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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수익 공개의 오류, 유튜버와 언론을 고발합니다.

유튜브 천태만상 제11화 : 유튜버와 언론의 잘못된 행태를 고발합니다.

상황 1.

한 유튜버(지금은 엄청 유명해진)가 자신의 수익을 공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채널이 근래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수익을 공개한 다음, 결론은 자신도 이만큼 벌었으니 여러분들도 당장 유튜브를 시작하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영상에는 유튜브에 대한 핑크빛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고, 유튜버의 길을 열어주었다며 극진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이를 본 나는 씁쓸한 뒷맛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 또 이러네...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삐딱하게 바라봐서 그런가? 난 그 영상을 보면서 그냥 어이없고 안타까웠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 영상에서 수익산출에 대한 논리는 이러했다.


- 수익 분석 차트를 보면, 내가 하루에 얼마를 벌고 있고,

- 최근 3일간 이만큼을 벌었다.

- 따라서 예상되는 한 달 수입은 3일 곱하기 10을 하면 되니깐, 총 500만 원이 나온다.

- 여러분들도 매달 500만 원씩 수익을 벌 수 있다.

- 봉급쟁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이 똑같이 500만 원이라면 차라리 자유로운 유튜브가 훨씬 낫다.

- 또 이러한 상승 추세라면 월 1천만 원도 금방 찍는다.

- 그러니 우리 모두 유튜브 합시다.

- 공감한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나만 이상한가? 내가 삐딱해서 그런가? 이렇게 심각한 오류 투성이 수익 공개에 왜 사람들은 열광하는 거지?     


상황 2.

한때 유튜버의 시조새이자 [유튜브의 신]이라 불리는 대도서관이 방송에 출연만 하면 모든 패널들이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패널 : 수익이 얼마나 되나요?
대도서관 : 작년에 한 18억 정도 되었습니다.     


인성 좋기로 유명한 우리 [유튜브의 신]님은 솔직하게 대답을 하였고, 패널들은 놀라움을 연출하며 두 팔을 벌리고 의자를 뒤로 젖혀가며 오버 액션을 취한다.     

대도서관뿐만 아니라 방송마다 유명 유튜버가 나오면 매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방구석에서 혼자 떠들며 게임만 하던 사회 부적응자가 알고 보니 연 수십억을 버는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라 놀랍다는 진부한 방송용 시나리오다.

방송에서는 항상 이 유튜버의 연간 광고수익을 대기업 연봉과 비교하며, 대기업 종사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데, 대기업을 다니지 않는 내가 봐도 얼마나 그들이 허탈해 할지 상상이 간다.     

정말 아무도 이런 유튜브 수익 공개에 대해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삐딱한 나만 불편한 것인가?




위의 두 가지 상황 모두 공통적으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말한 [수익]이란 것은 사실 모두 [매출]이라는 것이다.     


굳이 어려운 회계 용어를 들먹이며 미세한 차이점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수익과 매출은 산술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 발표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보자.     

“삼성전자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3.48% 증가해서 영업이익이 약 8조 원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기업의 실적은 영업이익(각종 비용을 뺀 세전 이익)을 기준으로 발표하고 평가된다.


왜? 매출(판매액)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똑같은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더라도, 어떤 기업은 영업이익이 50억 원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기업은 1억 원일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기업은 매출 100억 원에 마이너스 이익(손실)도 생길 수 있다.

즉, 똑같은 매출이라도 각종 자재비, 인건비, 운영비 등을 빼면 회사마다 실제 남는 것은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항상 가장 직관적인 이익의 지표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우리 유튜브의 수익 공개 현황을 보자.

모두 하나같이 매출을 기준으로 공개하고 있다.     

대도서관의 작년 매출이 18억 원이라면 과연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그걸 공개해야 하는데, 모든 방송에서는 그걸 묻지 않는다. 방송만 보면 모두들 대도서관 통장에 18억 원이 다 들어있는 줄 안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상황 1에서 보이는 오류는 총 3가지가 있다.     


1. 이 유튜버는 자신의 광고 매출에서 비용을 빼지 않고 모두 수익이라 말하고 있다.     


쉬운 예로, 이 유튜버는 자신이 편집자를 따로 두고 채널을 운영한다고 밝혔는데, 최소한 편집자 고용 비용은 빼 주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장비도 구매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교통비도 지출해야 하고, 영상 촬영에 들어갈 소품도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 인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 국세청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항목이다.

2019년 국세청에서는 유튜버의 소득신고 항목을 새로 신설하였는데, 바로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란 항목이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나와 같은 간편장부 대상자(회사를 차린 유튜버는 제외)로, 장부를 만들 만큼 수익이 크지 않기에 간편하게 신고하고 비용처리할 금액도 어느 정도 따로 정해주는데, 이때 적용되는 비율이 단순경비율이며, 64%를 비용 처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국세청에서도 유튜버들의 소득 중 64% 정도는 지출되는 비용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회사를 차린 대형 유튜버는 항목과 처리방식이 다르다.)     


