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천태만상 제10 화 : 초보 유튜버의 삽질 이야기.
유튜브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채널을 개설하고 3달이 지나도록 구독자 수는 30여 명. 지금의 내 인스타 팔로우 수와 같았다.
물론 크게 무얼 바라고 시작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와 나의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야릇한 재미를 더해가고 있을 때였다.
'기왕에 하는 거,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는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유튜브를 시작했건만, 점점 조급함이 생기더니 결국 유튜브의 수렁에 빠진 것이었다.
각종 모임, 지인, 단톡 방에 다~ 뿌려도 구독자 수는 당최 늘지 않는다.
(유튜브 구독자는 학연, 지연으로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역시 아메리칸 스타일.)
여담이지만, 2017년 초, 40대 아저씨가 유튜브를 한다니깐 지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들 똑같이 "왜에에?" 하는 반응이었다.
"그딴 걸 왜 해?" 하며 살짝 조롱 섞인 비아냥. 당시의 유튜브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냥 흙탕물 같은 분위기였으니, 다들 그럴만했다.
암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전략이 문제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하나의 답을 찾았다.
카메라가 문제야. (안되면 무조건 장비 탓이다.)
소니 캠코더 하나로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이 캠코더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래도 DSLR이 그때나 지금이나 대세니깐.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의 성능이 훨씬 더 좋지만, 당시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DSLR을 살까... 하며 후회를 하다가, 마침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구가 떠올라 연락을 했다.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인 그 친구는 내 영상을 보더니 하나의 진단을 내렸다.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란다.
'오호~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해!'
친구 :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라, 촬영을 잘 못해서 그래!
캠코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구도와 비율 모든 게 엉망이라 그렇단다.
그래? 그럼 네가 한번 찍어줘라~~!
친구에게 맛난 음식과 술, 해장까지 약속하고 날을 잡아 함께 서천 집으로 향했다.
그날의 콘텐츠는 생우럭 통구이.
대나무를 잘라 살을 만들어 우럭 세 마리를 통으로 꿰어 장작불에 그냥 굽는 것이다.
사실 처음 만드는 음식이라 속까지 익지 않아 맛은 좀 비렸지만, 연신 막걸리를 들이키며 간신히 영상을 마무리 지었다.
나는 만들고 먹기만 하고, 친구가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해주니 세상 편한 게 어찌나 흥이 나던지.
친구도 욕심이 생겼는지 참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구도를 잡고 열정적으로 촬영해 주었다.
그렇게 그날도 술이 떡이 되고, 다음 날 아침 해장까지 제대로 시켜주고 드디어 편집을 하려고 찍어 놓은 영상을 보았는데!
오 마이 갓~~!! 이런 말도 안 되는!
너무 황당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마구 썽을 냈다.
“야! 이 XXX! 영상을 세로로 찍으면 어떻게 하냐~!!”
그랬다. 친구는 그동안 사진만 찍어 보았지 영상은 처음이었고, 영상도 아~무 생각 없이 사진 찍듯이 가로로 찍다가, 세로로 찍다가, 이랬다 저랬다, 아주 난리난리 난리도 아니었다.
세로로 찍은 영상을 가로로 돌리는 편집기술을 터득해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아무리 가로로 돌려도 기울기가 느껴져 역시 소생은 힘들었다.
결국 그 영상은 짜증 나서 폐기처분했다.
유튜브 하면서 이런 헛발질 차암~ 많이 해왔다.
캠코더에 마이크가 달려 있으니, 따로 마이크는 필요 없겠지 하고 영상을 찍었는데, 집 안에서 찍은 영상의 소리가 웅웅 울리는 것이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소리가 울려 날려버린 영상,
새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로 야심 차게 찍었건만 초점이 나가 흐릿하게 찍혀버려 날린 영상,
촬영 전용 조명을 사야 하는데 그까짓 조명 뭣이 필요한데~? 사람이 머리를 쓰면 되지! 하며 집에 있는 낚시용 랜턴 두 개로 교차해서 비추며 찍다가 램프가 하도 깜빡여서 날린 영상,
방수 액션캠을 사서 물속에 들어갔더니 물이 들어가서 날려 버린 영상, (방수 액션캠 신뢰 금지)
장장 10시간이나 꼼짝 않고 편집을 해서 마침내 랜더링을 했는데, 컴퓨터 사양이 낮아 계속 꺼져버려 날린 영상 등, (이 영상은 다행히 그래픽카드와 파워를 교체하고 다시 살릴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편집 다 해서 업로드하고 원본 파일도 다 지워버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업적으로 이용이 안 되는 폰트를 사용해서 눈물을 머금고 삭제한 영상...(초창기 대부분의 영상이 이렇게 사라졌다.ㅠㅠ 이때는 저작권이 뭔지도 몰랐을 때였다.)
편집할 때 그냥 모니터에 달린 스피커의 소리를 들으며 작업을 하는데, 모니터 스피커로 들을 때는 괜찮았는데, 영상에 달린 댓글이 모두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해서 이어폰으로 들어보니... 정말 너무 시끄러워 지워버린 영상들...(모니터의 저질 스피커 신뢰 금지!)
뭐 하나 순탄한 길이 없는 유튜브 활동 초기였다.
그래도 이렇게 하도 헛발질을 많이 하다 보니 근육이 생겼는지, 간혹 제대로 맞으면 뻥~ 하니 멀리 나가기도 한다.
하루 종일 촬영을 하고, 혼심의 힘을 다해 공을 들여 10시간씩 편집해서 올린 영상은 전혀 반응이 없다가,
'그냥 이거나 올려볼까?'하고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찍어 대충 편집한 영상은 뻥~~!!! 터지니...
축구선수도 항상 몸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해야 골이란 기회를 잡는 법.
우리 유튜버들도 운동선수처럼 멈추지 말고 헛발질이라도 좋으니 열심히 근육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유튜브 AI님이 기회를 주실 때 뻥~하니 멀리 찰 수 있느니.
이번 주도 뭐 하나 제대로 맞기만 해라. 내 단단한 근육을 보여주마!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매주 헛발질을 하고 있다.
아... 근데 근래 많이 올렸는데 이쯤에서 한번 맞을 때도 됐는데...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