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도 항상 옳다고요? 멘토도 항상 옳다고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스타트업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있고 그래서 예비창업가들에게 골목식당의 성공사례와 실패 사례를 많이 소개하곤 했습니다. 다만 최근 서산 돼지찌개집 사장님의 경우 골목식당 제작진이 놓친 부분인지 일부러 그렇게 기획하신 건지 문제소지가 있어 이에 대해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이미 앞서 유명세에 눈이 멀어 초심을 잃어버린 사장님들의 경우는 전적으로 골목식당 제작진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서산 돼지찌개집은 조금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1. 모두를 만족시키는 레시피는 없다 : 사실 누구나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황금레시피라는 것은 없죠 저도 백종원3대천왕에 나온 집들이나 수요미식회로 뜬 식당을 찾아 가보고 느낀 점은 백종원 대표도 그 집의 장점을 보고 칭찬하는 것이지 그것이 모두의 입맛에 맛있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실제 서산 맛이나 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그 중 '맛이나' 식당에 다녀오신 후기 하나가 마음에 와닿네요 "7천원짜리 백반으로는 괜찮은 맛이었지만 몇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맛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하도 주위에서 아저씨들이 맛없다고 소리를 질러서 먹는 내내 민망했어요" 라는 내용이더군요. 실제로 후기들을 보면 19년말을 기점으로 반찬도 가짓수가 줄고, 돼지찌개 양도 줄고 맛도 달라지고, 사장님 살도 빠지시고 신경질도 느신 것 같더군요.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만드는데 그리고 그럭저럭 단골들이 와주시고 그럭저럭 칭찬을 받으면서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송 한번 나오니 손님들이 몰려오고 맛없다고 항의하고~ 욕하고~ 그 상황에서 어떤 사장님이 웃으면서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을까요? 그래도 웃으면서 장사해야 전문가라고요? 그거 실제 영업안해보신 분입니다. 욕하는 고객에게 웃으면서 영업하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작정하고 진상부리는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하루이틀입니다. 그리고 후기들을 보면 대체로 비슷한 평입니다. "맛 없지는 않은데 기다려서 먹을정도는 아니다" 백종원 골목식당이 미슐랭 별5개 식당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아니자나요? 내가 고생했으니~ 내가 기다렸으니~ 내가 힘들게 여기까지 행차하셨으니~ 7천원을 내지만 7만원의 감동을 내게 줘~ 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 그런데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전문식당프랜차이즈를 낼 생각도 있는 분이 아닌 그냥 동네에서 요리솜씨가 있어서 식당을 냈을 뿐인 아주머니가 TV 방송 한번 나왔다고 갑자기 백종원대표 레벨 역량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시청자에게 그런걸 기대하게 만들면 안되죠!
2. 골목식당이 천개 만개의 상황에 대해서 해결방안을 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서산 맛이나식당의 경우 사실 1년전편에 코칭을 해준것은 없이 칭찬만 하지 않았나요? 방송이 끝나면 몰려올 고객들 그리고 발생할 재고와 음식 품질 문제, 진상고객들의 불만과 고객관리 이미 그때 예상했는데 1년전 편에서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예능이지만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닌지요? 손을 대지 않았다면 모를까 손을 댔으면 책임도 져야하는데 담당자들로 책임감은 안드시는지요? 다 사장님 탓인가요?
물론 알아서 잘 견뎌내고 알아서 잘 성장하시는 분들은 더 크게 사업을 확장하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악의"를 가진 진상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식당업에서 올바른 소상공인 사장님을 육성하려고 시작한 프로그램이지만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결국 김영애씨를 무고하게 몰아가는 거짓뉴스로 파산시키고 결국 같이 망해버린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처럼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이번 서산편은 문제가 없는 작은 식당을 방송을 통해 크게 만들 '기회'를 주면서 오히려 문제식당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면 제작진도 책임이 있다봐야 하는데 모든 문제를 사장의 변심 사장의 게으름으로 몰아가는 모습이 타당하지 않습니다.
3. 고객은 항상 옳고 너희 창업자들은 다 잘못이다? : 저도 고객은 항상 옳다고 컨설팅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만들수는 없으니 좋아할만한 타겟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골목식당은 욕하고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고객군으로 포함하고 좌절하고 주저앉은 식당사장님을 "넌 나약해 넌 실패자 넌 배신자" 라고 흠보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강조하자면 적이 될 것 같은 잠재고객에게는 아예 서비스를 소개하지 않는 것도 좋은 영업전략입니다. 힘만 들어요. 7천원을 내면서 7만원을 기대하는 고객은 타겟고객이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서산 맛이나식당은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백종원 3대천왕에 나온 부대찌게집이나 돈까스집을 다녀오고 든 느낌이 딱 이거였습니다. "그냥 7천원짜리 돈까스" 그 정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까지 다 고객군으로 컨설팅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소상공인 사장님들 레벨로 감당할수 없습니다.
2020.6.19일 SBS 골목식당 제작진에 보냄
개인적으로는 방송인들이 작정하고 B급을 A급으로 포장해서 시청율 쪽쪽 빨아먹다가 여기저기 후기로 문제가 생기니 이거 다 우리 골목식당 탓이 아니라 사장탓~ 으로 몰아가며 이젠 D급이라고 방송으로 포장하는 모습같아서 끄적거려보았습니다. 그래 우리나라방송은 무한도전처럼 오래 했으면 적당히 끝내던가 아니면 시즌제로 쉬어가고 충전하는 방식으로 오래 끌던가 해야하는데 하여간 "적당히" 라는 것을 모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