그런데도 유튜버들은 자신의 수익을 공개하면서 결코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 1에서 이 유튜버는 자신이 유튜브 활동을 하며 들어가는 비용은 구체적으로 얼마라고 밝혔어야 했다. 분명 비용이 꽤 될 텐데 모두 수익이라고만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2. 유튜브 수익 500만 원과 월급쟁이 통장에 찍히는 500만 원은 큰 차이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튜브 광고 매출 500만 원은 실제 비용을 차감하면 훨씬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월급쟁이 통장에 찍히는 500만 원은 어떨까?

월급쟁이 월급은 세후 금액이다.

물론 연말정산을 통해 더 낼 수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다.

점심값, 교통비, 4대 보험, 국민연금에 각종 수당, 휴가비에 보너스, 자녀 교육비, 하다못해 퇴직금까지! 통장에는 찍히지 않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 매출은 실제로 500만 원보다 훨씬 적고, 월급은 실제로 500만 원보다 훨씬 많은데, 이걸 단순하게 숫자가 같다고 똑같이 보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가?


3. 가장 큰 오류이고 심각한 문제가 바로 세 번째 오류이다.

유튜브 수익에 “매달 얼마씩”하는 영속성 그리고 반복성은 없다.     


상황 1에서 이 유튜버는 자신의 최근 3일 수익이 얼마고, 이 수치로 유추하면 월 500만 원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 말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친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유튜브 수익은 이런 식으로 유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일이 다르고, 매달이 다르다. 유튜버가 어디 여행이라도 가거나, 아프기라도 해서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하면 수익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유튜브 AI가 밀어줘 운 좋게 빵 터지기라도 하면 큰 이익을 볼 것이다.

정해진 계약에 의해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달리, 유튜브 광고수익은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란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변화무쌍하고 안개같이 뿌옇기만 한 시장에서, "매달 얼마씩" 벌 수 있다고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매달 얼마씩 꾸준히 동일한 수준의 금액은 결코 들어오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상승 추세라면”이라는 실현되지 않은 상황도 연출해서는 안 된다.

“불과 몇 달 만에 월 500만 원을 찍었으니,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월 1천만 원이 될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유튜브를 시작하자.”는 논리는 신기루일 뿐, 여러 가지 변수로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물론 월 500만 원에서 월 1천만 원까지 금방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추세는 결코 계속 유지될 수 없음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보통 상황 1과 같은 내용의 유튜브 수익을 공개하는 채널을 보면, 모두 재테크 관련 채널들이다.

즉, 자신이 이렇게 돈을 벌었으니 당신도 벌 수 있다 하는 내용인데, 소위 재테크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오류들을 모를 리는 없다.

이런 영상들은 모두 자신들의 영상 조회수를 올리려 의도적으로 만든 영상일 뿐 쉽게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제발 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당신에게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말은 믿지 말자.)


지금 당장 한때 방송에서 많이 비쳤던 유명한 유튜버들을 찾아보자.

지금도 그때만큼 벌고 있을까? 재테크 유튜버들의 말대로라면 우상향 곡선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잠깐 동안 반짝 벌어서 평생 먹고살 수 있으면 된 거지 나쁠게 뭐가 있나 하겠지만, 당장 유튜브의 장밋빛 미래에 현혹되어 모든 걸 내팽개치고 부나방처럼 불길 속으로 뛰어들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다.     




상황 2에서 대도서관이 밝힌 유튜브 수익 공개의 오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대도서관의 경우, 법인회사를 차렸고 사무실을 운영하며 직원도 다수 있음에도 회사 전체의 매출을 마치 개인의 이익인 것처럼 방송에서 비치고 있다.     


하지만 상황 2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대도서관은 방송에서 자신의 매출을 공개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회사 전체의 매출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아마 방송에서 편집을 해서 이런 부분은 최소화했을 것이다.) 다음날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이런 말은 찾아볼 수 없다.     


대도서관 연수입 18억 원!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만 보이지, 대도서관이 운영하는 회사의 매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언론에서 회사 매출과 개인의 이익과의 차이를 왜 모르겠는가?

좀 더 자극적이게, 그래서 좀 더 이슈화 시키려는 것일 뿐.

대도서관이 연매출 18억 원을 벌었다면, 과연 그중에서 실질적으로 대도서관 개인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그분만 알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18억 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언론이 분명 잘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현실을 적시하지 않는 것은 분명 지적받아 마땅할 것이다.

유튜브 수익에 대해 자극적인 내용을 송출하는 방송과 이를 부풀려 퍼뜨리는 언론은 작금의 행태를 부디 반성하고 바로 잡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순진한 유튜브 꿈나무들은 잘못된 정보에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


젊음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열정이라는 마모성 에너지를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쏟아붓고 있다.


나중에 그 모든 게 소진되고 나서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유튜버?

자극적인 기사로 부풀리는 언론?

........



작년에 키즈 유튜버에 대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채널에 들어가는 일반 광고가 전면 중지되었다.

(키즈 채널에 들어가는 일반광고로 인한 수익창출이 막혔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회사를 때려치우고 유튜브를 시작한 수많은 키즈 채널 운영자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유튜브의 정책은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진입장벽조차 낮아 모두가 뛰어드는 이 뜨거운 바다에,


당신은 정말 모든 걸 걸고 뛰어들 것인가?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12zdYmemTs4XPa4fRan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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