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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혁 I Brown Aug 01. 2020

면접관도 우리 고객이었어 - 이력서편

주의) 저는 배민이 아닌 강남언니에서 일합니다.

-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서비스, 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 이 이직을 하고자 할 때 읽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까 해서 쓴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가치를 전달한다"라는 의미를 잘 알며, 이 것이 그냥 사무실 구석에 있는 낡은 포스터에 적혀 누구에게도 눈길을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초라한 문구에 불과하지 않은,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철학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이 읽으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력서로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회사에서 서비스를 만들 때, (특히 강남언니에서!) 우리는 늘 위와 같은 얘기를 합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표현은 안 해도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전달하고 그로 인해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사실 고객이라는 말만 바꾸면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상대방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굳이 서비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동료에게 작은 감사를 한다거나, 친구와 농담을 하는 경우 등등 수없이 많은 언어, 교감, 행동 등을 통해 어떠한 가치가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순간순간 상대방은 우리에게 감사를 받아야 할 고객, 재미를 소비하는 고객이 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쓰고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도 그렇지 않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누구(WHO)"에게 "무엇(WHAT)"을 "왜(WHY)" 전달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WHO - 면접관 : 이번 고객은 바로 이력서를 보고 판단하게 될 사람

WHAT - 이력서 :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는 콘텐츠

WHY - 채용 :
1. 이력서를 통해 면접관이 나를 만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2. 만약 면접을 보게 된다면, 그때 나눌 이야기의 가이드를 잡을 수 있도록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객이 어떤 사람이고 상황에 처했는지 이해하고,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고객이 어떤 상황인지 더욱 파고 들어가 봅니다.

이름 : 면접관
연령 & 성별 등등 : 모름
회사 :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 (스타트업이라고 가정)
직업 : 나랑 비슷한 직군일 확률이 높다
처한 상황 :
- 우리의 고객은 지금 자신과 함께할 특정한 동료를 찾고 있다!
- 우리의 고객은 지금 매우 바쁘다(스타트업이 늘 그렇지)
- 우리의 고객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만 뽑을 수 있다
- 우리의 고객이 어떤 컴퓨터, 어떤 프로그램, 어떤 지적 수준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른다


자 이제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고객이 가장 바라고자 하는 가치, 즉 "나와 함께할 동료 찾기 → 이력서 읽고 판단하기" 을 잘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합니다.


면접관이 이력서를 볼 수 있게 하라   

생각보다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 케이스

면접관이 어떤 컴퓨터(mac, windows)를 쓰고 어떤 폰트가 있을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렇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꼭 보일 수 있는 형태로 이력서나 필요한 파일 등을 전달하세요

세종대왕님께 죄송하지만 훈민정음이나 한글파일 등을 지양합시다 - PDF 파일이 가장 내가 보이는 화면과 상대가 보는 화면이 동일한, 즉 내가 예상하는 가치를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이 빠르게 읽을 수 있게 하라   

우리의 고객님은 매우 바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력서는 내가 쓴 것 1개만 있을 리 없습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이력서를 봐야 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이력서의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부분에 따라 구획을 나누고 강조할 것과 아닐 것들을 나눠서 표현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노출해서 바쁜 와중에도 이 이력서를 더 관심 있게 읽을 이유를 만들어 주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선호도라면 짧지만 굵은 자기소개글이 저는 첫 부분에 등장할 때 좋았습니다)


면접관이 헛걸음하지 않게 하라   

우리의 고객은 눈감고 상자 속에 적힌 이름을 무작정 뽑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분명한 필수요소를 갖춘 사람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포지션이 가진 기본적인 자격요건이나 회사의 인재상이나 핵심가치에 크게 어긋나는 사람은 대표여도 뽑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JD를 반드시 숙지하고, 나아가 회사의 인재상 등도 꼭 이해하신 뒤에 당신이 거기에 얼마나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어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안되면 애초에 불필요한 다른 역량이나 기술이 엄청나더라도 광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EXCEL 전문가를 뽑는 공고에 엄청난 PowerPoint 숙련자가 온다 해도 소용없는 일일 테니까요.


면접관이 이해할 수 있게 하라   

아마도 당신의 영역에 꽤 전문가일 고객이지만 그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너무  deep한 이야기 등은 큰 의미 없습니다. 게다가 내용이 늘어진다면 더욱 그렇겠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담백하면서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 담백하면서 그럴싸한 게 참 아트의 영역인데, 담백 (지나친 미사여구나 동어반복 등을 제거한 깔끔함) + 그럴싸(정성적, 정량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표현)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면접관이 판단할 수 있게 하라   

결국 우리의 고객은 당신에게 다음 라운드도 함께하기 위한 금목걸이를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가치를 준다는 것은 그 판단을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판단을 쉽게 하려면 당신이 어떤 능력과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더 명확하게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능력도 경험도 정성적인 부분보다는 정량적인 부분으로 표현되는 것이 좋습니다. 
> JAVA를 할 줄 압니다 : 는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장입니다. "JAVA (상)"같은 형태가 낫습니다. 다른 기술들의 (중)(하)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죠. 여기에 JAVA로 당신이 구축할 수 있는 무언가 등의 예시가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상이라면 더욱)
> MSA 구축 프로젝트 참여 : 그 프로젝트는 얼마나 크고 오래 한 프로젝트이며 3명이 한 건지 100명이 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프로젝트의 기간, 목적, 굵은 작업(특히 내가 참여한) , 기여도 등이 포함되면 추가적인 궁금증 없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 물론 기여도가 너무 적다면 적나라하게 표시하는 게 어렵겠지만... 기여도가 진짜 적은 항목들을 이력서에 잔뜩 적는 것이 면접에서 그 경험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좋을 일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정리가 될 것입니다


면접관이 관심 가질만하게 하라   

결과적으로 당신의 이력서가 고객에게 좋게 느껴져야 합니다. 별로인 이력서를 보게 하는 것 또한 가치를 전달하는 게 아니니까요.

위에 것들을 지키면서 매력적인 무언가가 내용에서 느껴져야 합니다.

그것은 사실이어야 하고 눈에 띄는 무언가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 드. 시. 당신이 자신 있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력서 관문을 통과해 면접에 간 순간, 분명히 이 내용으로 긴 토론이 이어지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멋짐을 뿜뿜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얘기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부분을 이력서에서 눈에 띄게 만들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1번째 목적인 면접관이 당신을 다음 라운드에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얘기가 많지만, 사실 2번째 목적에 맞는, 즉 면접에 가게 되었을때 면접관이 당신과 함께 나눌 이야기의 가닥을 잡아주는것도 중요합니다.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당신의 삶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습니다. 면접관이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거리를 던져주고 그 안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우리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당신이 자신있고,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는걸 알려줄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서 면접에서도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게 이력서를 통해 스스로 유도하시는게 중요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꽤나 길어졌지만,,  사실 위의 내용을 반드시 빡빡하게 다 지켜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파일은 열려야 합니다 여러분~) 상황이나 회사, 혹은 직무에 따라서 다른 전략이나 방법들도 존재하겠죠.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그들을 만족시킬 전략을 생각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당신이 고객(면접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바쁘고 지치고 시간 없고,, 하지만 좋은 동료와 함께  멋지게 일하길 애타게 기다리는 면접관이라고.

수많은 이력서들 사이에서 보물을 발견하길 바라는 그 마음과 상황을 빙의해서, 나는 어떤 이력서에 움직이게 될까 생각해보시면 제가 적은것보다 더 좋은 해답들을 여러분도 금방 떠올 리 실 수 있으실 껍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고객을 이해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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