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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놈Vietnom Jun 14. 2024

말보단 시스템이 낫겠지? 그랬으면 좋겠네.

히바우두에서 호나우두로

이전 글에서 원치 않던 묵언수행하면서 회사 운영 해야 되는 상황을 맞아 어찌하나 하는 고민을 나누었었다. 정답은 모르겠고, 나는 지금 당장 있는 것에 집중하는 좋아해서 베트남 팀 경영하면서 말하는 그냥 하기로 했다. 되는 것부터 집중하고 있다.


조직 운영할 때 도구/방법을 대략 4가지로 구분해 보자.


A. 말 -> B. 글 -> C. 문서 -> D. 시스템 (자연발생적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들의 평균을 거칠게 요약하면 대체로 이런 느낌 아닐까.


A : 얼굴 보고 얘기하고, 회의하고, 자리에서 얘기하기. 커피챗, 1on1 같은 것 포함.

B : 슬랙 쓰레드 작성하고, 댓글 달기. 정성 좀 더 들이면 노션으로. 회사 밖으로는 이메일 쓰기도 하고.

C : 노션에 정성 들여 페이지 작성하거나 구글 닥스 공유하기. 특히 스프레드 시트. 물론 좀 더 빡센 경우도 종종 있다.

D : 조직 문화, 정책, 어쩌다 보니 쌓인 업무 프로세스 같은 무형의 자산이 근본이 된다. HR/CRM 관련 SaaS 도입해서 맞춰서 굴러가거나, 자체적으로 대시보드 만들 수도 있다.


A, B, C, D는 대략 나에게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양분된다.

(나는 파레토 법칙 신봉자라 20% 안 맞아도 일단 핵심만 간단히 요약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A, B  : 당장 손쉽게, 빨리 사용 가능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적으로 생생하고 휘발되는 것 -> 'ㄱ'

vs

C.D : 적용 어렵고 오래 걸리고 뭐란 말인가 싶을 때도 많지만 쌓여가는 것 -> 'ㄴ'


거친 분류를 하고 보면, 나의 요새 행동이 묘사 가능해진다.


0) 어차피 자주 연락 안 되니까 각자 알아서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좋은 말로 위임) 전제를 뽝 깔아 둔다.

1) 'ㄱ'에서 B의 비중이 80% 이상이다.

2) 'ㄱ'을 충분히 성숙시키는 단계를 압축하고 C의 MVP를 가급적 빨리 던져본다.

3)  충분한 합의를 거치기 전에 D도 그냥 눈치껏 내가 초안 끄적끄적해서 공표한다.

4) B, C, D에서 문제나 부작용이 생기면 바로 인정하고 개선한다. 특히 D가 늘 베타라는 걸 강조한다.


이렇게 지내면서 반추하는 내용이 있다.

나는 지나치게 말이 많았다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존을 많이 했다. 원래 이 A, B, C, D가 적당한 선에서 조화롭게 사용되어야 아름답겠으나, 당장 하루하루 일 쳐내기 급급해지기 쉬운 초기 팀 운영하면서는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아무래도 당장 빨리 손에 닿는 도구인 '말'을 남용했었다. 더구나 스스로 말 잘한다고 자신했으니 더욱 거기에 치우치고.


전화위복인지 새옹지마인지,

강제로 A라는 카드를 내려놓고 운영을 하자니 처음에는 왼발이 묶인 '히바우두'가 된 기분이었지만, 막상 업그레이드돼서 '호나우두'가 되어가는 것만 같은 혼자만의 느낌이 든다(날강두 말고 혼자우두). 결국 경영의 성배는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 회사'라고 하면 방향은 맞는 거 같다. 매일매일은 아주 헬모드긴 한데, 3일 지나면 쌓인 게 있다는 감각이 든다.


월클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방향은 잘 가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요즘 나의 조직 운영 방식은 위의 형에서, 아래의 형으로 변모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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