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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와의 동상이몽

유튜브 천태만상 제 2화 : 우리 이만 헤어져.

칡과 등나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얽혀 풀어지지 않는 것을 갈등이라 했던가?

나와 소속사와의 관계가 그랬다.     

1인 크리에이터에게도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다.

통칭 MCN(Multi Channel Network)회사라 부르고 여기서는 그냥 소속사라 부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유명 소속사와 계약하길 바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나는 구독자 700명일 때 과감하게 한 대형 소속사에 지원신청을 했다. 주특기인 나이 많은 유튜버란 유니크함을 내세워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연예인도 아닌데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된다는 것이?

심지어 실제로 전담 매니져도 배정받는다. 그리고 이 대형 소속사와 계약했다는 이력도 꽤 먹어주는 시기였다. (지금은 어쩔런가 모르겠지만.)

그런데 고작 구독자 700명인 나를 굴지의 대형 소속사가 받아 주었으니 얼마나 은혜로운가? 당시 정말 몸 바쳐 충성할 것을 다짐, 또 다짐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충성을 외쳤건만, 내 성격이 모났는지 이내 충성 다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속사의 역할은 보통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교육, 기타 상업화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고 하는데... 소속사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일 뿐, 나로 인해 돈을 벌지 못하면 그닥 해주는 것도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나 또한 소속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분배해 주어야 한다.


내가 이 점을 간과한 것이었다.     


소속사가 하는 가장 주요한 일은 광고 물어오기다.     

나에게 다이렉트로 들어오는 광고는 나 혼자 100% 먹지만, 이렇게 소속사가 물어오는 광고는 보통 50 대 50으로 소속사와 크리에이터가 각각 나눠 먹는다.

(이 비율은 상대적인 계약조건으로 유튜버마다 다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얻는 50%의 광고수익이 바로 소속사의 주요 매출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광고제작 의뢰를 매번 고사하였으니, 소속사도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것도 나한테 떨어지는 50% 광고수익이 무려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250만원까지 하는 제안도 있었는데, 나는 모두 고사하였으니 소속사의 답답한 사정도 듣고 보면 딱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은 많았다.

사실 우리의 관계가 갈등을 빚은 것은 처음부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 : 나는 소속사의 지원을 받으면 내 채널 성장의 큰 동력이 될 줄 알았는데 지원은 커녕 광고만 만들라고 제안한다.

“돈이 아니고 내 채널 성장이 우선이라고!”     


-소속사의 입장 : 소속사는 내 채널의 타겟층이 중장년층이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뽑았건만, 중장년층 광고를 물어다 줘도 하지 않으니 배은망덕하다.

“자꾸 이렇게 거절하면 지원도 없어!”     


물론 나도 광고를 하고 싶었지만 당췌 내 채널의 컨텐츠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내 채널은 전원생활을 다루고 있으니, 전원생활과 관련된 광고만 하겠다고 몇 번을 타진했지만, 그쪽도 당장 수익을 내야하는 회사이니 들어오는 광고를 거절하지 못한 채 내 눈치만 보며 제안했을 것이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몇 개만 예를 들면,

체육대회 홍보영상, 의류, 기능성 식품, 무선청소기, 보청기, 자동차회사 캠패인, 등 아직 갈 길이 먼 내 채널의 엔진에 불순물 같은 광고를 넣기에는 내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매번 거절하기 미안하니 제발 전원생활과 연관이 있는 제품을 가지고 와 달라고 사정을 해도, 어쩌랴, 처음부터 우린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을.     

그래서 광고제안을 전달하는 매니져로부터 전화가 오면, 일단 둘 다 헛헛한 웃음부터 짓는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매니져는 내가 거절할 제안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나 역시 매니져가 또 내 채널의 성격과 다른 광고를 물어왔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매니져도 직원으로서 회사를 위할 뿐, 위에서 시키는데 본인은 또 얼마나 난처할까?     

파트너협약이란 한 이불을 덮었음에도 우린 서로의 온기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양보 없는 시간을 보냈다.

어찌하랴. 첫사랑이 원래 그런 것을.

그렇게 3년이 지나 우리는 감정 없는 한 통의 이별 편지를 주고받으며 조용하게 작별을 맞이하였다.


안녕. 잘 가. 우린 인연이 아니었어.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12zdYmemTs4XPa4fRan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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