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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이네 Mar 14. 2017

오랜 고독 속에서의 해방

영화 '로건'

<강스포이니 안 보신 분들은 뒤로 눌러주세요!>
"오늘, 죽기 좋은 날입니다."


마치 화면의 로건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반차를 내고 휴식시간이 생겨서, 급하게 친구들에게 뭘 하면 좋을까 콜을 치다가,

로건이 잔인하지만 슬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빙'과 둘 중에 시간대가 맞는 걸 고민하다가 로건을 보았다.

스쳐 지나가던 광고로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내용은 보았는데, 

처음 울버린이 나왔을 때 열광하였으나 단독 스핀오프 영화들에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뭔가 급격하게 늙어버린 듯한 휴 잭맨이 기억나서 큰 기대는 없었다.


첫 장면부터 이미 휴 잭맨은 급노화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건조한 느낌은 절망을 나타내서 좋아하지는 않는데, 최근 그런 건조한 화면들 속에서 재밌던 영화들이 몇 개 있었다. (ex:인터스텔라, 매드맥스 등등)

로건 역시 긴 시간은 아니지만 미래 시간을 나타내면서, 특히 로건과 프로페서가 이미 전성기를 지나고 황혼기의 쓸쓸함에 접어든 것을 그들이 사는 집의 배경으로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굳이 돌연변이라 고립되지 않더라도 할아버지, 병자, 장애인 이 세 명으로 조합된 집단이 흙먼지만 날리는 사막 속에서 사는 것은 보기에도 너무 우울했으니까.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듯이, '울버린'이 아닌 '로건'을 내세우는 이 영화는 그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다. 사회 속에서 배척되고 또 자신을 쥐고 이용하려는 욕망들 속에서 돌연변이들은 자신들의 자유와 해방의 역사를 꿈꿔왔다.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그 삶을 걷고자 했었던 것이다. (그 깊은 뜻을 이전 엑스맨을 볼 때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번 시리즈에서 나도 동감했다. 이전 엑스맨들은 너무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원작도 안 본 나는 그 깊이를 공감할 기회가 부족했다.) 로건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해방의 역사는 결국 가지지 못했었다. 


이 영화를 중반까지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은 그저 '고독', '외로움'이었다. 그 세 명의 조합 역시 각자 고독의 길을 걷고 있었고, 자신들의 문제 속에 갇혀서 혼자서 그 길을 감내하고 있었다. 특히 프로페서를 위해 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로건은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가지고 생계까지 건사해야 했었는데, 오래된 폭력으로 다져진 맷집으로 그는 그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느낄 틈도 없다. 희망을 발견할 수가 없는, 그저 그런 고독한 삶이 계속되었다. 고립의 오랜 역사를 거쳐야 했던 그들은 마지막 돌연변이로서의 종족의 멸망을 어찌할 수 없기에, 담담히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가운데, 마침내 이 의지 없는 쓸쓸한 세 영혼에게 희망의 존재가 나타났다.자신이 뿌린 씨앗은 아니었지만 거두고 지켜야 하였고, 아이는 그를 똑 닮아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였다. 이외에도 의도치 않은 리틀 엑스들은 처절한 고독만이 남아있던 그들의 앞길에 하나의 연장선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이라는 타이틀답게, 이 영화에서는 늙고 병든 영웅들을 너무나 쉽게 보내 버린다. 로건의 마지막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지만, 프로페서의 경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자신의 제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어느 정도의 호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뮤턴트의 연대기를 없애버리는 아름다운 포장이었나? 


이미 끝이라는 결말을 예상했음에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들의 부활을 기대했었으나,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짠하고 다시 나타났었던 영웅일지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희생이 되어, 엑스맨의 역사를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스러져가는 그 역사 속에서 힘 없는 늙은 영웅들의 인간적인 고뇌가 더욱 크게 다가오면서

지금의 나에게 그 고독감이 매우 깊숙히 인식되고 공감되어 특히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늙은 휴 잭맨을 보는 것은 뭔가 짠한 일이었지만.. 복제된 휴 잭맨은 여전히 젊고 힘찼다.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 번영했던 시절을 지나고

그 후의 고독 속에서의 삶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들의 삶처럼, 풍요 속에 있을지라도 그 안에 고독이 깊숙히 패어버린 사람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다 베어버렸던 전성기의 울버린이 로건이 되어 버린 것은

깊은 동질감 속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들, 그리고 삼포니 오포니 떠들어대면서

남들처럼 갖고 싶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

그러나 막상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해방과 자유를 가져다 주지 않음을 알았을때.


어쨌든 역사는 계속되고,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울버린을.

그리고 희망을 찾아 계속 품어낼 것이다.


P.s 늙어버린 휴잭맨을 보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ㅜ. 그러나 복제된 엑스맨은 여전히 짱짱맨!


그리고 특히 아이와 엑스맨의 액션의 합이 매우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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