이 음악으로만 채워지던 바로 그 늦은 저녁 시간에, 머리는 바로 그런 복잡하고 의기소침해질만한 생각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면 정말 의기소침해질까 봐, 그저 그녀에게 "음악을 좀 더 들어야겠어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너무 음악의 구조를 생각하면서 추면 춤이 재미가 없어질 수 있잖아요. 춤을 출 땐 그저 즐겨요. 많이 추다 보면 익숙해지니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가는 말이었는지, 혹은 머릿속에 가둬둔 의기소침한 나를 얼핏 보고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의 나에게는 꽤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하기야, 글을 잘 쓰려면 일단 글을 계속 써봐야 하고 운동을 잘하려면 그 운동을 계속 해봐야 하듯, 춤도 마찬가지겠지.’
송나라 시대의 뛰어난 문인이었던 구양수는 좋은 문장을 지으려면, ‘많이 읽고(다독), 많이 짓고(다작), 많이 생각하라(다상량)’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을 춤에 녹여 보면, 좋은 춤을 추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습득해야 하고 많이 춰봐야 하며,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넬리님은 다작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오랜만에 본 형님의 말은 다상량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고, 형님의 말을 꼬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누우니 그날 배운 것들과 그 이후에 있던 여러 일이 머릿속에서 영상처럼 흘러갔다. 두 분의 말과 수업을 생각하다가 문득,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의 요지는 누구나 그냥 1만 시간을 보내야 거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1만 시간 동안 올바른 연습과 실천을 전략적으로 해야 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춤도 마찬가지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중요한 건 1만 시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꾸준함과 올바른 전략과 그리고 알맞은 훈련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한 점에서 두 분의 이야기는 두 분의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꾸준히 춤을 즐기면서도 올바른 전략을 세울지 고민하게 했다.
‘그렇다면 올바른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중급 수업을 어떻게 들으면 좋을까?’
지금 듣고 있는 중급 수업은 스윙 댄스의 토대를 이루는 뿌리나 몸통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고급스러운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몇 번의 기초나 다른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기도 했다.
나는 고급 동작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다독(많이 보고 습득하라)과 다상량(많이 생각하라)이라는 관점에서 이 중급 수업의 목표와 기준을 '어떻게 저 동작에서 특정 스윙 댄스 동작의 기본 원리가 사용되고 있는가?', '어떤 동작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되고 있는가?', '저 동작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본 동작들이 잘 다져져 있어야 하는가?', '기존에 배웠던 것 중에서 비슷했던 것들은 무엇이 있었는가?' 등을 틈틈이 살펴보기로 했다. 이는 쌤들의 교수법과도 관련이 있었는데, 두 분은 기본 원리와 중심 이동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이어지는 특정 고급 동작의 부분별 설명, 그리고 종합이라는 서술방식을 택하고 있었고 1주차와 2주차 수업이 연계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기초 원리에 대한 상기, 동작과 동작의 연계, 그리고 연계된 동작들의 기본 원리들과 기존에 습득한 동작들의 강화 등을 고려하면서 이번 수업에서 배운 것들과 소셜 시간에 쌤들에게 물어 지도를 받았던 것들을 글로 복기해 보기로 했다. 일종의 메타적 사고이기도 한데, 이렇게 의식하면서 보면 기존의 배운 것들을 복습하면서도 동시에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을 그 위에 쌓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2주 차 수업의 주제는 할타키어 스윙아웃이었다. 이 스윙아웃 패턴은 지난주에 배운 서클 동작과 스윙아웃의 기본 원리를 응용한 동작이었다. 최근에 베이직을 생각할 때, 무게 중심의 확실한 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타키어 스윙아웃 역시 7, 8 카운트에서 리더 기준 왼발에 무게 중심을 싣고 있다가 오른발 트리플로 이동하고 동시에 팔뤄를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켜주는 동작이었다.
연결 동작을 연습할 때는 모든 것을 한 번에 익히려 하기보다 동작을 나누어 안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게 좋듯, 쌤들은 처음에는 기본적인 무게 중심의 이동 후 트리플로 팔뤄와 리더가 멀어진 상태를 보여주는 연습을 먼저 하게 했다. 확실하게 팔뤄를 반대로 보내는 동작은 약간은 스윙아웃 베리에이션 중에서 '스윙아웃 5 카운트에서 점프'로 상대를 보내는 동작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수업 이후에 교정을 받으면서 그 생각을 가지고 시연을 했을 때 가장 괜찮게 되는 듯했다.
