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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Jun 16. 2020

20200522 옛 노래들, 불편함

[옛 노래들]

얼마 전 뜬금없이 노브레인의 옛날 노래들(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이 듣고 싶어져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불타는 젊음, 청춘98 같은 20대 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들 말이다. 지금 들으면 좀 촌스러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노래들은 여전히 좋았다. 대학 시절에 동아리를 하면서 참 많이도 그 노래들을 들어서 그랬는지 그때가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엊그제는 샤워하는데 갑자기 뷰렛의 거짓말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혼자서 흥얼흥얼대다가 갑자기 그 노래가 듣고 싶어져서 역시 유튜브에서 바로 찾아 들었다. 심지어 뷰렛의 보컬인 문혜원씨가 유튜브를 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 나이를 정말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좋았지~ 라고 생각하는 노래들이 15년, 20년 전 노래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2000년대에 80년대 음악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너무 늙은이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으니. 

10대 후반 ~ 20대 초반에 한국 인디음악(밴드)을 정말 좋아했다. 그 음악들 자체도 좋았지만, 남들이 잘 듣지 않는 비주류 음악을 듣는다는 감성에 푹 빠지는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은 밴드음악이 많이 죽고, 힙합의 시대가 된 것같다. (물론 힙합이 대세가 된 것에는 전혀 불만은 없다. 시대에 따라 유행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나도 힙합을 좋아하고 즐겨듣긴 하지만 아직도 저런 밴드음악을 종종 들어야 하는 것을 보면 어려서 형성한 취향이란 정말 깊게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크게 성공해 아파트에 살지만, 시골 된장찌개를 좋아하던 입맛만큼은 바뀌지 않는 사람처럼.

[불편함]

위 글과 비슷한 맥락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최근에 레드제플린의 노래도 한참 듣고 있다. 그러면서 관련 정보를 조금씩 찾아보고 있는데, 7~80년대 록스타들은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비판받기 쉬운 행동을 참 많이도 했다. 레드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페이지도 유명한 그루피 로리매틱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팬과 성관계를 한 것 자체에는 비판과 옹호의 여지가 있지만, 당시 로리매틱스는 만 15세 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얼마 전에도 오랜만에 윤대녕의 <흑백텔레비전 꺼짐>이 읽고 싶어져서 읽은 적이 있다. 소설 자체는 오랜만에 봐도 정말 좋았지만, 과거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혐오적인 표현들이 꽤 있는 것을 보면서 큰 불편함을 느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하지 않았던 생각들이 많이 들었고, 그런 생각들은 역시 '작품은 단순히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다. 

가수 비가 '깡'이란 노래로 재발굴 된 점은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가 연루된 제이튠 관련 주식 사건에서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비를 재미있게 소비하는 일에도 어쩐지 신경이 쓰여 요즘은 찾아보지 않고 있다. 

과거엔 연예인이나 예술 작품들이 재미나 감동을 주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것을 소비하기 전 과연 그게 옳은가(PC)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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