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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참 어렵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나.

유튜브 천태만상 제 1화 :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네.

영상을 올리다보면 정말 의도치 않게 이상한 방향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전개될 때가 있다.

나에게 선택의 잣대를 고민하게 만든 심각한 화두를 던져주었던 일이 있었으니, 유튜브 천태만상의 첫 번째 일화를 그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 난제는 지금도 정답을 못 찾고 아직까지 찜찜한 여운으로 남고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과연 어찌 했을지 한번 판단해 보고 조언을 부탁드린다.

언젠가 벽난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린 적이 있다. 지금 보니 조회수 45만. (헉! 많이들 보셨네.)

제작 의도는 꽤 명료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로망만 가지고 비싼 벽난로를 사지 말고, 꼭 필요하면 그때 사라는 얘기였다. (물론 경험에 근거한 단점 몇 개 섞어서 MSG를 치긴 했다.)      

애증의 벽난로. 아니 짜증의 벽난로.

참고로 나는 이 벽난로를 설치비까지 5백만원에 들여놓았다.

그것도 로망이란 이유로 집짓기 초반부터 필수템 리스트에 올려놓았고, 비교적 저렴한 놈을 데리고 왔는데도 이 정도 가격이다.


엄청 비싸다는 거지.
눈이 뒤집혔다는 거지.
내가 당시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그냥 아~ 무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사용은 거의 안하고 있다. 지금까지 6년동안 10번은 썼나.

그것도 추워서라기 보다는 손님들 온 김에 자랑삼아 불을 지펴본게 대부분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

왜일까? 귀찮아서?

아니다. 5백만원짜리를 사놓고 귀차니즘 따위가 내게 사용을 막을 명분은 될 수 없다.     

간단한 이유였다. 쓰면 너무 더워서이다. 숨이 막힌다. 너무 뜨겁고 공기도 건조해지고 탁해진다. 얼굴이 벌개지고, 더워서 속옷만 입게된다.

한밤중에 너무 뜨거워서 겨울인데 창문을 활짝 열고 헉헉 대기도 하였다.     

처음부터 따뜻한 지방의 단열이 잘 된 우리 집에는 필요가 없었던 물건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로망으로 벽난로를 사면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거참... 반응은 뜨거웠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었다.     
난리난리 난리가 났다.


찬성과 반대는 기본이요, 

그게 무슨 벽난로냐, 화목난로지~ 

벽난로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벽난로 쓰는 이웃 때문에 숨 막혀 죽는다~ 

5백이라니! 벽난로 업자들 모두 도둑놈이다~ 

너 때문에 벽난로 업자들 다 죽는다~ 

우리나라에서 벽난로는 추방해야 한다~ 

나는 잘 쓰는데 왜 투덜거리냐~ 등 갑론을박이 마구 뒤엉켜 내가 또 건드리면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구나 싶었다.     

에효... 단순한 로망으로 사지 말고 필요하면 그때 사라는 메세지였는데... 어쩌다 일이...ㅠㅠ


물론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사람들은 후반부의 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MSG로 끼워 놓은 벽난로의 단점만 쏙쏙 골라 편식을 한 것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영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로 영상에 대한 항의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벽난로 업체들한테 말이다. 예의 바른 업체도 있었고, 무례한 업체도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 이 영상을 수십만 회원의 네이버 귀농귀촌 카페에 퍼가서 올려놓고 한바탕 갑론을박이 벌어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 카페 회원인데 당사자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난감했다. 영상을 내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첫 번째 심각한 고민이 바로 이럴 경우 영상을 내리는 것이 맞을까? 하는 것이다.


몇 번을 돌려봐도 영상의 메세지는 명확해 보이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 다른 방향으로만 볼까.

물론 대다수는 나의 메시지에 동조했으나, 일부나마 내 영상의 주제로 다툼이 벌어지는 자체가 싫었다.

과연 내려야 하는 것이 옳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리지 않기로 했다.

비록 논란이 될지언정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만약 독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두 번째 심각한 고민은 따로 있었다.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날라왔다.

고급 벽난로를 유통하는 업체인데 간곡한 표현을 써서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인즉슨,

내 영상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는데, 바로 자사 벽난로 브랜드를 언급하며 최악의 리뷰를 써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거액에 주고 샀는데 서비스도 안 좋고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벽난로이니 절대 사지 말라는 혹평을 달아 놓았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 댓글에 너도나도 이 벽난로는 사지 말자며 답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렀고, 급기야 댓글 상위에 랭크되니, 업체가 이걸 보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


보통 댓글 상위에 랭크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정적인 리뷰를 수십만이 보았으니 업체측도 똥줄이타서 안달이 난 것이다.

이미 이 영상은 “벽난로”라는 단어 유튜브 검색 순위 최상위에 올라있었다.     

요구사항은 간단했지만 어려운 문제였다.

댓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였다.


거참.... 난제일세...난제...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해당 댓글은 내가 세운 댓글 관리방침에 어긋나지도 않았고, 댓글을 단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감히 삭제할 수 없는데, 업체측 사정도 이해는 가니... 참으로 난감한 문제이다.

게다가 이러한 다툼 자체가 모두 내 영상으로 비롯되었으니 나에게도 분명 책임은 있었다.     


이후 내가 어떤 조치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 화두에 대한 정답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유튜브가 인간사 축약된 공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이버 공간임에도 당장 누군가는 먹고사는 일에 직결되는 영향력이 있고,

그러한 영향력은 때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리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정답도 딱히 없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자꾸 흔들린다.

도덕적인 잣대가 필요한 것인가? 

아 모르겠다. 믿음이 부족한가보다.

그래... 믿음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유튜브 활동은 신심 가득한 종교인들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댓글은 어떻게 했냐고?

같은 맥락의 댓글이 또 올라오면 삭제하지 않기로 하고, 우선은 삭제하였다. (해당 댓글을 작성해주신분께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12zdYmemTs4XPa4fRan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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