그다음에는 서클 동작에 대한 지도가 있었다. 1주 차에도 서클의 기본 동작과 서클 스탑 등을 배웠으나 아직도 내게는 서클 동작이 어색하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그게 왜, 어떤 이유로 안 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조이쌤의 말씀은 내가 왜 지금껏 서클이 안되었는지를 단박에 깨닫게 했다. 말씀을 정리하면 대략 이러했다.
"서클을 할 때, 리더는 왼발이 피벗이 되어야 해요. 피벗이 많이 되면 많이 돌고 적게 되면 적게 돌 수 있어요. 오른발은 팔뤄의 발과 가까이 붙여 중심을 잡고 돌고요. 참고로 피벗은 발바닥이 바닥에 붙어 회전하는 동작이에요. 스텝은 팔뤄의 스텝과 바운스에 맞춰야 해요."
또 이런 말씀도 하셨다.
"리더들이 팔뤄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있어요.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강하게 하지를 못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느낌에서 살살 하곤 하죠. 그런데, 내가 프레임과 중심이 잘 잡혀 있다면 세게 해도 괜찮아요. 팔뤄도 그걸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고요."
쌤들은 그 예시로 세게 돌아도 프레임이 제대로 잡혔을 때와 그렇지 않고 휘둘렀을 때의 차이점을 보여주며 설명해주셨다. 깨닫고 보니, 나는 저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일단 피벗으로 돌지 않고 상체를 움직이며 스텝만으로 돌다 보니 중심이 흔들렸고, 팔뤄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강하게 돌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왼발 앞쪽 발바닥으로 담배를 지그시 눌러 끄는 느낌으로 서클 스텝을 밟을 때마다 왼발 피벗을 유지하며 상체의 프레임을 지켜 팔뤄를 몸으로 돌렸다.
"괜찮아요? 혹시 제가 세게 하거나 이상하거나 하진 않아요?"
"아니, 좋은데?"
"정말요? 세거나 혹은 휘두른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응."
함께 연습하던 상대의 이 말에 순간 뭔가 머리 위에서 펑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장면을 누군가 만화처럼 그렸다면 머리 뒤로 폭죽이 펑펑 터지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세게 해도 프레임 유지만 괜찮다면 팔뤄에게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기존에 배웠던 동작 중에서도 조금은 강하게 끌어와서 해야 할 필요가 있던 것들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서클 스탑 등이 그러했다.)
서클과 더불어 할타키어 스윙아웃에 대한 수업이 끝나고 그다음 시간에 쌤은 꽤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셨다. 서클을 하면서 팔뤄가 리더의 팔을 지탱하고 리더가 정강이 옆쪽 근육을 쓸며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동작이었다. 어떻게 보면 힙합 브레이크 댄스의 원스텝 동작과 더불어 주짓수나 레슬링에서 정강이로 이동하면서 상체를 일으키는 스트레칭 동작과 유사해 보였다. 설명과 시연이 끝나고 동작을 따라 하려니, 술 취한 사람이 전봇대 기둥을 잡은 듯한 모습이 되어 서로 깔깔깔 웃었다.
“이 동작은 제대로 잡지 못하면 상대가 고꾸라져 다칠 수도 있어요. 꼭 잡아달라고 말해서 상대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팔뤄는 허리를 안고 있는 리더의 팔을 꽉 잡아주셔야 해요”
쌤들은 몇 번이고 위험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이 고급 동작을 한동안 연습한 후, 다시 서클 동작으로 돌아가서 3 카운트 스텝에서 무릎을 들어 올려 회전의 느낌을 신나게 바꾸는 동작을 배웠다. 다리를 들어 트리플 동작을 하나 한 것만으로도 무브의 느낌이 달라졌다. 다른 고급 동작과 마찬가지로 바로 따라해보려니 쉽지 않았다. 박자에 맞춰 무릎을 들어 올리고 내리면서 오른발로 트리플을 하는 이 동작은 하프 브레이크의 킥 볼 체인지 동작에서 킥 대신 무릎을 올리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그 동작은 좀 익숙한 터라 비슷할 거라 생각하며 연습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선 왼발 킥 볼 체인지가 오른발만큼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고, 무릎을 들어 올리고 내리기보다 들려 있는 상태에서 내리는 느낌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이 동작과 더불어, 함께 배운 스윙아웃 3 스텝에서 왼 무릎을 들어 팔뤄를 기다리고 받는 스윙아웃도 잘 안 되고 있었다. 문득 그 1주 차 소셜 시간에 핑퐁쌤이 해줬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아! 스윙아웃을 할 때 미리 마중 나가는 스타일이네요.”
