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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K Feb 20. 2019

게임하는 아들 모르는 척하는 이유

숨기려는 것을 아는 척 하는 순간 내 선택의 카드는 반으로 줄어든다.

최근 아들(초3)이 게임에 빠지기 시작했다. 친구와 동시에 접속하여 팀플레이로 진행되는 게임의 재미를 알아버렸다. 최근 일주일 정도는 엄마가 잠시라도 집을 비우면 게임을 하는 듯했다. 그나마 제 누나와 함께 있을 때는 서로 견제하고 눈치 보느라 접속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학원이 끝나고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화요일 오후 1시간 30분, 목요일 오후 1시간가량이다. 보통은 이 시간에 축구를 하러 나갔지만 지난주부터는 피곤하여 집에서 놀겠다는 핑계를 대고 내내 게임을 했던 듯하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 한두 시간 게임을 하는 정도야~'라고 그냥 봐주거나 정 싫으면 호되게 혼내고 게임을 차단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다 선택하기가 어렵다.


 게임이나 TV 같은 시간을 줄 때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간격으로 제공하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엄마는 규칙적인 생 잡아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아쉽게도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고정된 비율로 제공되는 상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아이는 곧 다가올 게임, TV 등의 포상 시간을 기다리는데 더 집중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열중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오히려 늘 제공되던 시간에 어떠한 변수가 생겨 게임을 못하게 될 경우 더 큰 분노와 반발만 사게 된다.


 차라리 예상하지 못한 타임에 ( 하기 어려워하는 과제를 완수했을 때 등) 간헐적으로  게임시간을 주는 것이 훨씬 생색도 나고 포상의 개념으로도 효율적이다. 엄마가 부재중인 한두 시간 동안 하는 게임을 모르는 척하지는 못하는 이유이다. 시작은 순수하게 엄마가 없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늘 그 시간마다 게임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목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엄마의 부재만을 기다리는 아들...생각만해도 슬프고 숨이 막힌다.


어제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가방만 던져놓고 게임에 빠졌을 것이다. 덕분에 식탁 한가운데 차려놓은 간식도 잊었다. 부랴부랴 축구교실 시간에 맞춰 뛰어가며 건 전화통화.


"엄마~제가 집에서 혼자 재미있게 놀다 보니 간식을 깜빡했지 뭐예요."

어색한 아들의 말투에서

"이 녀석이~! 게임에 정신 팔려서 못 먹었지? "

 말이 먼저 튀어나올 뻔했지만 꾹 참았다.

"안 먹으면 안 되지... 다리 떨려서 어떻게 뛰려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머리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드는 찰나... 마지막 타임 내담자가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에구... 아들 축구 끝나기 전에 도착해서 게임 못하게 감시할 수 있겠네요. 내가 누굴 상담해...!!!"

짐을 챙기며  던진 농담에 동료 선생님들께서 아들의 게임 흔적을 찾는 방법, 어플을 차단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신다.


물론 심증과 물증을 들이대고 호되게 혼내며 게임 어플 지워 버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들은 나에게 신뢰를 잃었음을.. 그리고 그 댓가 또한 알게된다. 이 방법은 최후로 미루고 싶은 게 나의 욕심이다.


그 와중에 검색해서 찾아낸 스타크래프트 이미지들 보니 웨케 또 설레니....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더 힘들지 ㅡㅡ;;


사실  친구와 온라인에서 팀플하는 재미를 알기 전까지... 게임이 깔려있는 패드가 눈 앞에 있어도 약속된 시간 외에는 조절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끝이 없이 이어지는 롤플레잉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되며  아무도 없는 집의 패드는 아들에게 큰 유혹이 될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 초3 스스로에 대한 조절이 결코 쉽지 않을 나이다. 비단 아이만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른이된 나조차도 20대 초반에서 결혼하기 직전까지 각종 게임에 빠져 살았던 경험도 있다. 그중 2~3년 정도는 겨우 일만 하고  모든 여가시간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게임에 쏟아붓는 심각한 중독 상황이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몰래 게임한 사실을 섣불리 아는 척하지 않으려 한다. 결과는 통제와 차단 밖에 없을 것이니까. 그나마도 일시적인 방법이고 조금만 더 자라도 내 영역 밖의 상황이 훨씬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의 마음이란게 무언가를 몰래 할때는 눈치도 보고, 감추기 위한 갖는 노력과 조절을 한다. 하지만 들키는 순간 하고 싶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실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된다. 그리고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때는 화를 내는 등의 뻔뻔함을 보이기도 한다. 굳이  문제를 들추어내어 시켜 주거나, 못하게 하거나...의 선택만을 두고 싸우기보다는 엄마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하여 하고있는 지금의 조. 절. 과. 노. 력의 시간이 연장되도록 믿어주며 독려하고 싶다.


물론... 이제 패드는 내 가방에 들어가 출퇴근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유는 아들이 '엄마 몰래 게임을 해서'가 아닌 '엄마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데 수시로 봐야 해서'가 될 것이다.  강력한 유혹 덩이를 앞에 두고 고뇌하고 자신과 싸우게 만들 이유가 없으니......


"너희들이 작정을 하고 엄마를 속이려 들면 엄마도 어쩔수는 없어. 처음에는 속겠지. 그런데 반복되거나 아님 한 번뿐이라도 우연한 기회에 엄마를 속인것을 알게되면 그 전의 잘 지냈던 시간들부터 앞으로 다가올 여러 상황에서 자꾸 의심을 하게 될 것 같아. 그건 참 속상하고 슬픈일이 될거야."


사실 잘 모르겠다. 얼마나 유지될지...어떤 효과가 있을지. 처음인 엄마 노릇은 너무 다른 성향의 두 아이 앞에서는 늘 정답이 없이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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