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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rore Sep 25. 2021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과연 미래에도 존재할까?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이곳저곳에서 어떻게든 대비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미래 예측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첨단 슈퍼 컴퓨터를 가졌다 해도 불과 몇 분 전에야 지진의 징후를 알아채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따를 뿐이다. 그동안 사라지지 않을 직업 리스트에는 늘 헤어 디자이너가 있었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여부로 직업의 존망을 따지기 때문이다. 그 기준으로 볼 때 헤어디자이너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유망한 직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기준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우리 미용실 경쟁 미용실은 어디?

월마트 소비물품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자가격리가 5주 차에 접어들면서 염색약과 미용기기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용실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셀프 미용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그 경험들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제한령(lockdown)이 되지 않은 한국의 경우에도 고객들이 미용실 방문을 자제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용실 방문 사이클 이 2~3배 이상 길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내가 재직중인 회사의 셀프케어 사업부는 코로나19 이후 홈쇼핑에 진출해서 200억이 넘는 홈쇼핑 매출을 발생시켰다. 고객 대부분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미용실을 찾아오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경험했던 상황이 앞으로의 고객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해외에서는 자가격리로 인해 고객들과 만나지 못해 원격 시술 지원을 상품으로 내놓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유튜브를 통해 셀프 염색, 셀프 펌을 넘어 셀프 커트를 할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고객들과 디지털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과거에는 SNS 스타 헤어 디자이너들이 다른 헤어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대중에게 전달됐다면, 이제는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경쟁 상대가 바로 옆 미용실을 넘어 수백 km 떨어진 미용실을 포함하는 상 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도 전문적인 미용 서비스 가치에 대해 새삼 체감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 노동 수준의 미용 서비스의 가치는 갈수록 낮아지더라 도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컨설팅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의 경 험을 제공하는 것이 미용의 본질로 자리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에서도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지만 고급 음식점을 찾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물론 고객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고, 기계가 사람의 커트를 대체할 수 없으리라는 예견은 이제 수정해야 할 때가 됐지만 말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20년 5월 초 생활 방역 전환 이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이 본격화되는 한편, 코로나 이후의 변화와 그 대책에 대한 논의가 크게 늘었다. 불확실성과 위기로 인해 성공학, 신제품, 신 마케팅 기법 등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해답 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나 특정 제품, 서비스에 대한 맹신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성공 사례를 강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이면에있는 문제를 파악해야 지금의 난국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다.


해답은 미래 고객에게 있다?

고객의 미용실 방문 주기가 길어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일반적 경우라면 ‘어떻게’에 의한 해결 방안(해답)을 먼저 찾게 될 것이다. 기간 할인 이벤트 문자 발송이나 신제품 들여놓기, 고객 이벤트 증정품 추가 등 즉각적인 방법에 몰두할 수 있다. 또 과거 반응이 있던 행사나 타 살롱에서 결과가 좋았던 마케팅 방안을 도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리는 생존자 편향*에 빠질 확률이 높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은 방문하지 않은 미래 고객에게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객들의 행동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미래 고객의 니즈를 묻고 해답을 찾는 게 맞다. 예측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위기는 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된다. 대비는 비판적 사고를 할 때 가능하고 비판적 사고의 출발은 ‘질문하기’에서 비롯된 다.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헤어디자이너가 필요 없는 미래까지 염두한 질문도 던져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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