“네? 제가 마중을 나간다고요?”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긴 한데, 지금 방식은 3 카운트까지 팔뤄가 오는 걸 기다리기보다 4 카운트에 미리 마중 나가 기다리고 있어요.”
두 쌤은 내가 하는 스윙아웃 방식과 3 카운트까지 팔뤄를 기다려서 받고 스윙아웃을 서로 비교해 보여줬다.
그 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3 카운트에서 무릎을 들어 스윙아웃을 할 때, 충분히 팔뤄의 신체가 내 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감지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나는 지금 고무고무 루피다. 팔뤄가 띠용하고 팔이 늘어나는 지점까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가 움직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서 천천히 스윙아웃을 해 나갔다. 쉽지 않았지만, 몇 번을 계속해서 연습하니 익숙해져 가는 듯했다.
수업 중이나 평상시에도 쌤들의 지나가는 말들에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몸으로 하던 연습 이외에도 고수들이 지나가면서, 또는 웃으면서 하던 말들이 도움이 된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쌤들은 우리가 서클 연습에서 어지러워하자, 웃으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이런 말을 했다.
“회전할 때 어지럽잖아요? 머리를 먼저 돌리고 몸통을 돌리면 그게 좀 덜해요.”
실제로 서클 등을 해보니 어지러움도 적을뿐더러 뭔가 나 자신이 전문가처럼 추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오늘 몸으로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텐데…….'
지금 알고 있어도 나중에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다고 해서 조바심을 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면 아까울 것 같아 한 번이라도 더 연습을 해보려고 했다.
'수업은 수업일 뿐이에요. 수업이 끝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량의 3배, 아니 5배 이상 연습해야 해요.'
스윙 댄스를 배우면서, 이따금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나 자신을 향해 있을 때가 있어 뜨끔할 때가 있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걸 잘하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계속 연습하고 써먹어야 한다.' 이렇게 다짐하면서 의식적으로 써먹어 보려고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매번 익숙한 것들이 먼저 나와 결국 몇 번 쓰지도 못한 채 잊어버린 적이 많았다.
'편한 것만 쓰려고 해선 안 된다.'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한 춤에 한 번 이상 이 동작을 의식적으로 집어넣어 본다.'
그런 욕심에 쌤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피드백을 받으려고 일부러 소셜 시간에 두 분이 쉬고 있는 틈을 타서 그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하나씩 1주 차와 2주 차에 배운 것과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른 곳에서 해보고 와서 물어봐도 될 것을, 그 앞에서 계속 연습하고 피드백을 요청해서 조금은 두분들을 난처하게 한 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두 분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늦게까지 우리를 봐 주셨다.
"할타키어를 할 때, 계속 리더만 이동하고 있어요. 팔뤄가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리버스 턴을 할 때는 상체가 가깝게 붙기보다 팔뤄의 다리와 가까이 있어야 해요. 간격이 멀면 돌기가 어려워져요."
"서클 브레이크를 할 때는 지금 보면 상체가 뒤로 기울여져요. 그렇다 보니 팔뤄의 중심도 뒤쪽으로 무너지는 거예요. 상체를 좀 더 앞쪽으로 기울여 봐요."
두 쌤의 지도를 바탕으로 동작의 움직임을 신경 써가며 반복 연습을 했다. 특정 동작이 안 되면 그 동작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다가 그다음 동작과 이어 붙였다. 나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치기 싫어 쭈 누나를 비롯해 주변 팔뤄들에게 계속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반복해서 연습했다.
"훨씬 좋아요! 잘했어요."
쌤이 기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머리 위로 폭죽이 “펑!”
이 나이를 먹고도 밝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잘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아냐, 우쭐해선 안 돼.' 붕 뜨는 마음을 다시 붙잡고 쌤들이 떠나간 후에도 연습을 계속했다.
'나는 잘 하고 있는가? 나는 혹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스스로 우쭐대고 있는 건 아닐까? 절대 우쭐해 하지 말자.'
2년이 되고 나도 조금은 잘할 줄 알게 되었다며, 이따금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우월감으로 나 자신의 열린 마음을 닫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의기소침한 것도 금물이었다. 우쭐함과 의기소침 사이에서 마음을 열고 남이 어떻게 하든 내 할 일을 우직하게 해나가면 될 일이었다. 나의 비교 대상은 오로지 어제의 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스윙 댄스를 한지 1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이 글을 다시 열어 보고 마음에 새길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다짐을 했다.
'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무더운 여름을 두 번 보내고 나서, 이제야 긴 시간의 기둥을 쌓아 올릴 작은 초석을 닦기 시작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