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배우자에게 추천받은 김형경 작가의 책을 읽는 중에 폴 오스터의 책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왔다. 그 순간 갑작스레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 아주 강하게 읽고 싶어졌다. 처음 그 책을 읽은 것이 2005년이니 벌써 15년이나 지났다. 요즘은 갑자기 무언가를 하고 싶어지는 감정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져,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YES24로 책을 주문했다. <뉴욕 3부작>과 함께 주문할 책을 (배송비 아까워서) 1시간 정도 찾다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 정했다.
책을 읽다 말고 다른 책을 사기 위해 스마트폰을 1시간이나 하는 내 모습이 웃겨서 기록하려고 한 것인데, 막상 글로 옮기니 웃기진 않는다.
[게으름]
2015년에 뉴질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 노트북을 샀다. 그 전까지는 데스크탑을 쓰다가 처음으로 노트북을 사게 되었는데, 노트북을 사며 쓰던 데스크탑은 중고로 팔아치웠다.
짧은 워킹홀리데이를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로도 그 노트북을 계속해서 사용하였다. 나름대로 80만원 정도 하는 제품을 샀었기 때문에 사양이 나쁘지 않았었는데, 그 어중간하게 좋은 사양때문에 그 노트북을 5년을 넘게 쓰게 되었다. 문제는 그 뒤로 OS 업데이트도 없이 윈도우8로 느리고 불편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회사에서 남는 컴퓨터를 싸게 처리한다고 하여 하드가 없는 데스크탑을 3만원 주고 얻어 왔다. 그리고 어제, 회사에는 휴가를 쓰고 주변에 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부품을 끼워서 쓸만하게 만들었다. 위도우 10도 깔고 세팅을 마친 후, 이런 저런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갈아서 데스크탑을 잠깐 만지고 있는데, 왜 이 좋은 것을 몇 년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회의에 빠졌다. 가격도 그닥 비싸지 않고 들어가는 품도 적은데, 왜 불편한 노트북을 그리도 오래 불편하게 사용해 왔는지.
어쩌면 삶의 많은 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귀찮고, 생각하기 싫다고 불편한 것을 참아가며 꾸역꾸역 견디는 것 말이다. 단 하루, 몇 시간을 투자한 것만으로도 전보다 훨씬 편하고 좋은 PC를 쓰고 있으니,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이 문득 너무 아까워졌다. 진작 바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