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되면 다 죽는 시스템…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유 ‘디플레 공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인하했습니다. 언론에서도 난리죠?
우선 기준금리가 뭔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왜 내렸는지, 내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 차분히 풀어보겠습니다.
1. 기준금리란
2.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
4. 우려는 없나
5. 돌파구는 없나
1. 기준금리란?
우선 기준금리란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각종 금리의 기준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상품은 이 정책금리에 영향을 받게 되죠.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기준금리는 한국은행과 금융기관간에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등의 거래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금리를 말합니다.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는 일정 기간 후에 일정한 가격으로 도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이루어지는 채권 거래를 뜻합니다.
쉽게 설명해서, 우리나라 은행이 소비자에게 돈을 대출해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돈을 한국은행에서 받아오겠죠? 이때 은행이 한국은행에다가 돈을 채권매매(RP)를 통해 빌려오고, 이때 지불하는 금리가 바로 기준금리입니다.
결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도 오르고, 반대로 내려가게 되면 시중금리도 내려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율이 10%라고 칩시다. 올해 1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5%였습니다. 은행은 한국은행에다가 1.5%의 이자를 지불하고 돈을 가져와서 저에게 10%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줍니다.
때문에 만일 1.5%의 기준금리가 3%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입장에서 똑같은 대출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출이자도 1.5% 올려야겠죠?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죠.
이는 결국 우리나라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우선 앞서 설명했듯 금융상품에 영향을 끼치죠.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적금 금리도 오르겠죠? 또 대출이자도 올라가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내려가겠죠.
물가에도 영향을 끼치죠.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화폐가치가 높아지는 거고, 다시 말해 그만큼 물건의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물가가 올라가게 되겠죠.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집값은 오르게 됩니다. 부동산도 물건의 일종입니다. 돈은 현금이고요.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물가가 오릅니다.
게다가 금융상품 이자가 싸지기 때문에 부동산 대출이자 역시 저렴해집니다. 대출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부동산 거래가 확대될 여지를 마련하게 됩니다. 거래가 활발해지고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더 높아지겠죠.
기준금리는 물가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의 제 1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입니다. 참고로 가장 최근 한은의 목표 물가상승률은 2%입니다.
정리해 봅시다. 3줄요약.
1) 기준금리는 은행(모든 금융사들)이 한은에 빌리는 돈에 대한 금리다.
2)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이자(시중금리)도 오르고, 반대면 내려간다.
3) 금리가 오르면(화폐가치 상승) 물가는 내려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물가는 상승한다.
2.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물가를 설명하면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입니다.
간혹 경제뉴스 접하면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서 문제다’ 혹은 ‘디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게 뭘 뜻하는 건지 또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사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은 늘 인플레이션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보죠. 어떤 제품이 있는데, 이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수요가 증가해야 가격이 상승하죠. 살려는 사람이 많은데 제품의 양이 적을 경우 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렇다면 성장하는 시장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살려는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게 맞죠? 이런 개념을 ‘수요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너무 급작스럽지 않은 수요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합니다.
투자가 활성화 되죠. A라는 물건을 샀는데, 이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격도 지속상승 한다면, 그 A라는 물건을 미리 사는 게 이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투자와 선구매가 늘어나고,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게 되죠.
반대의 경우는 디플레이션입니다.
사실 현대의 자본주의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떠안고 살아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인플레가 발생하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죠. 그리고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규모를 더욱 늘려나갈 수 있게 됩니다.
10년전 100만원을 빌려줄 수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후인 지금의 100만원은 10년전 100만원보다 화폐가치가 떨어져 있습니다. 10년 전 100만원의 값어치는 10년 후에는 200만원이 될 수도, 300만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100만원이라도 말이죠. 그렇다면 공급자 입장에선 대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이 온다면?
더 이상 돈 빌려주기 힘들어지겠죠. 화폐가치가 상승하게 될 경우 대출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죠. 물가도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을 염두해 투자를 뒤로 미루게 됩니다. 주식할 때 ‘바닥’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이다.
2)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안고 살아가야 한다. 미래가치 상승으로 투자활성화 야기.
