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스물두 살인가 세 살 때
머릿속이 새하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고
빨리 중국으로 떠야지 했을 때
내가 산 티셔츠 중 가장 비싼 티셔츠였다
가장 비싼 티셔츠인 만큼
빨래를 자주 돌려도 늘어나지 않아 좋았다
중국에서도 주구장창 입고 한국에서도 주구장창 입어서 햇수로 7년째인데
이제는 구멍이 났다
한 개도 아니고 한 다섯 개는 난 것 같다
그래도 입는다고 고집부리다 배에 뚫린 손바닥 만한 구멍을 보고 버려야겠구나 싶었다
물건에 정 들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 티셔츠는 너무 편하고 예뻐서
입을 때마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티셔츠와의 단출한 작별식을 해야지 하고 올린다
덕분에 밖에 나갈 때 조금은 덜 두렵고 안심되었어 다른 좋은 옷으로 태어나면 좋겠다
너만한 티셔츠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