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Feb 04. 2018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따라

1월의 깊고 푸른 동해바다

Intro     


연초부터 한파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모락모락 피어오른 

'겨울바다'에 대한 그리움.     


어릴 적부터 내게 익숙한, 동해바다.  

   

그 푸른 물빛에 닿으면

다시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 내 마음이 녹아

맑고 투명한 새 그릇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릉으로!     


이른 새벽, 차를 몰고 강원도로 출발.  

   

눈발 날리던 고속도로를 지나 강원도로 진입한 후, 코발트빛 바다가 보이자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옥계해변에서 올해 처음 만난 동해바다.  

  

그 차디찬 바닷물에서 서핑하는 이들의 모습에 놀라움 반, 부러움 반.

그런 탓에 해변을 나오면서 이번 여름엔 꼭! 서핑을 배워야겠다는 다짐이 불끈 솟아올랐다.  

옥계해변 서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강릉 심곡항.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이 눈부시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2천3백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 지역으로,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고 정동진의 '부채끝' 지명을 감안하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로 정하였다 한다. 


이 지역은 그동안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서,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은 곳이었다.

심곡항에서 부채바위, 투구바위와 썬크루즈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총 2.86km, 편도로 70분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물빛이 청명 그 자체
부채 바위
파도가 친 후, 바닷물이 바위에 얼어 붙었다
투구 바위
멀리 보이는 썬크루즈
새해 소원 하나, 빌어볼까

바다부채길의 마지막 부분이 오르막길 계단이라 힘들긴 했지만, 데크를 따라 약 3km를 걸을 동안 푸른 동해바다빛에 눈호강하고 1년치 파도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기에, 여한이 없었다.


하슬라 아트월드 뮤지엄 & 조각공원 


3만 평의 땅에 조성된 뮤지엄과 조각공원.


소개 자료에 의하면, 하슬라 아트월드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언덕 위에 자리한 예술 문화공간으로, 인간과 예술 환경이 함께 공존하는 정원 등 다양한 테마의 산책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하슬라 아트월드 뮤지엄 입구

여기서 하슬라(Haslla)는 강원도의 옛말이라고 한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누구를 향해 달리나

조각 공원에서 내 마음 깊은 곳과 접촉한 작품은 한 쌍의 자전거였다.


영화 ET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고, 

이 언덕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직행, 그 위를 새처럼 마음껏 날아보고 싶단 생각을 했더랬다.

조각공원을 둘러본 후 뮤지엄을 관람하는 시간.


다양한 설치미술, 현대회화, 조각작품 등으로 공간을 알차게 구성해 놓은 모습이었다.

특히 피노키오 전시관에서는 각양각색의 꼭두각시 인형, 목각 작품이나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어른, 아이 불문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허난설헌 생가 & 경포호           


해질 무렵, 양양 게스트하우스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허난설헌 기념관과 생가터.

생가터 전경

기념관과 생가터를 지나 경포호로 가는 길.


경주 대릉원 소나무 숲길과 같은 느낌의 길을 걸으며, 차가운 저녁 바람에 코끝이 싸해지던 시간.


추워도, 마음만은 평온함을 찾아가던 시간.

경포호로 갔을 때 이미 해가 지긴 했지만, 해넘이 하늘 빛깔이 꽁꽁 얼어붙은 호수 표면에 그대로 반영되어 꽤 낭만적인 무드가 조성되었다.

하늘에 보이는 비행기 구름

경포호에 어둠이 낮게 내려앉을 무렵,

1일 머뭄터가 있는 양양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양양 수산항 일출       


양양 게하에서 새벽녘까지 노닥거리다가 잠깐 눈을 붙인 후

이른 아침, 일출 시간에 맞춰 수산항으로.


옷깃을 여민 채 잠시 기다리니, 구름 위로 빼꼼히 얼굴 내미는 해님.

보인다, 해님!
다, 올라왔다!

사진 찍느라 찬바람에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어 녹이는 동안, 창공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내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는 듯했다.   


굿모닝, 갈매기들!                                                                                            

바닷바람은 차가워도, 

1월의 겨울 아침햇살은 포근하고 따뜻했다.


Outro     


새해, 

처음 만나는 바다였다.          


그만큼 절실했고, 기대보다도 더 아름다웠기에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     


강릉을 떠나오며,     


이제는 더 이상,

내게 다가오는 행복에 미적거리며 주저하거나, 피하거나, 내 것이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니.  

   

마음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행복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온전히 누리겠다, 결심했다. 

    

최소한 올해는

그렇게, 

살기로 했다.

푸른 바다 저 멀리..


매거진의 이전글 메리 크리스마스, 라오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