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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K Jul 18. 2016

나도 모르게 꿈을 이뤘었구나

지금 내가 누리는 모든 일상이 한 때는 꿈이었다.



29살에 결혼을 해서 30살에 첫 아이를 낳고 33살의 가을에 둘째를 낳았다. 첫째는 9살 둘째는 7살이 되었다. 첫째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늘 버겁고 힘이 들었던 나에게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치는 둘째까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많이도 울고 힘들어했었다. '난 절대로 두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없는 그릇인데 주제도 모르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불행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수시로 했었다.



밥 한 술 제대로 먹을 여력이 없어 꾸역꾸역 입에 음식물 쑤셔 넣고 씹으며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아야 했다. 우아(?) 따위는 개나 주라며... 엄마 껌딱지인 아이를 화장실 앞에 세워두고 문도 못 닫은 채 볼일을 보아야 했고, 뾰족구두, 샤랄라 한 원피스 대신 아무렇게나 꾸겨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와 목 늘어 난 티셔츠가 내 교복이었다. 샤워는커녕 머리 조차 맘 편히 감을 시간이 없었던 그 시절... 반짝이는 핸드백 대신 등에는 백 팩, 앞 에는 아기띠... 한 손에는 큰 아이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거리를 활보하던 그 시절... 나의 꿈은 '나 혼자 커피숍에 가서 넋을 놓고 앉아 있기' 혹은 '비 오는 날 카페에서 만화책 보기'였다.






아이들은 예배에 들어가고 교회에 딸린 4층 카페에 앉아 있다. 밖에는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난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소싯적 재미나게 읽었던 만화책을 앞에 두고 있다. 문득... 아이들이 어렸던 그 시절...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순간이 바로 이 순간임을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꿈을 이뤘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 의식하지 못했던 그 꿈...영영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릴 것 같았던 그 시간동안 나는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워냈고 문득 기억 난 내 꿈을 이룬 것을 자축하며 기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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