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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rore Oct 23. 2021

착각


이강인이 지난 여름 이적팀을 찾는 조건으로 알려진것은 3가지였다. 감독과 궁합이 맞고 자신의 활약이 돋보일 수 있는 포메이션 전략을 구사하며 출전시간을 보장해줄수 있는 팀이다. 결국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잉글랜드를 마다하고 3가지 선택지를 충족시켜주는 마요르카로 이적한 후 활약을 펼치며 스페인 매체의 주목을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흔히 프로선수의 이적은 돈, 커리어, 팀 내 불화의 3가지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2번째 커리어다. 성장을 위한 기회의 확보다. 3번 째 팀 내 불화를 제외하고 돈과 커리어 요인에 의한 이직은 성장의 발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득, 나와 같은 일반 사무직들의 경우는 어떨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직 기준이라고 검색을 해봤다.나와 같이 궁금한 사람이 많은 것인지 쉽게 원하는 종류의 검색결과가 출력된다. 


2030세대가 좋은 직장의 기준으로 응답한 것은 연봉,워라밸,고용안정성,복지,커리어 성장 가능성 순이라는 조사자료가 가장 눈에 띈다. 돈이 일순위인것과 커리어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프로선수와 같다. 사무직과 프로의 차이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워라밸, 고용안정성, 복지등은 물질적인 보상에 한계를 두어야 하는 회사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허상이다. 그 허상을 인력시장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핑계로 이용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내가 장기 근속을 원하던 회사에서 이직을 하게된 이유는 이를 테면 출전기회의 확보를 위해서였다. 권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계획하는 대로 실행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코치나 감독은 아닌 유령같은 존재라고 여겨졌었다. 원인은 내게 있었을 수도 있고 조직에 있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는 내가 직접 선수로써 뛰기를 원했다. 뛸수 있고 뛰면서 배울수 있으며 뛰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뛰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뛰는 것을 동료 혹은 윗선에서 원하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기를 원했다.




얼마전 지인의 추천 요청을 받아 헤드헌터에게 두 명의 전 직장 동료를 소개해주었었다. 그 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우리 나이에는 충분한 돈이나 권한 혹은  안정적인 상위 직책중 반드시 하나는 확보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돈과 커리어 보상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10년이상 장기 근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 할것이 아니라 궁금해 해야 한다.  오너들은 사명감과 조직에 대한 사랑으로 직원들이 근속한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워킹데드 드라마에서 걸어다니는 시체들을 워커라고 한다. 사무실에 워커(worker)가 되지 못하고 워킹데드의 워커(walker)가 된 사람들이 분명 있다. 뒤돌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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