3) 디플레이션이 오면 반대로 경기부진이 나타나 망할 수도 있다.
3.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
결국 앞선 설명을 종합해 보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율을 일정수준 유지시켜서 물가를 안정적으로 상승시키고, 대출을 유도하고, 또다시 물가가 상승하고, 시장이 확산되는 기조를 끊임없이 유지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GDP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3.1%에서 올해 1분기 2.8%로 둔화됐습니다. 수출의 경우도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생산, 취업률 역시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죠.
무엇보다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문제입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0.8%, 2월 1.3%, 3월 1.0%, 4월 1.0%로 지속적으로 1%대에 머물다 5월 다시 0.8%로 떨어졌습니다.
앞서도 밝혔듯, 한은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입니다.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죠.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점을 우려했습니다.
이 총재는 “저인플레 기조 유지는 경제주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약화될 수 있고 기업 투자심리를 약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놈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긴 해야 하는 입장이었죠.
4. 우려되는 지점과 한은의 승부수
다만 디플레이션 위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인구감소와 공급과잉이 핵심입니다.
최근 중국은 1가구1자녀 산아제한을 폐지했습니다. 과거에는 인구가 너무 많았지만, 이젠 인구가 적어질 위기에 처했다는 걸 의미하죠. 13억명에서 15억명, 17억명 이렇게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은행은 계속 돈을 대출해주고, 그 대출금을 통한 시장 확대가 일어나야 소비도 그만큼 많이 되고, 그 소비를 뒷받침 해줄 인구가 지속적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인구는 줄어드는데, 생산은 과도하게 많이 됩니다. 대출이자는 내려가서 돈은 빌렸는데, 그 돈이 투자될 곳이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역시 이러한 위기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장 202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정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자, 이미 집이 필요한 인구보다 공급된 가구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인구는 줄어들게 됩니다.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죠?
지금까지는 금리가 계속 낮아져서 버텼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비싸졌지만, 낮은 부동산 대출이자로 인해 돈을 굴릴 수 있었죠. 이렇게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지점에 도달하고,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집값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이런 식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근데도 왜?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렸을까요.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아직 통화정책의 여력이 남아있다.”
쉽게 설명하면 ‘아직 우리는 약발이 듣는다’입니다. 수출도 감소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감소하고 있고, 내수도 부진하지만 아직까지는 주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상황’이라는 계산 하에 미리 처방해서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영 신통치 못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결국 디플레이션 조짐이 보였을 때 금리 인하 등 가용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실제 미국은 ‘양적완화’ 전략을 시행했습니다. 일본이 위기 앞에서 어물쩡거린 것과는 달리, 낌새가 좋지 않자 중앙은행이 나서서 달러를 무한정으로 공급하기 시작한거죠.(물론 기축통화국이라 가능한 얘기기도 합니다)
5. 근본적 돌파구 마련 절실
더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경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든, 우주를 개척하든, 아프리카를 개발하든 새로운 수요 창출이 지속돼야 합니다.
현재까지 인류의 가장 마지막 히트작은 ‘스마트폰’입니다. 이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성장률은 올해 7%대로 전망되는데요. 사실상 인도시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포화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와야 전자업체들은 살아남겠죠. 아니면 저 멀리 화성인들이 살아서,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판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아예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거나, 혁신적인 새로운 산업혁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니면 성장을 잠시 멈추고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임금인상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될 수 있죠. 인구가 줄어드는데, 그 줄어든 인구가 예전보다 돈을 많이 번다면 줄어든 수요를 상쇄시킬 수 있겠죠? 1000명의 인구가 1인당 1만원씩 벌어서 1000만원 썼는데, 인구가 500명으로 줄었는데도 1인당 2만원씩 벌면? 결국 1000만원을 쓰게 되겠죠?
이주열 총재는 이런 발언도 했었죠.
“각국이 경제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갖가지 비전통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음을 방증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추가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죠.
고용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말은 결국 일자리를 늘리자는 얘기입니다. 정말 이게 해결책일수도 있습니다. 일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취업률이 낮은 건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업들이 임금을 상승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게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