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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예지 Apr 25. 2019

음악의 시학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이세진 옮김 (민음사)

이 책은 스트라빈스키가 1939년에서 1940년 사이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모아 놓은 책으로 음악적 고백록, 시간 예술로서의 음악, 작곡가의 창조적인 상상,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역할, 러시아 음악의 혁신들, 연주와 해석의 차이, 이렇게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전통과 습관을 구분하며, 전통은 ‘기존의 것에 대한 반복’이 아닌 ‘지속되는 것의 실재성을 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창작은 전통을 회복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에 있어 ‘발전’이나 ‘진보’의 개념을 거부하며 다자 속에서 선택을 통해 개별적인 일자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결국 창작이란 전통이라는 연속성 속의 선택을 상정한다. 그는 예술에 있어 ‘지적 무정부 상태’를 경계한다. 연속성과 공통의 언어를 상실함으로써 예술가는 고립될 것이라 말한다.


또한 음악의 ‘회화화’, 다시 말해 시각적 효과에 기대는 음악은 음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무질서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v)를 비판하며, 음악이 구체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다. 결국 음악에서는 아폴론적인 것이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라빈스키는 모더니즘을 경계하며, 차라리 모더니즘은 스노비즘의 다른 말이라고까지 비판한다.


마지막 장의 연주와 해석의 차이에서 그는 청중은 작곡가의 ‘놀이상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놀이상대가 되기 위해 청중은 음악적 소양과 교육을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대중 일반에게 작품의 가치 판단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며, 그저 작품의 운명-이는 아마도 작품의 인지도나 흥행을 말하는 듯하다-을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나는 스트라빈스키를 읽기 전, 아도르노를 통해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아도르노가 스트라빈스키를 그토록 비판한 이유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아도르노를 다시 펼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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