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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샨 Feb 07. 2022

티셔츠와의 작별

사진은 스물두 살인가 세 살 때

머릿속이 새하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고

빨리 중국으로 떠야지 했을 때

내가 산 티셔츠 중 가장 비싼 티셔츠였다

가장 비싼 티셔츠인 만큼

빨래를 자주 돌려도 늘어나지 않아 좋았다

중국에서도 주구장창 입고 한국에서도 주구장창 입어서 햇수로 7년째인데

이제는 구멍이 났다

한 개도 아니고 한 다섯 개는 난 것 같다

그래도 입는다고 고집부리다 배에 뚫린 손바닥 만한 구멍을 보고 버려야겠구나 싶었다

물건에 정 들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 티셔츠는 너무 편하고 예뻐서

입을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티셔츠와의 단출한 작별식을 해야지 하고 올린다

덕분에 밖에 나갈 때 조금은 덜 두렵고 안심되었어 다른 좋은 옷으로 태어나면 좋겠다

너만한 티셔츠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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