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훈 형님과 낮술하며 토론한 내용 정리
<꿈 내용>
강릉.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안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약간 덩치가 있는데다 노란 챠도르를 두른 아랍 여성이 이미 왼쪽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택시기사는 운전석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탈 때쯤 다 먹고 창밖으로 식기를 버렸다. 나는 경포대로 가자고 했고, 내 옆자리 여자는 뭔가를 말했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아녔다. 택시기사는 해저터널로 향했다. 해저터널은 바닷물로 가득했다. 터널진입이 아니라 바다에 풍덩 빠지는 기분으로 들어갔다.
내려가니 터널이었다. 백색등이 켜졌다. 물고기떼와 고래가 헤엄쳤다. 고래들은 창밖을 스쳐 지나갔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원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온통 회색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새떼가 날아다녔다. 새들은 공격적이었다. 부리에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 있었다.
물고기들이 여전히 지나다니는 걸 보면 여전히 물 속이었다. 나갈수 없었다. 새와 물고기와 고래가 유유히 헤엄쳤고, 날아다녔다.
파도인지 바람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무언지 모를 그 힘은 세차게 요동쳤다.
나무가지 끝에 잎사귀가 펄럭였다. 잎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새들의 날개였다. 시뻘건 눈으로 새들은 날 노려봤다.
사나웠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벽에 그림이 걸려 있었다. 매우 대충 그린, 선 몇개로 이뤄진 여자 초상화였다.
그 여자는 날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악밖에 남아있지 않은 순수한 분노였다.
<해석>
1. 차도르를 두룬 아랍 여성은 불편한 존재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다 아랍 문화를 가지고 있다. 차도르를 둘렀다는 것 자체도 폐쇄적인, 노출을 꺼리는 복장이다. 그 옆에 앉았다. 택시기사는 밥을 먹고 있었다. 허둥지둥 식기를 버리고 출발한다는 것 자체도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2. 택시가 해저터널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물고기떼와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은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이다. 회색빛깔이 짙은건 과거에 대한 회상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마치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바다와 하늘이 합쳐진 이상적인 공간이다.
3. 문제는 '나갈수 없었다'는 느낌을 받은 '나'다. 표면적으로는 시뻘건 눈을 한 새가 무섭고, 여자 초상화가 화를 내는 것이 두려워서다. 하지만 택시 안은 더더욱 불편한 자리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랍 여성과 불친절한 택시기사가 존재한다.
4.오히려 새와 여자는 지금 당장 택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화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향이 바로 문 밖이지만 문을 박차고 나가지 못한다.
5. 결론적으로는 분명 한발짝만 더 나가면 되는데 나가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담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