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In A Mellow Tone

7. "이 부드러운 노래와 함께라면," [with 팟캐스트]

May 13. 2025

신나는 스윙 음악을 듣다 보면, 그 매력적인 리듬 뒤에 숨겨진 가사의 의미나 음악의 창작 배경이 궁금해지지 않으셨나요? 종종 여러 자리에서 스윙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분들이 노래 가사의 의미와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해 알고 싶어 하시더군요. 그래서 내친김에, 연재를 통해 특정 스윙 곡들의 배경 이야기, 영어 가사의 뜻, 그리고 시대를 거쳐 재해석된 다양한 버전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아래는 해당 글을 리뷰한 팟캐스트 방송입니다. 함께 감상해보시죠.

https://youtu.be/ATzJPFgAgYc?si=Q3TVl0_09TQjcuZc

재즈 이야기 팟캐스트는 Google NotebookLM 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늘의 곡은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대표곡 중에 하나인 In A Mellow Tone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여유롭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노래로, 지금까지도 여러 가수들에게 사랑받는 재즈 스탠더드죠. 여정에 앞서, 어떤 노래인지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목소리로 들어보시죠.

https://youtu.be/gbw3mMDg6Y0?si=DjXThUEn57rq-f86

Ella Fitzgerald Sings the Duke Ellington Songbook

곡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맥락

"In A Mellow Tone"은 또는 "In a Mellotone"으로도 알려진 이 노래는 1939년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이 작곡하고, 작곡 이후 밀트 가블러(Milt Gabler)가 가사를 쓴 재즈 스탠더드입니다. 1917년에 발표된 Art Hickman과 Harry Williams의 "Rose Room"이라는 곡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https://youtu.be/HZl527vT2eQ?si=PfEj78zJeXoLjLF0

Rose Room (Hickman) by Art Hickman’s Orchestra

이 노래가 익숙하지 않으시면, 댄서들에게 익숙한 Hot Swing Sextet 버전으로 들어보시죠.

https://youtu.be/2JpUayb0p4U?si=ozImiUpi6FqLZkDl

Rose Room · Hot Swing Sextet(2018)

참고로 이 곡은 1932년에 엘링턴 자신도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lzKbdhJod4?si=oo6xuZd_6LuO6BV-

당시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기존 곡의 코드 진행 위에 새로운 멜로디를 얹는 콘트라팩트(contrafact) 기법이 유행했는데, "In A Mellow Tone" 역시 그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죠.

콘트라팩트(contrafact)란?

기존에 널리 알려진 곡의 친숙한 화성 진행(코드 진행)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멜로디를 얹어 만든 곡이나 작곡 기법을 의미한다. 즉, 원곡의 코드 구조는 유지하되 멜로디만 완전히 새롭게 작곡하는 방식이다.

이 기법은 클래식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재즈에서는 1940년대 비밥(Bebop) 시대에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뮤지션들은 저작권 문제를 피하거나, 자신만의 창의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 방식을 자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찰리 파커(Charlie Parker)와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등은 기존 스탠더드 곡의 코드 위에 새로운 멜로디를 얹어 수많은 콘트라팩트 곡을 남겼다.

"In A Mellow Tone" (Duke Ellington) → "Rose Room" 코드 진행 사용

"Ornithology" (Charlie Parker) → "How High the Moon" 코드 진행 사용

"Anthropology" (Charlie Parker & Dizzy Gillespie) → "I Got Rhythm" 코드 진행 사용

"Evidence" (Thelonious Monk) → "Just You, Just Me" 코드 진행 사용

작곡가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에 대하여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본명 에드워드 케네디 엘링턴, 1899~1974)은 평생 1,0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겼으며, 이 중 상당수가 오늘날까지 재즈 스탠더드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20세기 미국 음악사에서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에 비견되는 ‘현대의, 그리고 재즈의 작곡가’로 평가받고 오늘날에도 전 세계 재즈 뮤지션과 애호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죠. 그의 대표곡으로는 "In a Sentimental Mood", "Sophisticated Lady", "Solitude",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 "Mood Indigo", "Take the 'A' Train"(빌리 스트레이혼 작곡, 엘링턴 오케스트라의 대표곡) 등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Duke_Ellington

