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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혁 I Brown Nov 29. 2021

지금 더 잘하지 못해 조급하고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Elsa(2-4년 차 정도의 책임감 넘치는 동료의 가명)가 어느날 나를 찾아왔다. 고민이 있다고 했다.

주변에 보면 그런 사람들이 꼭 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밀어붙이며 힘들어하는 사람들. Elsa도 그런 사람중 하나였다.


무엇이 힘든고... 하니 아니다 다를까, 일을 할 수 록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그래서 이 힘든 여정을, 도전의 연속인 스타트업에서의 나날들이, 꽤나 힘에 부친다는 얘기였다. 힘에 부치다 보니 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이 들고, 그럴수록 더 자신감이 떨어지고... 안 좋은 Falling Wheel (제가 만든 단어인데, Fly Wheel에 반대로 네거티브 피드백 사이클을 돌면서 추락하는 형태)을 그리고 있었다.


조직문화를 잘 다져서 일상 속에서도 칭찬하고, 인정하고, 더 용기를 북돋아주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장기적인 방법 말고, 당장에 이 친구에게 해줄 말이 필요했다. 심지어 이 분은 내가 생각할 때 경험에 비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대단한 동료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내 생각을 최대한 잘 정리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해 드렸다.


놀라운 사실은, 그 후에도 비슷한 고민으로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더 있었다는 것. 심지어 그분들도 자주 내 마음속에 와우를 외치게 하는 멋진 동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주변에 이야기해보니 비단 우리 회사뿐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치열하게 성장하고자 하는 많은 후배님들(주니어라는 단어는 아쉽고, 그냥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타깃이 불명확한 듯해서, 저에 비해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을 애정을 담아 이렇게 불러보겠습니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런 이유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배님에게 드렸던 얘기를 그대로 옮겨놓듯이 적어보았다.



“ 흠,, 제가 Elsa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해서 2가지 정도를 얘기해보고 싶어요.


하나는, 지금의 조급함을 잘 다독여서 당신의 엄청난 동력으로만 써야지, 당신을 파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자신이 부족하다고, 언제 더 잘할 수 있냐고 진심으로 고민하는 괴로워하는 사람들 중에,, 뻥 안치고 일 잘 못하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어요. 다들 경력과 경험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태도, 성과 그리고 성장을 보여주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분들이 보통 Elsa처럼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요. 물론 높은 기준을 가지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의 path를 잡는 건 매우 훌륭하지만,  애벌레가 한 번에 나비가 될 수 없고 슈퍼루키 선수가 하루아침에 월드클래스 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저 사람처럼 멋지게 일하고, 회의를 이끌고, 사람들을 움직이고, 본질을 꿰뚫을 수 없지?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요? 엄격한 것과 가혹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몰라도 그 결과는 많이 다를 수 있어요.


저는 Elsa 정도의 연차일 때,,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되는대로 부딪치고 열정만 넘쳤지, 멋지게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죠.  반대로 저는 Elsa가 지금 멋진 고민과 자신만의 바이브를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짜 난 저 시절에 뭘 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며 반대로 자극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멋진 후배가 자신의 빛나는 모습은 외면한 체 스스로를 지나치게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워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면 더 빨라 질 때도 있겠지만, 그게 과해지면 말은 상처를 입고 더 이상 달리는 것이 즐겁지 않아 질 거예요.


자연 속의 나무들도 사과는 사과나무대로, 배나무는 배나무대로 저마다의 성장 속도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있습니다. 당신이라는 나무의 열매라는 결실을 맞이하는 시기는 당신에게 딱 맞게 있을 테니, 그것을 남과 비교하면서 재촉하지 마세요.


두 번째로, 일의 힘듦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원래 무언가를 정말로 정말로 잘한다는 것은, 아주 겁~나게 힘든 거예요. 진짜로 아주 욕을 섞지 않으면 표현이 안될 만큼 매우 매우 힘들어요. 그게 당연한 거예요. 안 힘들면 반대로 그게 이상한 겁니다.


저는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축구는 막 전술에 따라 움직이고 골을 넣고 팀이 이기면 그때의 재미와 가슴 벅찬 느낌은 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는 그런 제 인생에 다시없는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힘들어요. 왜냐하면 죽을 것처럼 뛰어야 하거든요. 축구하고 나서 안 힘들면 그 사람은 안 뛴 거예요. 손흥민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경기가 끝나면 쥐가 나고 잔디밭에 쓰러지곤 합니다. 승리를 위해 처절하게 달렸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금 회사에서 그런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잘하기 위해 학습하고 성장하면서 나아가는, 설설 걸어도 되는 동네 축구가 아니라 월드컵 결승전을 뛰는 생각으로 뛰고 있는 겁니다. 힘들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지금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까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받아들이세요. 원래 힘든거다. 힘든 걸 알고 뛰는 거다. 그러면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웃길 수 도 있는데 그걸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힘듦을 이겨내는 과정의 시작이에요. 그만큼 힘드니까 가끔 자신을 위해 쉬어가기도 하고, 혼자서는 힘드니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하는 거예요.


사실 저도 힘들어요(둘다 크게 웃음). 안 그래 보일지 몰라도 남들 안 보는데서 헉헉거리고 있는 거랍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힘들지만 즐겁고 멋진 게임에서, Elsa같이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면서 최선을 다해 플레이해주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생각에, 숨이 터질 것 같아도 한 발짝 더 뛰고 있는 것뿐이에요.



당신은 우리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지금도 이미 너무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러니 스스로를 인정해주시고 칭찬해주세요. 지금 필요한  현재의 자신과 어려움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많이 도전하고,  많이 넘어지고 그만큼 다시 일어나는 경험과 시간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런 과정을 동료로서 함께   있어서 저는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여기저기서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달리고 있을 수많은 Elsa들에게,

당신의 동료들도 저처럼 당신과 함께임을 감사히 여길 거란 사실과 함께, 별거 아니지만  작은 위로와 응원의 글을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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