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AS 2024 기고문
이 글은 KPAS(Korea Promising AI Startup) 2024 책자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한국 AI 스타트업의 변화와 특징
한국의 AI 스타트업은 크게 보면 두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2016년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인류를 대표하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당시 바둑은 인간만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알파고에 의한 4:1의 인간의 패배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고, 한국에 많은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오픈AI에서 2022년 공개한 ChatGPT의 등장이다. ChatGPT는 출시 이후 2개월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하여 우버(70개월), 인스타그램(30개월), 틱톡(9개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이후 많은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은 생성형 AI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과거의 한국 AI 스타트업은 자연어처리와 이미지인식 기술 기반 사업이 중심이었다.빅데이터에서 시작하여 자연어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챗봇 사업과 이미지 인식 기술 기반의 의료영상, 자율주행, 데이터라벨링 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AI 기술력(기술의 정확성과 우수성)과 가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많은 벤처캐피탈 또한 AI기술력과 사업성에 집중한 검토를 진행하여 투자하였다. 스타트업의 기술, 사업, 투자의 결과로 AI의료영상회사인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와 대화형 AI 회사인 솔트룩스, 마음AI, 코난테크놀로지 등이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였다. 하지만, 2020년 이후부터 AI의 투자 대비 가치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AI에 대한 관심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때,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픈AI의 ChatGPT는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들(구글, 앤트로픽, 메타, 미스트랄 등)이 Foundation Model 개발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LLM(Large Language Model)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LLM 학습을 위해서 구글은 제미나이 훈련에 1억 9100만달러(약 2670억원) 상당의 컴퓨터 비용을 사용했고, GPT-4 훈련비용은 약 7800만달러(약 1090억원)로 매우 많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빅테크와 일부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Foundation Model을 직접 개발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생성형 AI 기술의 기회를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버티컬 어플리케이션, SI와 결합된 서비스, 기업용 대상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생성형 AI 시장에서 여러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수평적 애플리케이션(Horizontal Application)으로 자본 및 인력 측면에서 빅테크 대비 차별적 경쟁력을 가지기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AI 스타트업은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어플리케이션(Vertical Application)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산업의 특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고객 맞춤형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미국과 달리 SaaS(Software As A Service)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On-premise 또는 SI와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향이 많다. 마지막으로 아직 한국은 개인 대상보다는 기업용 AI 스타트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개인용 AI 서비스에 필요한 고객 니즈와 Use Case 발견 부족과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과 편향성/차별,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많은 에이전트가 나오는 것처럼 향후 한국에도 다양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스타트업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I에이전트가 발전하면서 발생할 미래는 엄청난 변화를 또한 만들것으로 예상한다.
벤처캐피탈의 AI 스타트업을 투자하는 기준
최근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같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경쟁력을 만드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미들레이어, 애플리케이션과는 다르게 한국의 벤처 투자규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또한, 기술 관점에서도 글로벌 빅테크와 오픈AI, 앤트로픽이 사업하는 인접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픈AI가 서비스를 출시하면 수백개의 스타트업이 망한다.“, “오픈AI가 내 스타트업을 죽였다(OpenAI killed my startup)”란 말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오픈AI가 개발 장벽을 낮추고, 많은 AI 솔루션을 챗GPT내에서 제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벤처투자자들은 AI 기술과 사업 경쟁력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벤처캐피탈이 AI 스타트업을 검토하는 4가지 투자관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① 데이터
데이터 중심 AI(Data-centric AI)는 데이터 관점에서 AI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업계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AI 모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상당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고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모델에 대한 중요성보다는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차별화된 데이터의 양과 품질은 생성형 AI 모델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결정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투자요소이다.
② 우수한 인력
AI 스타트업은 최신 AI기술을 기반으로 머신러닝/딥러닝 기술력을 보유한 우수한 인재가 필수이다.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능력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만들기 때문이다. AI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매우 중요하며, 우수한 인력은 핵심 기술의 성공요인이다.
③ 도메인 지식
해당 산업 및 분야 도메인 지식은 생성형 AI에서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일반적인 지식과 정보는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제공한다. 도메인 지식이 많을수록 정확한 정보를 주고,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생성형 AI가 제공한 답변에 대한 통계적 분석 이상의 깊이있는 데이터 해석과 통찰을 제공하여 고객의 복잡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도메인 지식은 서비스의 차별화를 만들어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④ 버티컬 시장
버티컬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특정 산업의 문제와 요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 고객의 명확한 문제를 타겟팅하고 빠른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이 클수록 여러 산업과 분야에 걸쳐 적용될수록 빅테크와 오픈AI가 진입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타겟고객이 확실하고, 충분히 니치하지만, 빅테크가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버티컬 영역에 기회가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빅테크의 잠재적 진입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23년 빌게이츠는 "내 평생 동안 혁명적이라고 느낀 두 가지 기술의 시연을 보았다…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ChatGPT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ChatGPT가 만든 생성형 AI 기술의 혁신은 스타트업에게 있어 엄청난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이다. 특히, 아직 초기인 생성형 AI 시장에서 시장을 먼저 장악하는 것은 한국 AI 스타트업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경쟁, 오픈소스 위협, 빠른 기술 발전, 데이터 부족 등의 문제로 위협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좀 더 뾰족하고 빠르게 고객의 관점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 AI 스타트업에게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AI기술도 중요하지만 제품/서비스 관점에서 성공이 결정될 것이다. 한국의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