작사가 밀트 가블러(Milt Gabler, 1911~2001)에 대해

밀트 가블러(Milt Gabler, 1911~2001)는 미국의 전설적인 레코드 프로듀서이자 작사가, 그리고 재즈·팝 음악 산업의 혁신가입니다.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그는 20세기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죠. 주요 업적으로는 최초로 레코드 재발매 사업을 시작하고, 우편 주문 판매를 도입했으며, 녹음에 참여한 모든 연주자를 음반에 표기하는 등 음악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코모도어 레코드(Commodore Records) 설립했고, “In A Mellow Tone”, “Danke Schoen”, “L-O-V-E” 등 재즈와 팝 스탠더드의 가사를 썼습니다. 1950~60년대에는 데카 레코드(Decca Records)에서 빌 헤일리의 “Rock Around The Clock” 등 초기 로큰롤 명곡을 프로듀싱하며, 대중음악의 세대교체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ilt_Gabler

원곡 가사와 한국어 번역(직접 번역)

In a mellow tone, feeling fancy free

And I’m not alone, I’ve got company

Everything’s okay, the live-long day

With this mellow song, I can’t go wrong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한껏 자유로움을 느끼며

그리고 난 혼자가 아니야, 함께 어울릴 사람이 있어.

모든 게 좋아, 하루 온종일

이 부드러운 노래와 함께라면, 나는 잘못될 일이 없지.

In a mellow tone, that’s the way to live

If you mope and groan, something’s gotta give

Just go your way and laugh and play

You know there’s joy unknown in a mellow tone

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그게 바로 살아갈 방식이야.

우울하고 한숨을 쉰다면, 뭔가 바뀌어야 해.

그저 네 갈길을 가, 그리고 웃고 즐겨.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알지 못한 기쁨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가사에 담긴 의미

해석이 따로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가사는 단순합니다. Mellow Tone 이란 제목과 가사처럼 인생의 여유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라는 거죠. 재즈 특유의 즉흥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커버 버전

https://youtu.be/A9AGnyg5jGQ?si=ycDLBBf3JSF_wY83

In A Mellotone - Duke Ellington(1940)

듀크 엘링턴의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1939년에 작곡되었지만, 공식적인 첫 녹음은 1940년 9월 5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이 곡의 오리지널 녹음에는 알토 색소폰 주자 Johnny Hodges의 더블타임 솔로가 담겨 있는데, 이는 재즈 역사상 손꼽히는 명연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https://jazziz.com/song-of-the-day-duke-ellington-in-a-mellow-tone/

https://youtu.be/oRffM3CdomA?si=cZFEOn1PfC2mKbqw

Red Norvo - In A Mellow Tone (1943)

레드 노보(Red Norvo)는 미국의 유명한 재즈 뮤지션으로, 특히 실로폰(xylophone)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죠. "Red Norvo And His Overseas Spotlight Band"라는 이름으로 1943년 12월에 "1-2-3-4 Jump / In A Mellow Tone"이라는 78 RPM 레코드를 발매했습니다. 스윙과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를 선보이는 이 앨범은 재즈 스탠더드의 초기 녹음 중 하나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네요.

https://youtu.be/U-hj1grbT3k?si=sABQDfzj6x4uarFP

IN A MELLOW TONE - Mills Brothers (1956년 2월)

연주 버전이 아닌 밀스 브라더스(Mills Bothers)의 보컬 버전을 들어보시죠. 1956년 발매된 "In A Mellow Tone"은 Mills Brothers의 특유의 하모니와 보컬 스타일로 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현재 보컬 버전 중 공식 확인된 것 중 (아마도) 가장 오래된 앨범입니다. https://secondhandsongs.com/performance/746553/all#work-141063

https://youtu.be/5UZ27no3-8w?si=DmRtIvpJsDarBayG

Ella Fitzgerald Sings The Duke Ellington Song Book(1957-01-01)

