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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양 Apr 07. 2017

야행관람차 (미나토 가나에)
★★★



※대단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대략적인 줄거리가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줄 세우는 문화에 익숙하다. 학창시절에는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는 학벌로, 취업하고서는 연봉으로, 아이를 낳고서는 아이 성적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줄 세우고 내가 어디쯤인지 확인하기 바쁘다. 확인 후에는 앞에 선 사람도 뒤에 선 사람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이다. 앞에 선 사람은 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혹은 한 걸음이라도 더 앞서나가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고, 뒤에 선 사람은 뒤처졌다는 생각에 좌절하게 된다.

야행관람차의 주인공들도 남들보다 더 앞줄에 서고 싶어 한다. 엔도 아야카의 엄마인 마유미는 부자 동네에 살고 싶었고, 내 아이를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형편에 맞지 않았지만 히바리가오카로 이사하고 만다. 다카하시 신지의 엄마인 준코는 남편의 전처에게 이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전처의 아들과 자신이 낳은 아들을 늘 비교했다. 그리고 아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의학부에 진학시키기로 혼자 결정해버린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다른 누군가는 상처받는다. 애초에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던 아야카는 엄마의 권유로 입학시험을 치르지만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농구연습이 낙이었던 신지는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에게 상처받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상처받은 그들을 이해하고 달래주는 다른 가족이 - 없다.

엔도 아야카의 아버지는 문제를 늘 회피한다. 시험에 떨어진 후 엄마에게 매일 같이 히스테리 부리는 딸을 전혀 통제하지 않는다.  허허 웃을 뿐. 심지어 집안에서 큰 소리가 나던 날엔 동네에서 허둥지둥 도망치기까지 한다. 다카하시 신지의 가족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했다. 누나인 히나코는 한집에 살면서도 동생과 어머니 사이의 갈등을 전혀 몰랐다. 자취하며 대학을 다니는 큰 형 요시유키는 사건이 일어난 걸 들었음에도 바로 가족에게 돌아올 자신이 없어서 다음날이 되어서야 버스를 탔다. 신지는 아버지가 '공부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라는 말을,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해석해버린다. 가족이지만 서로의 속마음을, 서로의 속사정을 전혀 몰랐던 거다. 늘 싸우는 엔도 가족도, 겉으로 완벽해 보였던 다카하시 가족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의 상처를 외면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카하시 가족, 엔도 가족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족과 함께 해보겠다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나도 '가족'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걸 모두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상대의 상처를 가볍게만 생각해 외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배려라는 예쁜 마음을 너무나 당연시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돌이켜보게 된다.





전체적인 감상평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로, 우리 삶과 많이 닮아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반전을 기대하거나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를 기대하신다면, 그런 내용은 전혀 없으므로 주의해주세요.

별점 ★★★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가족이라는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면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헤르만 코흐의 '디너'를 추천합니다. 아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부모의 심리에 대해 묘사하는 책으로 그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느껴져서 중간중간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린의 날개'를 추천합니다. 살인사건이 등장하긴 하지만 긴박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마음이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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