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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wan Jeon Mar 25. 2018

[레이디 버드] 사실은 그 길이 제일 아름다운 길이었다

<레이디 버드>로 들여다본 익숙함의 가치를 앎으로 인한 성숙의 과정


| 성숙의 의미

우리는 모두 성숙된 인간으로 되는 과정을 겪어온 바 있다.

그것은 지금의 생이 처음이라 처음 겪는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청소년기의 시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 혹은 갈망.

그렇기에 새로운 경험을 겪는 과정 중에 겪는 다툼, 갈등, 자괴감 등.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의 수많은 변곡점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되다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수십 번 하게 된다.

그렇게 그러한 것들을 계속 겪고, 올바른 인간다움에 대해 깨우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그것을 성숙이라고 부른다.


성숙 (成熟) [명사]
1.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짐.
2. 몸과 마음이 자라서 어른스럽게 됨.
3. 경험이나 습관을 쌓아 익숙해짐.




| 레이디버드로 회상케 하는 미성숙의 시간들.

영화 <레이디버드>는 지극히도 평범한 소녀가 도시의 어른이 된 여성으로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세밀하고 세련된 연출로 보여주고 있으며,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성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

키스를 하고 좋아하는 장면.

첫사랑의 행복한 시간들.

오래된 친구와 다투는 장면.

좋아하는 사람을 자기 방의 벽에다 쓰는 장면.

남들보다 잘 사는 집이 아니어서 친구들한테 비꼬는 장면.

크리스틴이라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싫어 자신의 예명을 지은 모습.

엄마 매일매일 이어지는 감정싸움.


친구와 다투는 크리스틴
첫사랑의 크리스틴
세크라멘토에 만족하는 친구와 세크라멘토에 만족하지 못하는 크리스틴


배경은 미국이지만, 사실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이었고 경험이었기도 했다. 사실 그러한 경험은 우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앞서 서론에서도 말하고, '성숙'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짚었듯이 아직 경험을 하지 않은 것, 처음이기 때문에 겪게되는 '심리적혼란' 말이다. 그렇기에 이리저리 부딪히는 심리적 요동은 보통 10대 중후반에 일어다.


왠지 모르게 나의 것이 작아만 보이고, 내 친구들은 자꾸만 커 보이고, 심리적 자존감은 낮아만 간다. 또한 외지,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대한 동경은 커져만 간다. 그래서 계속 그녀는 가족, 친구와 갈등이 일어난다. 그리고 또 여기서 처음 사랑을 알아가며, 처음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설레는 사랑의 감정들을 <시얼샤 로넌>의 연기를 통해 심리적 디테일을 잘 살려내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이유가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영화 내내 우리가 크리스틴을 비난 혹은 비판하거나 할 수 없는 건 <시얼샤 로넌>이 크리스틴의 모습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그려냈고, 일종의 투정 같은 모습이었기에 마냥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또한 영화의 내러티브를 잘 풀어낸 것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빗대어서 그려냈기에 더욱 공감이 되게끔 연출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갖는 힘의 원동력은 공감의 힘이 될 것이며, 이것을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것이 높은 평점을 받을만한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생각된다. 적정선을 찾았다고나 할까? 마치 요리 중간에 넣는 소스처럼 위트 있는 코미디 요소를 넣어서 너무 진지 해지는 신파가 되지 않게, 반대로 너무 시답지 않은 코미디 같은 전형적인 틴에이저 영화가 되지 않게 클리셰의 영역에서 떨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영화는 10대가 겪을 만한 감정의 큰 줄기대로 하나씩 하나씩 엮어가며 보여준다. 친구, 가족, 사랑이 세 꼭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것은 아마 누구나가 10대의 가장 큰 이슈 혹은 사건이 친구, 가족, 사랑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물론 어떤 영화는 꿈을 얘기하는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가 크리스틴의 꿈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일상의 감정을 그려냈어야 했기 때문 아닐까 한다.