노먼 그랜츠(Norman Granz)가 프로듀싱했으며,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이 피아노 연주를, 벤 웹스터(Ben Webster) 색소폰을 맡은 이 앨범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 특유의 목소리와 스캣을 들려주죠. 참고로 이 앨범은 제1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재즈 퍼포먼스, 개인(Best Jazz Performance, Individual)'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녀에게 첫 그래미 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PPupb_BXuxY?si=agxiEh8m-ANJwGnl

Ben Webster & Associates 1959

벤 웹스터(Ben Webster)의 앨범 "Ben Webster and Associates"에 수록된 이 곡은 무려 20분 16초 길이로, 앨범의 A면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긴 연주입니다. 테너 색소폰의 거장들인 벤 웹스터,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버드 존슨(Budd Johnson)과 트럼펫 연주자 로이 엘드리지(Roy Eldridge)가 함께 연주했죠. 이 녹음은 친구들 간의 편안한 잼 세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이 세션은 레스터 영(Lester Young)이 세상을 떠난 지 4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루어져, 같은 세대의 또 다른 테너 색소폰 거장에 대한 헌정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하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Ben_Webster_and_Associates

연주에 참여한 뮤지션으로는 벤 웹스터, 콜맨 호킨스, 버드 존슨(테너 색소폰), 로이 엘드리지(트럼펫), 레스 스팬(Les Spann, 기타), 지미 존스(Jimmy Jones, 피아노), 레이 브라운(Ray Brown, 베이스), 조 존스(Jo Jones, 드럼)가 있습니다.

https://youtu.be/UGIYaqz5rI0?si=_P8SBrzs4flEWKAH

Louis Armstrong & Duke Ellington "In A Mellow Tone" on The Ed Sullivan Show, December 17, 1961

이번에는 역사적인 라이브 버전을 보시죠. 1961년 12월 17일에 CBS에서 생방송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The Ed Sullivan Show)에서 루이 암스트롱과 그의 밴드 올 스타즈(All Stars), 그리고 곡의 작곡가인 듀크 엘링턴이 직접 피아노로 참여했습니다. 두 거장의 시너지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감상하시죠.

https://youtu.be/uPUYgjb4Ihg?si=H1cwj2BTEiCCsKJr

Sarah Vaughan, Duke Ellington Songbook 1(1980-01-01)

다시 보컬 버전을 들어보시죠. 1980년 1월 1일에 발매된 사라 본(Sarah Vaughan, 1924-1990)의 앨범입니다.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추앙받는 인물로, 바리톤부터 소프라노까지 오가는 폭넓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또한, 오페라의 디바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표현력을 가진 가수로, 재즈뿐만 아니라 팝 장르에서도 성공했습니다. 특히 피아노 연주 실력도 뛰어났다고 하네요. 좀 더 팝적인 느낌인 강한 그녀의 앨범을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RhaFcQ25Gfg?si=PsPsafnhKnRtb8LC

Bennett Sings Ellington / Hot And Cool(1999)

토니 베넷은 이 곡을 2번 녹음했는데, 한 번은 "Tony Bennett/The McPartlands and Friends Make Magnificent Music(1977년 5월)" 앨범에, 다른 한 버전은 "Bennett Sings Ellington: Hot & Cool(1999년 5월)"이었습니다. 이 앨범은 1999년에 녹음한 앨범으로 듀크 엘링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버전입니다. 이 앨범으로 베넷은 제4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전통 팝 보컬 앨범(Best Traditional Pop Vocal Album)'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토니 베넷은 또한 화가로서도 활동했는데, "In a Mellow Tone" 제목의 레몬 나무 수채화 작품도 그렸죠. (아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