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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rore Sep 25. 2021

헤어디자이너의기술 표준화는불가능할까

과거에는 동네마다 아이들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곤 했다. 선택의 대안이 없었다. 아이에게는 정보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있으니 당연하다. 빨간색 의자의 팔걸이에 널빤지를 얹고 다소곳이 앉아 자신을 맡겨야 했던 시절을 지나, “어떻게 잘라줄까”란 말을 듣게 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뿌듯함도 잠시. 획일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충격적인 스타일로 되돌아왔다. 간혹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만나도 전과 같이 해달라는 부탁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인근 이발소와 미용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십 년 전 현재의 미용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수백 명의 미용사를 거쳤다.  


현행 제도하에서 미용사가 되는 방법은 학교기관에서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평균 1~3년 기간에 미용사가 되어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다. 문제는 미용사 개인의 역량과 경력, 기술 습득 노력에 따라 결과의 완성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는 시술을 받아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용사에 따른 요금 차등이 반드시 기술 수준의 차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용접은 개인 간 기술 편차에 따라 결과물의 완성도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미용과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동일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술 수준과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단가 수준이 몇 배 이상 차이가 나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용접 분야에서 추가로 도입하고 있는 제도가 용접사 역량 테스트(레벨 테스트)이다. 각 기업별로 역량 테스트를 거쳐 수행할 작업의 종류를 지정하고, 용접 노임 단가를 다르게 적용한다. 삼성반도체의 경우에는 입사 시 역량 테스트 이외에 개인별로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한다고 한다.


미용실에서도 역량 테스트를 적용해 레벨을 지정할 수는 없을까? 과거 모 프랜차이즈에 재직할 때 미용실 입사자를 대상으로 기술 테스트를 통한 레벨 지정을 검토했으나 구상 단계에서 그치고 말았다. 같은 브랜드의 미용실이라 할지라도 기술 표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미용실이 경쟁 상대일까?

미용사의 기량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미용실부터 표준화되어야 한다. 현재, 미용실에 대해서는 2가지 분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행정기관에서 행정업무 절차상 나누는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들의 이용 경험을 통해 나누는 기준이다. 전국 10만여 곳의 미용실이 외형 규모와 기술, 서비스 질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미용실을 분류하는 객관적인 분류 기준이 현재로서는 없다.


명확한 분류 기준이 없다는 것은 외형 규모나 질적인 가치가 다른 미용실이 같은 경기장에서 같은 룰로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경우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체육 경기도 종목의 특성이나 체급에 따라 카테고리가 나뉘는데 미용실은 미용업이라는 큰 범주 내에서 규모와 질적인 차이에 관계없이 경쟁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단순히 프리미엄 대형 살롱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저가 미용실의 낮은 요금과 비교되어 요금 인하를 요구받는다. 시설 규모가 간소한 소형 살롱은 프리미엄 살롱의 서비스와 비교되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의 시술 요금을 요구받기 십상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결국 현재와 같은 요금 할인 경쟁을 초래했다. 이 같은 소모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슷한 규모와 서비스 가치를 제공하는 미용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나누고 경기 룰을 정할 필요가 있다.


미용실 등급화 가능할까?

2000년대 후반부터 각 지자체에서는 공중위생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이용업, 미용업, 숙박업, 목욕장업, 세탁업 등이다. 평가 기준은 공중위생관리법을 바탕으로 한다.

업소명과 주소, 연락처 게시 여부부터 소독장비 비치, 미용기구 관리, 게시 현황 등의 준수 사항과 최종 요금 지불표 게시 등의 권장 사항을 점검한다. 이 평가에 의해 최우수인 녹색, 우수 업소 황색, 일반 업소는 백색 등급을 부여받는다. 평가 대상인 미용실은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50평의 대형 미용실이나 5평의 1인숍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기술이나 서비스, 프라이버시 보호 정도나 인테리어, 설비는 평가 기준이 아니다. 고가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회당 수십 만원의 기술 교육을 받거나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 배 더 비싼 제품을 사용하는 등 눈에 안 보이는 투자 등은 평가되지 않는다.

단순히 공중이용시설로서 최소 기준을 갖추고 게시 의무를 다하는지만 본다. 그래서 행정기관 관점에서 미용실이 최우수 업소, 우수 업소, 일반 업소로 분류되더라도 고객들에게는 의미 없다. 미용실 등급화의 기준은 특정 시설이나 유틸리티, 서비스, 인적 자원 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기술 만족도나 인테리어로 차별화를 두되 표준화되고 통제될 수 없는 것은 등급 결정 요소에서 배제해야 한다. 커트 잘하는 헤어 디자이너가 등급 결정 요소가 될 수 없지만 커트 잘하는 디자이너가 안정적으로 배출되고 유지되며 검증될 수 있는 시스템은 기준이 될 수 있다.


표준은 산업 발전의 기본이다. 미용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과 결과는 바로 이 표준의 부재다. 숙박업은 가장 낮은 여인숙부터 여관, 모텔, 호텔로 구분되고 호텔에서 다시 등급이 나뉘는데, 이때 호텔 등급은 나라별로 등급 기준이 다르고 등급을 부여하는 주체도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관광공사에서 등급을 정하고 있지만 메리어트 호텔 체인 등의 민간 기업 자체에서 기준을 운영하기도 한다.


미용산업의 경우에도 외형 규모나 서비스 수준에 따른 분류와 미용사의 기술 역량에 대한 표준화를 헤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본다.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 표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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