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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K Dec 06. 2017

엄마, 난 슬픈데 왜 눈물이 안나지?

초딩 3학년이 표현할 수 있는 슬픔의 무게란...

학교가 끝날 때쯤 초딩 3학년 딸내미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선생님이 바뀐데..."

처음에는 피아노 학원 담당 선생님이 바뀌겠거니 했다. 문자가 온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피아노 학원 가기 전이다. 설마...학교 담임 선생님? 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쉽게 갑자기 바뀌나?

"어떤 선생님?"

"우리 반, 3학년 7반 선생님"


헐...진짜 그렇게 쉽게 갑자기 바뀌는구나. 딸내미는 집에 오자마자 알림장을 펴서 보내준다. 어떤 이유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냥 지금 담임 선생님은 내일까지 오시고 금요일부터는 새로운 후임 선생님께서 오실 거라는 간단한 쪽지 한 장이 전부였다. 



아이들을 무척 사랑해주시고 애정과 열정이 많으신 선생님이셨다. 딸아이를 무척 예쁘게 봐주셨고 딸아이도 많이 따르고 좋아했던 선생님이셨다. 이유도 궁금하고 그동안 고생하셨던 선생님께 고마움에 인사와 함께 안녕히 가시고 건강하시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지만 선생님의 개인 연락처도 모른다. 엄마도 이리 섭섭하고 속상한데 딸내미 마음은 어떨까...


딸 : 엄마...애들은 오늘 세 명이나 울었어...그런데 나는 왜 눈물이 안나지? 내가 진짜 정이 너무 없는 걸까?

엄마 : 그래? 네 마음은 어떤데? 하나도 안 슬프고 안 섭섭해?

딸 : 아니...나도 슬프고 걱정되는데 우리 선생님도 너무 좋은데 눈물은 안나...

엄마 :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구나 똑같은 감정을 느끼진 않아. 누구는 엄청 아프고 슬프지만 다른 사람은 그게 조금 덜 슬프고 덜 아플 수도 있어. 그 슬픈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다 다른 거야. 조금만 슬프고 아파도 눈물이 나는 사람도 있고 아주 많이 아프고 슬퍼도 눈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깐 네가 눈물이 나지 않는 건 네가 정이 없어서도 아니고 나쁜 건 더더욱 아니야.


딸내미는 1시간 내내 피아노만 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이 많이 칭찬해주셨던 리코더도 열정적으로 불고 있다. 휘파람도 열심히 불어댄다. 불안하고 울적하고 화가 나고 속상할 때 딸내미는 두서없이 음악놀이를 한다. 


대부분 상대의 슬픔나 아픔의 표현을 눈물로만 알아차릴 때가 있다. 눈물이 많았던 어린 시절 나는 '정 많고 마음 여린 아이' 감정표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언니는 '독하고 정 없는 아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친 자매인 언니와 나는 순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겪었으며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별 아픔 슬픔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난 눈물로 언니는 덤덤함과 무표정으로 표현했다. 


꼭 우는 사람만 마음이 아픈 걸까? 정말 무덤덤하고 아무 느낌이 없어서 눈물이 나지 않는 걸까? 슬플 때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한바탕 다 쏟아내고 나니 그 상황을 잘 견뎌낼 용기와 힘 같은 것도 생기기도 했었던 것 같다. 


눈물이 많지 않던 우리 언니는 어른들의 비난처럼 정이 없지 않다. 나는 한바탕 눈물로 정을 표현한다면 언니는 더 실질적이고 확실한 이성적인 방법으로 그 마음을 승화시킨다. 성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에게는 그런 언니의 슬픔을 견디는 방법과 없는 집안의 장녀로서 짊어지어야 했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 짠하기만 하다.


잘 울지 않는 사람의 슬픔은 다른 사람에게 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냉혈한 이라서는 아니다. 아파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슬프지만 눈물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수도꼭지 열린 듯 펑펑 울고 있는 나보다도 더 가슴이 메어질 수도 있다.  "눈물이 나지 않는 나는 정이 없는 걸까?"라고 질문하는 딸아이에게 미안함이 느껴진다. 우리 엄마가 언니에게 그랬듯이 나도 딸이 듣는 상황에서 저런 표현을 했었겠지. 그럼에도 또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헤아리지 못하는 초딩3  딸내미...물어봐주고 의논해주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맙다. 


"슬프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 네가 틀린게 아니고 단지 표현 방법이 다르다." 고 말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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