 


| 성숙함으로 되는 과정들

영화 <레이디버드>는 초반부와 중반부 때 까지는 크리스틴의 경험과 감정선을 고스란히 그려 내려 애썼다면, 종반부는 어른이 되는 과정, 성숙함의 시간을 그려낸다. 그 중 한 씬으로 영화는 뉴욕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을 하고 나서 이것저것 붙어있던 벽에 하얗게 페인트로 칠해버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크리스틴이 무언가 새로운 시작과 동시에 자신이 동경하던 신세계를 그리고 싶은 행복한 감정을 함의한다. 그러나 이 장면과 대비되게 크리스틴의 엄마는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얘기를 밤새 편지에 쓰고 또 쓰는 장면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또한 크리스틴 씬의 미장센은 굉장히 밝고 화사한 반면, 엄마 씬의 미장센은 굉장히 어둡다. 여기서 감독은 동일한 시점을 다른 미장센을 통해서 딸은 미래를 그리지만 행복하지만, 엄마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더 잘해주지 못한 반성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모든 자식과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상적인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맨날 싸우고 잔소리하고 딸을 몰아세웠지만 막상 자신의 울타리 밖으로 보내려고 하니 걱정되면서, 쓰고 또 쓰는데도 그동안의 감정을 종이 몇 장에 담아내지 못하는 부모의 감정을 오롯이 잘 담아내었다.



또한 영화는 동경하던 것을 알고나서 별거 없다는 것을 아는 허무한 감정의 느낌을 잘 담아냈다. 그래서 종반부 짧은 시간에 감정선을 강렬하게 담아내었는데, 계속 관객을 풋풋한 느낌의 크리스틴의 동화가 되게끔 이끌어가다가 갑자기 훅 크리스틴의 허무한 감정에 이입되게 하였다.

 


크리스틴이 친구에게 막상 첫 경험이 별거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장면.

대학 가서 무언가 대단할 친구를 만날 줄 알았는데 별거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친구와 술을 먹다 예전에 첫사랑 때 얘기했던 별의 이름을 얘기하던 장면.



이 같은 것은 우리도 다 경험해본 것이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트콤 논스톱같이 대학생활이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별거 없었고, 우리네 부모님들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가서 놀라고 하던 이야기가 막상 대학에 와보니 놀 수도 없는 현실에 좌절하곤 하지 않았는가? 또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새롭게 나만의 자취방도 꾸미면서 행복한 신세계 같은 세상만이 있을 줄 서울 도시에는 막상 와보니 오히려 예전의 울타리가 더 그리운 마음말이다.

 


 

| 가까웠기에 몰랐던 그 소중한 것의 가치

영화는 크리스틴이 술을 먹고 그 다음 날 성당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엄마에게 전화한다. 그리고 얘기한다.

"사랑해"

-

영화는 그리고 세크라멘토의 고향길과 엄마의 운전길을 교차 편집하면서 크리스틴의 성숙된 감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아오면서, 그 사랑의 많은 감정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10대 중후반 시절을 넘어오면서 익숙해지다 보니 사랑의 관심이 성가심으로 느껴지고, 자신을 귀찮게 하고 괴롭게 한다고 느끼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의 것보단 자꾸만 남의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심이 커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가 운전을 하면서 매일 똑같은 길을 간다면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좋은 길이 었는지는 잘 모른다. 내가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길을 가보면 그 길도 별거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다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익숙한 길, 일상의 가치, 내 주변의 것의 가치가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는 꼭 다른 길을 가보고 고생을 해봐야 알게 된다. 그렇게 그러한 진리를 깨닫고, 다시 돌아와서 내 주변, 내 일상, 평범하지만 나를 제일 사랑해주는 일상이 나의 소중한 행복이라는 것은 이제 성인이 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가치

이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성인이자 성숙의 단계로 들어선다고 생각한다. 이를 깨우치지 못하면 소위 말하는 "어른이"에서 머물게 된다. 육체적 나이는 성인일지 언정, 정신적 나이는 어린이 인것 말이다. 그래서 사실 삶의 정답은 없지만, 내 일상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정답으로 이끄는 길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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