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천태만상 제12화 : 모호하고 난해한 유튜브 약관부터 바꿔야.
요즘 유튜브 월드는 “유명 유튜버의 뒷광고”에 대한 이슈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분명 고액의 광고비를 받고 [브렌디드 콘텐츠]를 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밝히지 않거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이라고 거짓말을 하던 유튜버들이 한꺼번에 도마에 오른 것이다.
돈을 받고 제작한 광고임에도 이를 밝히지 않거나, 거짓말로 이를 부인했던 유튜버들은 분명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당분간 이런 유튜버들에 대한 폭로전과 사과문 발표에 대한 시끄러운 기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년 차 유튜버인 나도 사실 이 유튜브 광고에 대해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던 차에, 언론의 지적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또 다른 원인을 짚어보고자 한다.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을 받고 광고를 제작한 적이 없다.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이렇게 돈을 받고 광고주 입맛에 맞게 제작하는 영상을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하는데, 난 지금까지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를 한 번도 제작하지 않았다.
광고를 제작해 달라는 의뢰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데, 모두 정중히 고사해 왔다.
청정한 채널을 만들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고상한 이유는 없다.
그냥 제안받는 광고가 모두 내 채널의 콘텐츠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원생활 유튜버한테 전원생활과 연관이 없는 광고를 의뢰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내 채널의 콘셉트와 맞지 않아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은 반대로 내 채널의 성격과 맞는다면 충분히 광고를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품이 바닷가 전원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정보제공 차원에서 구독자들에게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광고를 제작할 의향이 있다.
그동안 이 문제로 소속사(MCN)와의 갈등도 꽤 있었다.
애써 광고를 물어왔는데 매번 안 한다고 고집을 부리니, 나의 이유 있는 만용으로 소속사도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소속사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보세요.)
https://brunch.co.kr/@kmanbreak/2
하지만 [단순 제품 협찬]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료광고(브랜디드 콘텐츠)는 철저하게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제작해야 하며, 만약 최종적으로 제작한 영상이 광고주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거나, 광고주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엔 가차 없이 폐기당할 수도 있다.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영상도 업로드하지 못하고, 그에 따르는 광고비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영상을 다 만들었는데 광고주의 입맛에 맞지 않아 애써 만든 영상이 폐기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유튜버들도 있었다.)
반면 단순 제품 협찬의 경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았지만, 꼭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제작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내가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단점을 줄줄이 나열해도 업체에서는 나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물론 고가의 제품인 경우 따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계약서에 광고주 편향적으로 제작하라는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단순 제품 협찬 건은 저가의 제품으로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몇만 원짜리 제품을 무상으로 주면서 이래라~ 저래라~ 요구한다면 유튜버는 아마 거절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돈을 받고 영상을 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내 채널의 컨셉에 맞는 제품 세 가지를 무상으로 협찬받아 리뷰하는 영상을 제작하였다.
세 가지 모두 그 어떠한 광고주의 요구사항도 없었으며, 만약 광고주 편향적인 영상을 찍어 달라고 요구했다면 절대 협찬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 건의 리뷰 영상 모두 좋으면 좋다, 단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미흡한지 솔직히 밝혔다.
예를 들어, 작년에 무선 예초기를 써 보고 후기를 남겨달라는 의뢰를 받아 제품을 협찬받았었는데, 아마 해당 업체는 내 영상을 보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나의 리뷰는 결코 광고주 편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해보니 꽤 쓸만해서 장점을 유독 부각한 영상도 있지만, 그건 협찬 때문이 아니라 써보니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협찬 제품을 리뷰하는 영상을 만들면서, 아주 골치 아픈 의문점 두 가지가 생겼다.
광고주 편향적이지 않은, 즉, 협찬 제품의 단점을 부각한, 광고주에게 불리한 영상도 과연 광고인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작년 나는 협찬으로 무선 예초기를 받았고, 사용해 보니 단점이 많아 부정적인 표현을 영상에 많이 포함시켰는데, 이 경우 과연 이를 광고라 볼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영상에 달린 댓글은 모두 이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는 결코 광고주가 좋아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아마 이 영상을 보면 크게 불쾌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광고로 보는 것이 맞는 것인가?
