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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Feb 04. 2018

메리 크리스마스, 라오스!

비엔티안, 루앙프라방, 방비엥 탐방

Intro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두고 라오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     

운 좋게도, 비상구 쪽 창가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조금 더 편하게 떠난 여행.     


깊은 밤, 비행기 창으로 밝게 빛나는 무수한 별들.

북두칠성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지상에서 제대로 보지 못한 그들을 창공에서 만나는 기분이 무척 새로웠다. 

    

무엇인가에 가려서 안 보인다고, 바빠서 시간이 없기에, 다른데 관심을 두고 있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산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주변 풍경 하나하나, 애정을 듬뿍 갖고 꼼꼼히 살펴보리라 다짐했다.     


비엔티안(Vientiane) 일출     


밤늦게 호텔 체크인 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일찍 눈뜬 아침. 

    

방 정면으로 보이는 해 뜨는 풍경에 잠시 넋을 잃은 시간.

고즈넉한 아침 해뜰 무렵
빨갛게 올라오는 아침 해
쑥쑥 올라와 동그랗게 뜬 해

단 몇 분만에 볼록 솟아오른 해님.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


그 햇살을 온몸으로 그대로 받아 안으며, 

잠시 눈감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보던 시간.


"어제의 나와 다르게 오늘을 살고, 

한 뼘 더 성장하여 내일을 살리라"

 

탓 루앙(That Luang) 


라오스 불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탓 루앙 사원은 란쌍 왕국의 세타티랏(Setthathirath, 1548~1571) 왕이 건설했다고 한다.

탓 루앙 사원 가는 길
세타티랏 왕 동상

1566년에 동서남북 네 개 사원을 추가하여 탓 루앙을 둘러싸는 형태로 재건되었지만, 현재는 북쪽과 남쪽의 사원만 남아 있다.


왓 루앙 따이(Wat Luang Tai)


'탓 루앙'의 부속 사원 중 북쪽에 있는 사원으로 와불상이 있는 '왓 루앙 따이.' 

와불상

햇살 아래, 낮잠 자듯 다소곳이 누워있는 불상이 내 눈엔 꽤 인상적으로 보였다. 


파릇파릇한 풀밭 위에 같은 모습으로 누워보고 싶었으니.


                                                                                                                                

빠뚜사이(Patouxay)

                  

승리의 문, 빠뚜사이는 1960년대 우파 정부가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비엔티안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듯.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가 푸른 하늘빛과 어울려 빠뚜사이의 고풍스러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빠뚜사이 & 분수
빠뚜사이 천정을 장식한 힌두신들

빠뚜사이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한참 오르면 비엔티안 시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빠뚜사이에 올라 바라본 비엔티안 시내 풍경

맑은 날씨 덕분에, 비엔티안 시가지를 멀리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닿다
루앙프라방(Luan Prabang) 걷기        


비엔티안에서 국내선을 타고 35분 만에 도착한 루앙프라방.


이 도시는 라오스 북서부 메콩강 유역에 위치하며, 동남아시아 전통 건축과 19~20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 건축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곳으로, 1995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시가 작고 조용한 데다 나지막한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메콩강 풍경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마음 같아선, 작은 배 하나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살살 노를 저어 가보고 싶었다.


안개 속 메콩강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보고 또 느끼고 싶었다.

라오스의 젖줄, 메콩강의 새벽
강, 물안개 그리고..


꽝 시 폭포(Kuang Si Falls)


'사슴 폭포'라는 의미의 꽝 시 폭포는 계단식으로 형성되어 있고, 석회암 성분으로 인해 폭포수가 에메랄드 색을 띤다. 


'선녀 온천탕' 같은 느낌의 이 곳.

수영을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것을 고려하여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왓 씨엥통(Wat Xieng Thong)


왓 씨엥통은 ‘황금 도시의 사원’이란 뜻으로, 세타티랏 왕이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요충지에 건설하였고, 1975년 라오스가 공산화 되기 전까지 왕족을 위한 사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푸시산 일몰


산 아래 도착한 후 300여 개 계단을 허겁지겁 올라갔으나, 

계단은 힘들어

몇 분 차이로 해지는 모습을 놓쳐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한참을 맴돌았던 시간.


해가 진 후 어둠이 내리기 전, 구름 조각이 어렴풋이 걸쳐있는 루앙프라방 시가지.


아담하고 고즈넉한 그 분위기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안는 듯했다.

해지는 모습을 놓치고 속상해하는 내 마음을 다정스레 다독여주듯이.

푸시산에서 바라본 정경
어둑어둑해질 무렵
조금만 기다려주지..

몽족 야시장


루앙프라방 구시가지 초입에 위치한 왓 마이 사원 앞은 저녁이면 야시장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초승달 아래 야시장

이 곳을 배회하다가, 마음씨 좋아 보이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청년에게서 코끼리 조각상, 술잔 등 작은 기념품들을 일괄 구입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거나,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는 모습에서 라오스 사람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어쩌면 조금은 힘든(잘 알진 못하지만) 일상의 단편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탁밧 행렬


새벽에 일어나 관광객을 위한 탁밧 행렬에도 참가했다.


실제 탁밧은 사원 근처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따로 하고, 이 곳은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짧은 시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탁밧행렬

개인이 믿는 종교가 무엇이든, 관광상품이든 아니든, 이 탁밧 행렬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참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안 되는 액수(3달러)였지만, 그 돈으로 준비한 밥과 간식거리를 지나가는 스님들의 공양 통에 정성껏 넣어드렸다.

밥 & 과자

밥 한 숟갈, 과자 하나 넣어드릴 때마다 기도했다.


내가 하는 이 작디작은 행동이, 보잘것없는 기도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먹거리이자 희망이 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했다. 


           방비엥(Vang Vieng) 즐기기                         


방비엥은 남송강과 접해 있으며,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루앙프라방에서 차량 이동 시 3시간 반 이상 소요).


이 곳에서는 비엔티안, 루앙프라방과 달리 액티비티 위주로 '즐기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9번을 타고 내려오는 짚라인, 카약킹, 롱테일 보트뿐 아니라, 비어카를 타고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며 방비엥의 비포장도로를 달릴 땐 말 그대로 '자유'와 '해방감'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블루라군(Blue Lagoon)


무엇보다도 누런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블루라군에 뛰어들어 수영할 땐 체면이고 뭐고 모든 걸 '내려놓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때가 때인 만큼,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비키니를 입은 채 물로 뛰어드는 서양 친구들의 모습은 명장면 연출뿐 아니라, 명랑 웃음을 전해주는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다이빙이 제 맛!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남송강에서 롱테일 보트를 탔다.


해가 뜬 후 얼마 되지 않아 조금은 쌀쌀했지만, 강을 훑고 내려가는 길에 내 몸을 감싸던 바람결은 상쾌하고 또 시원했다.


그동안 막혀 있던 가슴 끝자락이 단 한 번에 뚫릴 만큼.

이른 아침, 남송강에서


Outro


블루라군에서 흙먼지를 씻어낸 후, 다시 버기카에 올라 포장도로를 달리며 돌아오던 길, 

주변 풍광이 한눈에 훅~ 하고 들어오던 그때,   


나를 메우고 있는 건

"살아있어 좋다"는 느낌.  


살아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신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지난 시간, 매 순간을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던 라오스 여행.


돌아오는 길,

이 여행에서 내가 받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들, 내 안에 충만해진 사랑과 에너지가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내게 다가올 좋은 인연들에게 가 닿을 수 있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초저녁 하늘빛 &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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