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불친절한 유튜브 씨, 너나 잘하세요.

유튜브 천태만상 제13화 : 우리 함께 잘합시다. 

상황 1. 

2년 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들어 올린 영상마다 괴이한 노란 딱지가 붙어 짜증이 폭발한 적이 있었다.

노란 딱지는 일종의 주의 경고로 폭력적이거나 혐오, 기타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극적인 영상에 “원칙적으로” 붙는다.

일단 노란 딱지가 붙으면 이의제기를 통해 재검토 요청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니 정말이지 한두 번도 아니고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순하게 수익 창출이 막힌다는 것을 떠나, 전원생활을 하며 일하고 먹고 즐기는 평화로운 영상이라고 자부하던 나의 영상들을 왜 자극적이라 단정 짓고 레드카드를 올리는지...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유튜브 너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니?


물론 당시 노란 딱지 제도를 처음 시행하며 유튜브 AI가 제대로 정착하는 과도기였다고 치부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이 노란 딱지 때문에 고통을 토로하는 유튜버가 계속 나오고 있는 걸 보니, 이 정도면 시스템 탓만 하기엔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심지어 법을 다루는 한 유튜버는 매번 자신의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어 이제는 항의하는 것도 귀찮아 거의 자포자기 상태라 푸념하기도 했다.)     


상황 2.

얼마 전 평소 애정 하며 보는 한 전원생활 유튜버의 채널 커뮤니티에 공지글이 올라왔다.

유튜브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모든 영상의 수익창출이 막혔다는 내용이며, 유튜브에 문의 메일을 보내도 묵묵부답이라는 것이었다.     

이 채널의 영상들은 모두 시골에 귀촌하여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는 삶을, 빼어난 영상미에 잔잔한 음악을 함께 담은 한 편의 수채화 같은 영상들인데, 경고를 주고 게다가 그 이유조차 고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유튜브의 잔혹한 횡포라 생각되어 동료로서 화가 났다.     


도대체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영상에 누가 무슨 이유로 경고를 주는 것인가?


또한 문의 메일을 해도 답을 주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최소한 경고를 받는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 유튜버는 자신의 영상들이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는지 몰라 행여 경고가 누적될까 이후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고 있다.     


상황 3.

작년에 한 초등학생이 토끼모자를 쓰고 얼굴엔 이어폰 마이크를 고정시키는 테이프를 붙인 채 각종 간식을 맛있게 먹는 ASMR 영상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모든 영상마다 조회수 백만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이끌었으나, 사람들은 이 초등학생이 부자가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너무 쉽게 돈을 번다며 ‘싫어요’와 신고 버튼을 눌렀고, 유튜브는 이 채널에 경고를 주고 모든 수익창출을 막아버렸다.

이후 이 초등학생은 아쉬움이 가득한 글을 남겼는데, 그 글을 보며 어른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었다.

그 영상을 신고한 사람과 유튜브 측 모두 졸렬하기 그지없다.

그게 어른이 아이에게 할 짓인가?


과연 유튜브는 이 초등학생 크리에이터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누구나 자유롭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남녀노소 평등한 이 유튜브 세계의 불문율을 운영자 스스로 깨부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상황 4.

친한 친구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정말 인고의 시간을 견딘 끝에 구독자 1,000명과 시청 시간 4,000시간의 수익창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그런데 보통 조건을 만족시키면 1~2주 안에 수익창출 승인이 난다고 하는데, 이 친구에겐 도통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나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 측에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역시 묵묵부답.

결국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 수익창출 승인이 났지만, 문제는 조건이 충족된 시점에서부터 승인 나기까지 이미 인기 영상의 조회수는 최고점을 찍은 상태였고, 그렇게 날린 기회비용은 100만 원도 넘었다.

친구는 그간 수없이 유튜브에 항의하고 문의했지만, 그 누구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겪는 동안 친구는 유튜브에 대한 흥미와 신뢰를 잃었고 지금은 활동이 뜸한 상태이다.     