- 과연 이런 영상에도 광고임을 밝히고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하는가?
- 유튜브에서 제공하고 있는 [유료 PPl 및 보증광고]에 대한 약관을 보면, 제 3자를 위해 만든 영상을 광고로 보고 있는데, 과연 제 3자를 위한 영상인지 아닌지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하라는 것인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는 [브렌디드 콘텐츠]와, 단 몇만 원짜리 제품만 무상으로 받은 [단순 협찬]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유튜브는 2018년 12월부터 [유료 PPl 및 보증광고]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광고에 대해서는 모두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영상에 의무적으로 삽입하게끔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보면 시청자는 분명 이 유튜버가 거액의 돈(광고비)을 받고 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브렌디드 콘텐츠]야 거액의 광고비를 받은 것이 사실이니 상관없겠지만, 몇만 원짜리 저가의 제품만 협찬받은 유튜버가 실제로 돈은 한품도 받지 않았는데 마치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오해를 받는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가?
실제 예를 들어 보자면, 올해 초, 바닷가 라이프를 즐기는 나에게 4만 9천 원짜리 수중랜턴에 대한 제품 협찬 의뢰가 들어왔다.
평소 해루질을 즐기는 나는 아직까지 수중랜턴을 사용해 보지 않았고, 정보제공 차원에서도 괜찮다고 판단되어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 후기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그런데 이 저가의 제품을 무상으로 받았을 뿐, 그 외 어떠한 돈(광고비)도 받지 않았는데, 영상에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자니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청자들은 이 영상을 보고 내가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속 MCN에 과연 이런 경우 유튜브의 두리뭉실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는지 물어보았고,
소속사 역시 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유튜브 코리아]에게 직접 문의 후 답변 주겠다고 회신하였다.
차후 소속사가 전달해준 [유튜브 코리아]의 답변은 기대했던 것보다 명료하지 못했다.
소액의 협찬 건이니 영상 내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는 넣지 않아도 되나, 영상의 설명란, 즉 더보기란에는 꼭 제품의 협찬 사실을 명시하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과연 소액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더 이상 귀하신 시간을 뺏으면 안 될 것 같아 추가 질문은 하지 않았고, 지침대로 영상의 더보기란에 협찬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니, 영상 속이나 제목이 아닌, 이렇게 더보기란에 협찬 사실을 밝히는 것도 뒷광고란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고 [브랜디드 콘텐츠]를 찍은 유명 유튜버들이 죄다 이런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분명 유튜브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갑자기 뒷목이 화끈거리고 죄지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유튜브에게 문의하여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나 또한 최근 이슈의 중심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당연히 세 가지 영상 모두 제목에 "제품 협찬"임을 명시하고, 아예 영상 내에도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수정했지만,
처음부터 유튜브에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이번 뒷광고 사태는 거짓말을 한 유튜버와 이를 종용한 광고주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유튜브 월드 운영자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장 바꿔야 할 점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일단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첫째, 유튜브 약관은 풀이집이 따로 필요할 정도로 난해하고 모호한 표현들이 많다.
아래 [유료 PPl 및 보증광고]에 대한 유튜브 약관을 한번 읽어 보자.
한 번 읽었을 때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가는가?
난독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필자는 몇 번을 읽어도 고개가 갸우뚱하는 게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니,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10대들도 많을 텐데 도대체 알 수 없는 단어와 혼동되는 문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줄부터 모호한 표현이 많다.
유료 PPL은 제3자를 위해 보수를 받고 제작된 콘텐츠로서 제3자의 브랜드, 메시지 또는 제품이 콘텐츠에 직접 포함된 경우를 가리킵니다.
- “유료 PPL”? 그렇다면 “무료 PPL”은 괜찮다는 것인가?
- 그렇다면 "무료 PPL"의 기준은 무엇이지?
