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고백은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리뷰하는 블로거의 글이었는데 - 어떤 영화였는지는 야속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정성스러운 글 마지막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 영화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었다.' 분명 영화를 리뷰하는 글이었는데 엉뚱하게도 나는 고백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 글을 계기로 '고백'의 서평을 여러 편 찾아봤고, 각각 다른 글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가 바로 '충격적'이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길래 모두 충격적이라고 하는 걸까. 그런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고백을 읽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랬다. 나에게도 이 작품은 충격 그 자체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헉
하고 놀랐더니 이야기가 이미 끝나있었다.
이 책이 충격적인 이유를 찾자면 첫 번째는 역시 줄거리와 그 설정에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한 중심 사건은 바로 슈야와 나오키의 살인이다. 그 둘은 미성년자이다. 우리에게 보통 미성년자는 순진하고, 개구쟁이에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들로 비춰진다. 그런데 이 둘은 살인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실수가 아닌 계획범죄였다. 그리고 이 둘이 죽인 꼬마는 바로 담임 선생님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었다. 담임 선생님인 모리구치 유코는 딸 아이의 죽음에 마냥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도 계획을 세웠다. 그 둘에게 철저하게 복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하나씩 달성해나갔다. 우리가 이제까지 순수할 거라고 생각했던 미성년자의 살인. 학생들의 교본이자 멘토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피 말리는 복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설정이었다.
이 소설이 충격적인 이유는 비범한 설정 외에 다른 것도 있다. 바로 짜임새가 어마어마하게 탄탄했기 때문이다. 고백에서는 전반부에 잠시 등장했던 물건, 사람, 사건이 후반부에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장 성장률에 도움이 되고, 뼈를 구성하는 칼슘을 보충해준다던 우유가
- 한순간에 복수의 수단이 되어버리고,
학생들이 존경해마지않았던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님' 사쿠라노미야 마사요시 선생님은
- 실은 죽은 마나미의 아버지이자 HIV 감염자였다.
또, 슈야가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겨 했던 행동이
- 결국 어머니를 죽게 하였다.
이렇듯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던 도중에 곳곳에 숨겨뒀던 폭탄이 터지는 모양새여서 즐겁고도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불편하고 충격적인 사건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 속에서 '고백'은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려고 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또, 등장인물 모두를 자세히 묘사한 덕분에 한편으로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더 처절하고, 더 흡인력 있고, 더 재밌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인 감상평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매우 충격적이고 재밌습니다. 그러나 고백에 등장하는 사건들 - 미성년자의 살인, 선생님의 복수 등 - 은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별점 ★★★★★
불편한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룬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헤르만 코흐의 '디너'를 추천합니다. 아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부모의 심리에 대해 묘사하는 책으로 그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느껴져서 중간중간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소설일 수도 있습니다만, 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가진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비슷한 부류의 추리소설
아직 제가 내공이 부족해서 고백과 비슷한 추리소설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언젠가 발견하게 된다면 업데이트하려고 합니다.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