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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K Aug 17. 2016

택배아저씨는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

아이에게 순간의 풍족함 대신 지혜로운 소비를 알려주자



띵동...!!!

택배 아저씨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딸아이의 옷이 배달되어 왔다.

"엄마, 이게 모야?"

"응...택배아저씨가 00 옷 배달 오셨네.."

"와!!!! 아저씨 좋은 아저씨다…….예쁜 옷도 막 가져다 주고...“



순간 마음이 찌릿했다. 이 아이는 왜 엄마, 아빠가 아닌 택배 아저씨께 감사하는 걸까?     

"아저씨가 가져다 주신 게 아니라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 위해서 열심히 일하셔서 번 돈으로 사 주시는 거야. 그러니까 아빠가 사 주신 거고 아저씨는 ..만 해 주시는 거야. “          



우리 아이 뿐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택배 아저씨를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여기는 듯하다신발도, 가방도, 옷도, 신나는 장난감 심지어는 어린이 날, 생일 등에 받을 각종 선물도 모두 다 택배 아저씨가 가져다주시니까....          





언젠가 친구의 아이가 가지고 싶은 인형이 있다고 친구를 졸라대면서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빨리 가져오라고 해."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도 이런 발상들이 참으로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물론 나도 내 아이가 부족함 없이 자라길 바란다. 처음 아이를 낳고 한창 열의에 불타올랐던 시절에는 내 아이의 부족함 없는 삶을 위하여 밤낮을 인터넷 쇼핑에 매진했더랬다. 왠지 좋아 보이고, 예뻐 보이는 물건들, 당장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물건들...가지고 놀거나 사용할 수 있는 월령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인데 미리 사서 쟁여놓았다. 꼭 살 것이 없어도 아침에 눈뜨면 쇼핑 사이트 열어서 점검하고 명품 장난감 후기들 뒤져가며 차마 사지는 못하더라도 입맛만 다시던 시절이 있었다.     



그나마 좀 빨리 제 정신이 돌아왔던 건 천만다행이었다. 가끔 엄마의 소비 욕에 불을 붙이는 획기적인 장난감이나 옷가지들이 있더라도 두 눈 꾹 감고 일단 참았다. 그 순간 그렇게 꼭 갖고 싶던 그 물건들은 다음 날 다시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날, 또 그다음 날...오래 생각을 하고 계획해서 산 물건들은 확실히 실패나 후회가 적었다. 



무엇보다 많이 뜸들이고 아이가 정말 갖고 싶어 하거나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 준 물건들은 잠자리에서까지 꼭 끌어안고 잘 만큼 아이가 좋아하고 아꼈다. 왠지 엄마 눈에 좋아 보여서,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지레 짐작으로 들여 준 장난감들에 시들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고 매일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이 생겨난다. 그럴수록 엄마의 마음도 수시로 동한다. 화수분도 아닌 것이  사들이고 사들여도 갖고 싶은 것 들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 넘쳐나는 자신의 물건들이 그저 당연하기만 한 아이.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엄마의 클릭 질 몇 번에 눈앞에 대령된다. 물건을 비교하고 고르고 생각해보는 중간과정은 당연히 생략!!!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던가?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당연히 아이들은 그 물건을 사 주기 위하여 아빠, 또는 엄마 가족들 중 누군가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그 풍요로 움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 한다는 의미를 인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30개월 전 후부터는 인터넷을 이용해 대량으로 구입했던 교구나 간단한 학용품, 장난감들은 함께 문구점을 찾아 비교해보고 아이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대량으로 구입 할 때에 비해서 쏠쏠찮게 푼돈이 나가기도 하고 영세한 문구점이라 웹상의 다양한 상품들에 비해 품질이나 디자인이 아쉬운 경우도 많다.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물건들 중에서 제 맘에 들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다 가질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두고 고르는 법, 정해진 금액 안에서 소비하는 법! 무엇보다 그 물건을 사주기 위해서 아빠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것...색연필 한 세트를 사더라도 아이에게 가르쳐 줄 것들이 참 많다.          



매일 두 번 세 번 오셨던 택배 아저씨 이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오신다. 아저씨가 가져오시는 물건은 엄마의 짐작으로 주문한 아이가 좋아 할 만한 장난감보다 물티슈나 샴푸, 세제등 대량구매하면 유리한 생필품일 경우가 훨씬 많다. 더 이상 택배 아저씨는 내 아이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이제 아이는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이따가 아빠 오시면 보여드리고 감사합니다! 하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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