- “보수”라는 것은 “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포함한다는 것인가? 예를 들면 광고주가 밥이나 술이라도 사주고 홍보영상 좀 찍어 달라고 하면 모두 유료 PPL인가? 친한 친구가 밥 한 끼 사주고 자기네 회사 물건 좀 사용해 달라고 부탁하면 유료 PPL이란 말인가?
두 번째 줄은 더 가관이다.
보증광고는 광고주 또는 마케팅 담당자를 위해 제작된 콘텐츠로서 소비자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또는 보증광고 모델의 의견, 신념, 경험을 반영한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메시지를 포함합니다.
이 문장 전체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영어를 직역한 문장인 듯한데, 이 문장을 진정 전문 번역가가 번역했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구글 번역기로 돌린 문장으로 보인다.
“보증광고”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터넷을 뒤져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봐도 알 수가 없다.
일단 내가 고심 끝에 이해한 뜻은 이렇다.
유튜버가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건 안 받건 간에,
광고주를 위해
“그거 좋아요~ 한번 써 보세요~”
"제가 보장해요~ 진짜 좋아요~"
하는 것이 보증광고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어...
솔직히 누가 이 문장을 명료하게 해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난해한 법조문식 표현을 도대체 누가 제대로 이해한단 말인가?
이렇게 해석이 어려운 약관을 만들어 놓고,
“자! 가이드라인 만들어 놨으니 이대로 꼭 지켜라~” 하는 유튜브 월드의 운영자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나라마다 광고의 표시에 대한 현지법이 각각 달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외국의 플랫폼이 한국에 와서 영업을 하면 당연히 한국의 법이 적용된 새로운 약관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약관으로서 유튜브란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모든 유튜버들이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보다 쉽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분명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유료광고와 간접광고, 가상광고, 보증광고등 광고의 종류를 세분화하고 각각의 광고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유튜브 시스템은,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고 제작한 영상과, 몇만 원짜리 제품만 무상으로 협찬받아 제작한 영상을 동일시 취급하고 있다.
광고에도 이런 직접적인 유료광고과 제품 협찬을 하는 간접광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품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상광고, 그리고 보증광고까지 다양한 광고가 있는데, 모두 단순하게 하나의 광고로 보고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단 몇만 원짜리 제품을 협찬받아 영상에서 비쳤다고 "유료광고 포함"이란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면, 이 영상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겠는가?
(참고로 "유료광고 포함"이란 문구는 영상을 업로드할 때, 체크박스에 체크만 하면 자동으로 영상에 문구가 삽입된다.)
수천만 원을 받는 유튜버들의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이런 "유료광고 포함"이란 문구를 보면 아마 이 유튜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꼼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각각 성격이 다른 광고마다 표기하는 문구를 달리하거나 취급을 달리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결국 유튜브는 침묵하고 있고, 공정위에서 칼을 빼들어 금년 9월 1일부터 각각의 광고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광고의 표시에 대해 유튜브가 구체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어야 했다.
두리뭉실한 약관으로 두리뭉실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주니 각종 꼼수가 판을 친 것이 나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스템으로 거짓말까지 하는 유튜버를 잡아내라는 뜻은 아니다.
좀 더 강력한 경고와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만 있었어도 이런 꼼수 뒷광고가 이렇게까지 만연해 있지는 았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유튜브 플랫폼의 운영자는 국가별 현지법의 차이라 여기는지 방관자의 입장을 보이고 있고, 공정위가 이번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아주 구체적인 검열의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심사지침]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2020년 9월 1일부터 단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유튜버와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후기를 홀릴 때 광고임을 명확히 기재해야 하며,
지금까지 유튜브 영상의 "더보기"란에 광고임을 밝혔던 꼼수는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대가를 받았다는 내용을 제목이나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공정위의 지침이 시행되면 아마 이런 뒷광고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동안 수년간 암암리에 만연해온 이 문제를 분명 유튜브 측도 알고 있었을 텐데, 좀 더 빨리 구체적이고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지 않은 점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