상황 5.

작년 갑자기 키즈 채널에 달리는 일반 광고가 전면 금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키즈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아동을 착취하며 돈을 버는 문제도 있었지만,

키즈 채널을 시청하는 아동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유튜브 측의 문제도 상당히 컸다.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까지 이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량한 키즈 유튜버들이 졌으며, 작년 이후 키즈 크리에이터들은 급격하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키즈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회사 연봉보다 많이 번다는 말에 오랜 시간 고민 끝에 퇴사하고 전업 유튜버가 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깊은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의문이 드는 점은 과연 유튜브는 처음부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상황 6.

작년 전 세계적으로 키즈 채널의 아동 착취 문제가 벌어지자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하거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들에 대해 수익창출은 물론이고 댓글 기능까지 차단하는 초유의 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동인지 어른인지의 판단 여부를 1차적으로는 유튜버가 자진해서 신고하도록 하고, 2차적으로 AI가 판단하고 있는데, 만약 유튜버 스스로 아동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신고해도, AI가 맞다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수익창출과 댓글이 막힌다.     

일례로, 유명 배우인 박보영은 자신의 채널에서 매번 댓글 기능이 막히자, 커뮤니티란에 유튜브 AI가 자신의 얼굴을 아동으로 잘못 인식해서 댓글이 막힌다고 웃픈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다.  


동안이 무슨 죄야?   


좋은 영상을 만들어도 AI가 동안의 얼굴을 아동으로 인식하는 순간 댓글과 수익 창출이 막히는 것이다.


상황 7.

어느 날 갑자기 내 영상들에 광고가 많아 짜증 난다는 악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평소 10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며 중간광고가 하나씩, 많게는 두 개가 들어갈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 가지고 시청자가 짜증을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이 중간광고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청자들이 광고에 불만을 가졌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크리에이터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여기는 분위기라 이런 갑작스러운 악플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혹시? 하며 내 영상들을 돌려보는데, 아니 갑자기 광고가 왜 이리 많이 붙은 거지?

평소 중간광고 1~2개 붙던 영상에 광고가 무려 7~8개까지 붙어있고, 거의 1분마다 광고나 나오니 영상의 흐름은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이건 완전 크리에이터 엿 먹으라는 건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가 보기 싫으면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라고 나를 이용해 시청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당히 정도껏 해야지, 이런 식으로 갑자기 고지도 없이 마음대로 광고의 수를 늘려버리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고스란히 크리에이터가 떠안게 되는데, 정말 횡포를 부려도 이렇게 고약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존중은 없다.

막무가내... 정말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매번 이런 식이다.

온갖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며, 혐오스러운 영상들이 나돌고 있는데, 정작 이러한 영상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수익을 창출하며 확산되고 있는데, 조용히 그저 한없이 평화로운 영상을 만들고 있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노란 딱지와 경고가 이유 없이 붙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지속되는 것인가?     
그리고 유튜브는 그러한 이유 있는 항의와 문의에 왜 늘 콘크리트 벽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입을 닫고 뒤돌아 서있는 것인가?


최소한 이유라도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제대로 된 소통의 창구는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시스템의 잘못이고, 아니면 유튜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데, 유튜브 운영자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무책임하게 뒷짐 지고 병풍처럼 서있을 것인가?

 

가장 최근 유튜버들의 뒷 광고 논란에 대한 필자의 글에서도 밝혔듯이,(https://brunch.co.kr/@kmanbreak/13) 더 이상 유튜브의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방관자 입장은 이제 버리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발 유튜버들과 보다 활발하게, 아니 최소한의 소통의 창구는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평화로운 영상이 경고를 먹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할지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씨.
우리 서로 함께 잘합시다.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12zdYmemTs4XPa4fRan9w

매거진의 이전글 유튜브 뒷광고, 유튜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