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일의 기분 May 20. 2020

20200520 해외 여행, 나무위키, 루틴, 미니멀리

[해외 여행]

디지털 디톡스를 선언한 아내가 여행책을 읽고 있어서 옆에서 슬쩍 같이 봤다. 20년도 개정 대만 가이드북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2016년에 함께 대만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하며 스마트폰 사진첩을 봤다. (아내는 디지털 디톡스 중이라 나 혼자) 그러고 있으니 새삼 해외여행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당분간 해외여행 자체를 상상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올해 초 회사에 다닌지 3년이 넘어가며 올해 쓸 수 있는 2주간의 안식 휴가를 받았는데, 가을쯤 신혼여행 겸 어딘가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들 잘 알다시피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심각하게 확산되며 여행은 커녕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3년에 한 번 얻게 되는 안식휴가를 그냥 보내긴 아쉽기 때문에, 꼭 해외여행에 가고 싶는 욕망이 강한 상태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 중에라도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길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다. 처음엔 미국에 갈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해외라면 어디라도 좋으니 가게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갈 수 있을까?

[나무위키]

오늘도 몇 번이나 나무위키에 들어가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처음 알게 되는 단어나 개념이 궁금할 경우 나는 그것을 포털사이트가 아닌 나무위키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다. 오늘 찾아본 내용들도 무척 다양했다. 지난 주말에 본 '그것이 알고 싶다'부터 게임 '전장'의 정보, '스티브 잡스의 생애', 트위치 스트리머라고 하는 '주다사' 라는 사람까지. 

나무위키엔 실로 많은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오늘도 가벼운 정보들을 가볍게 읽고 소비했다. 나무위키에 등재된 정보의 대부분이 너무 주관적이고 공신력이 없다는 비판만 하기엔 나무위키를 나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카카오KAKAO라는 것이 우리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나무위키 또한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는 양이 대폭 줄어든 요즘이지만 활자 자체를 읽는 총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나무위키에 등재된 새로운 정보를 함축적으로 소비하는 일은 게임만큼이나 재미있다. 그것의 깊이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루틴]

(아주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하면서 새삼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나는 루틴routine에 아주 집착하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 아내가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넷플릭스에 수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았다고 한다. 그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잠을 잘 자는 방법은, 잠자기 전 루틴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일테면 잠자기 전 "따뜻한 것을 마시고 인형을 껴안기"를 반복한다면, 나중에는 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보통 잠을 자기로 마음먹으면 5분 이내로 잠드는 편인데, 내가 그렇게 잠을 잘 잘 수 있는 이유에는 루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 하루의 대부분은 루틴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6시 반쯤 일어나 화장실에 들렀다가 운동을 좀 하고 출근하고, 회사에서 도착하면 컴퓨터를 켜고 컵을 씻고 커피 한 잔을 타와서 프로그램을 순서대로 켜고, 퇴근길에도 지하철 특정 칸에만 탄다던지. 

그래서 회사에서 갑작스런 회식같은 것이 있을 때 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내 루틴을 깨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내 루틴의 대부분은 (내가 생각했을 때) 내 삶에 많은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많은 것 같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루틴에 너무 집착하는 것 또한 정신 건강에 썩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며칠 전 아침에 비가 내려서 비를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운동을 하러 나가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미니멀리즘]

최근 내가 옷을 입는 방식이 미니멀리즘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겨울에는 나름대로 신발과 외투를 바꿔가며 입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옷을 입는 방식은 무척 단순해진다.

- 상의 : 오베이 브랜드의 티셔츠 10여장(전부 검정색)을 사서 위에 쌓여 있는 순서대로 입고 있다. 

- 하의 : 마인드브릿지 브랜드 바지 5~6벌 정도를 역시 걸려 있는 순서대로 입는다.

- 신발 : 비가 안 오면 스니커즈를, 비가 오면 장화(첼시 부츠)를 신는다.

물론 같은 브랜드의 티셔츠나 바지를 (프린트 된 이미지는 다르다고 해도) 10장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미니멀리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냥 하나의 규칙에 따라 복잡하지 않게 옷을 입는다는 점에서 나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준비를 하며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옷이 있는 순서대로 입기 때문에 이것은 내 나름대로의 패션 철학, 그리고 미니멀리즘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0518 공주, 대전,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