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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인 Jun 06. 2016

[시 익는 마을] 슬픔은 젖어든다

<많은 물> 이규리

<많은 물> 이규리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 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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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어드는 느낌과 따닥따닥 떨어지는 아픔은 전혀 다른 감각입니다. 하지만 슬픔이라는 공통된 감정에서 비롯되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슬픔에 젖어들지만, 아프지만 슬픔은 '밀어내는' 것이기에 결국 또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슬픔은 지속적으로 남아서 화자는 막무가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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